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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아는 당신과 나의 월급 최저임금

최저임금. 수많은 노동하는 사람들의 최고임금.

by 송형선 daniel

마을어귀 마을 버스정류장에서 첫차를 기다리는 새벽, 그 시각에도 정류장엔 첫차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있다. 새벽 지하철을 타면 빈자리가 많을 듯싶지만 언제나 첫차에도 빈자리는 없다.

꼭두새벽에 일터에 나가는 사람들이다. 2~30대 젊은 사람들은 드물다. 4~60대까지 남녀를 가리지 않는다. 무슨 일을 하는 사람들일까. 건설노동자이거나 청소노동자이거나 단순 노동일을 하는 공장에 출근하는 사람들. 모두들 몸을 팔아 생계를 유지하는 사람들이다. 누구나 할 것 없이 얼굴에는 절대로 지울 수 없을 것 같은 딱딱하게 굳어 엉겨 붙은 피곤이 쌓여 있다. 아직 휴식을 다 취하지 못한 육체는 그저 생존이라는 굴레에 갇혀 다시 일터로 향하고 있을 뿐이다. 그 모든 이들이 무슨 일을 하는지 정확히 알 수 없지만 그들의 임금이 얼마인지는 대략 알 수 있다. 시간당 1030원 월 209만 원. 최저임금이 그들 대부분의 임금일 것이다. 바로 누구나 아는 당신과 나의 임금, 최저임금이다.

25년도 최저임금 캠페인과 10년전 캠페인

우리나라 노동자들은 3가지 부류로 분류될 수 있다.

최저임금 이상을 받는 노동자와 최저임금을 받는 노동자 그리고 최저임금도 못 받는 노동자.

해마다 최저임금위원회가 열리고 거기서 최저임금을 정한다. 한쪽에서는 최저임금을 올리라고 하고, 한쪽에서는 올려서는 안 된다고 한다. 각자 자신들이 대표하거나 대변하는 집단의 입장을 주장한다. 정부와 사용자, 노동자 3자가 합의를 통해 결정하게 된다. 최저임금이란 무엇일까. 최저임금위원회의 정의다.


최저임금은 노·사간의 임금결정과정에 개입하여 임금의 최저 수준을 결정하고, 사용자에게 이 수준 이상의 임금을 지급하도록 법으로 강제함으로써 저임금 근로자를 보호하는 제도이다.

최저임금제도는 사용자에게 일정 수준 이상의 임금을 노동자들에게 강제로 지급하도록 하기 위해서 실행되는 제도이다. 그렇다고 모든 노동자들이 최저임금을 적용받고 있는 것은 아니다. 경총(한국경영자총협회)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최저임금 이하 근로자 비율은 19.8%이고 이는 OECD 25개국 평균 7.4%의 2.7배에 달하며 25%를 기록한 멕시코에 이어 2번째로 높은 비율이라고 한다. 약 300만명의 노동자들은 그나마 최저임금도 못받고 일하고 있는 셈이다.

최저임금이 최고임금인 노동자는 얼마나 될까. 대형마트에 일하는 대다수 노동자들은 최저임금이 곧 최저임금이다. 요양보호사 역시 마찬가지로 최저임금이 최고임금이다. 돌봄 노동자, 서비스직 노동자 단순 노무종사자들 모두가 그렇다. 그리고 임금상승은 최저임금 상승이 곧 임금상승이다. 10년을 일하든 20년을 일하든 그 직종에 일하는 한은 최저임금을 벗어날 수 없다. 그 숫자조차도 정확한 통계가 없다. 그러나 프리랜서, 택배, 대리가사, 학습지 교사 등 플랫폼 노동자수가 490만 명 정도로, 약 500만 명 정도의 노동자가 최저임금을 최고 임금으로 받고 일하고 있다고 추정된다. 임금노동자의 절반정도가 최저임금의 굴레에 갇혀 있다.

최저임금은 노동자 1명의 최저생계비, 물가인상률등을 반영하여 산정한다. 최저임금은 한마디로 인간답게 살기 위한 최저생활수준이라고. 정의된다. 그렇다면

인간답게 산다는 것은 무엇일까.

이른 새벽부처 지친 몸을 이끌고 나와 고단한 노동으로 하루하루를 때워가는 삶. 과거도 현재도 미래도 잿빛인 삶. 그런 삶들에 인간다운 삶이라 이름 지울 수 있을까. 최저임금이란 단어는 인간다운 삶보다는 최저의 삶. 미래 없는 삶. 고단한 삶을 떠올리게 한다.

최저임금을 올리면 인건비부담이 커져서 물가가 오르고 인건비 상승으로 자영업자와 중소기업이 문을 닫는다고 한다. 최저임금을 받는 노동자들과 중소기업, 자영업자들이 한 밥그릇을 두고 다투는 것처럼 보인다. 최저임금제 다툼으로부터 벗어나있는 대기업, 금융자본, 임대사업자들에게 돌아가는 몫은 애초부터 고려의 대상도 되지 않는 듯싶다. 누가 더 힘들고 누가 더 위태로운지를 드러내야 하는 모양새다. 최저임금제가 원래의 목적을 다하기 위해서는 일하는 사람 모두에게 인간적 삶을 살 권리를 누리게 하는데 목표를 두는 게 맞지 않을까.

지역에서 열린 취업박람회

얼마 전 지역에서 열린 취업박람회에 들러보았다. 20대부터 60대까지 성별을 불문하고, 발 디딜 틈이 없이 사람들로 붐볐다. 요즘 경기를 보는 듯했다. 거기 나온 일자리들을 대략 추려보니 쿠팡물류센터 50개를 제외하면 100개가 채 되지 않았다. 그나마 요양보호사를 뽑는 일자리를 빼고, 특수 영업직 일자리를 빼면 60여 개의 일자리,, 모두가 공통적으로 임금이 동일하다. 최고임금이 되어 버린 최저임금이다.

그 미래가 보이지 않는 일자리마저 부족한 요즘..

마을의 삶은 점점 팍팍해지는 것 같다. 희망을 잃은 사람들이 넘쳐나는데, 자영업인들 희망이 생길리없다.

최저임금으로 살아가야 하고, 그나마 그런 일자리도 구하지 못하는 사람들, 마을에 희망을 잃은 사람들이 늘어간다. 일하는 사람들에게 희망이 생겨날 때 마을도 희망을 꿈꿀 수 있다.

고단한 노동이 아니라, 즐거운 노동, 희망 없는 삶이 아닌 미래를 꿈꾸고 현재를 즐기는 , 진짜 인간다운 삶을 만드는 ‘최저임금제’를 꿈꿔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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