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린 수요일이다

파리의 안나 39

by Anna

파리에도 장마가 있나? 오늘부터 날씨가 계속 ‘비’ 또는 ‘소나기’다. 아침부터 추적추적 내리던 비는 오후 내내 그칠 줄을 모른다. 나비고 한 달권이 아깝기는 하지만 오늘은 외출하지 않기로 했다. 흐린 날씨는 정말 사람 마음마저 흐리게 해. 특히 난 그 영향을 더 크게 받는 것 같다.


하루 종일 침대에 누워서 그동안의 기록을 다시 읽고, 정리했다. 조금 귀찮기는 해도 하루하루 일과와 내 생각을 기록 해두길 참 잘했다.(사실 밀려서 한꺼번에 쓴 날도 많지만 말이다.) 시간이 지나면 아무리 선명한 기억도 조금은 퇴색되기 마련인데 글로 남겨 둔 내 하루하루를 그날의 사진과 함께 읽고, 본다면 아무래도 그 기억들이 조금은 더 오래 지속되지 않을까?


요즘은 외출을 해도 금방 돌아와야 하는 상황이라 밖에서 사색할 시간이 줄어들어 아쉽다. 집에 오면 침대에 눕거나 노트북을 켜고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눈으로 읽는 일만 반복하게 된다. 내일이면 하숙집에 들어온 지 일주일째다. 할머니 도와주는 일은 생각보다 너무 쉽고, 간단하여 잘 적응하고 있지만 나 스스로의 문제들은 하나도 해결된 것이 없고, 해결하려고 시도조차 하지 않고 있다. 이곳에 온 목적과 나의 다짐들을 되새길 필요가 있는 것 같다. 흐린 수요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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