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은 뭐 하지?

파리의 안나 37

by Anna

혼자 살 때 먹다 남은 brioche에 버터를 발라 아침을 해결하고, 임무 수행 후 휴식시간을 즐겼다. 할아버지께서 핸드폰 심 구입에 대해 물어보셔서 free 홈페이지에 들어가 19.99유로짜리 요금을 구입하기 위해 도움을 받았는데 체크카드는 결제가 안 되더라. 결국 결제마저도 할아버지의 도움을 받기로 하고, 점심을 먹은 뒤 같이 ‘마들렌’ 역 근처의 free 매장으로 향했다.


파리에 와서 처음으로 마들렌 사원도 보고, 생 어거스틴 성당도 보았는데 디카를 가져가지 않아서 사진을 찍을 수 없어 아쉬웠다. 매장에 들어가니 사람들이 꽤 많았다. A273번이라는 대기표를 받고 30분 넘게 기다린 것 같다. 매장 내 휴대폰도 구경하고(우리나라 제품이 많아서 왠지 모르게 기분이 좋았다.) TV도 보면서 시간을 보냈다. 드디어 내 차례! free 직원과 불어로 유창하게 대화하는 할아버지의 모습은 정말이지 멋졌다. 나는 언제쯤 저렇게 될까? 아니, 될 수나 있을까?


직원의 도움을 받아 심을 구매하고, 개통까지 완료하였다. 고심 끝에 고른 내 프랑스 번호는 06 51 97 22 37이다. 더럽게 어려움. 아직 한국 통신사에서 정지가 되지 않은 상태라 요금을 두 번 내는 꼴이지만 무언가를 해냈다는 생각에 기분이 좋았다. (솔직히 할아버지가 다 해주신 거라 해냈다는 표현도 웃기다.) 한국 번호는 내일 아빠가 장기정지를 시켜준다고 하셨다. 심 구입 후 할아버지는 집으로 가시고, 나는 몽쥬 약국에 가기 위해 오랜만에 7호선을 탔다.

‘Place monge’ 역에 내려서 1번 출구로 나가니 사진으로만 보았던 몽쥬 약국이 눈에 들어왔다. 약국 안으로 들어가니 정말 사람이 바글바글했는데 대부분이 한국 사람이었다. 조금 구경을 하려다가 사람들이 들고 있는 바구니에 치이는 게 거슬려서 그냥 바이오더마 클렌징 워터만 사서 나왔다. 500ml 두 개에 15.40유로! 한국에서 사면 1개에 35,000원 정도던데, 프랑스 브랜드라 그런지 훨씬 싸다. 여기 사는 동안에는 팍팍 써야지. 몽쥬 역 근처를 구경할까 싶어서 골목으로 들어갔지만 보이는 건 사방에 앉아 있는 집시들이 다였기에 그냥 다시 지하철을 타고 집으로 돌아왔다.


3층에 사는 남성분과 함께 엘리베이터에 탔는데, 내릴 때 “Lady, bon après-midi. Au revoir.”라고 말해서 기분이 좋았다. 집에 돌아와 할아버지께 30유로를 드리고 (다음 달부터 하숙비 300+핸드폰 요금 20 해서 320유로씩 드리기로 했다.) free mobile 홈페이지에 들어갔는데 내 계좌정보가 없어서 할아버지의 도움을 받아 카드를 등록했다. 등록 후 위임장 같은 걸 보내라고 나와 있는 것 같은데 잘 모르므로 우선 패스하고, 다음 달 요금이 제대로 빠져나가지 않으면 할아버지께 여쭤볼 생각이다. 걱정돼서 많이 찾아봤는데 딱히 도움 되는 정보도 없었고, 계속해서 휴대폰 문제로 할아버지를 귀찮게 하고 싶지 않았다.

그렇게 오후를 다 보내고 저녁식사 후 이렇게 하루 일과를 정리 중이다. 앞으로 외출할 때는 꼭 디카를 가지고 나가야지 다짐했다. 오늘 같은 날은 정말 밖에서 찍은 사진이 한 장도 없어서 아쉬운 대로 집에서 사진을 찍었다. 내일은 뭐 하지? 항상 즉흥적인 이 삶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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