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의 안나 38
요즘 계속 6시에 눈이 떠진다. 하지만 시간을 확인하고 다시 잠이 든다. 오래 자도 피곤이 가시질 않는다. 차라리 눈이 떠졌을 때 일어나는 것이 더 현명할 수도 있겠다. 내일은 눈이 떠지면 그대로 기상해 봐야겠다. 매주 화요일마다 선생님의 머리를 감겨드리는 날이라고 한다. 물론 내가 감겨드리는 건 아니지만 말리는 것 정도는 내 임무다.
임무 수행 후 점심을 먹고 외출을 했다. 집 근처 프랑프리에서 아리조나 한 병을 사들고 95번 버스를 탔다. 루브르 근처에 내려서 센 강가를 따라 쭉 걸었다. 프랑스는 하늘에 떠 있는 구름마저도 예쁜 것 같다. 젤리슈즈를 신고 나와 발이 조금 아팠지만 에펠탑까지 쭉 걸어갔다. 가는 길에 본 멋진 풍경들도 카메라에 담았다. 에펠탑 근처에서 45번 버스의 노선을 확인하고, 공원으로 들어갔다. 사인단을 피해 에펠탑 바로 밑 벤치에 앉아 쉬었다.
멀리 보이는 에펠 동상 사진도 찍고, 공원 안의 오리도 구경했다. 그늘에 앉아 있으니 서늘한 느낌이 들어 버스를 타러 갔는데 11분이나 기다려야 했다. 우리나라 버스는 어느 정거장에 있는지, 몇 분이 걸리는지 까지 자세히 알려주는데 파리 버스는 그냥 남은 시간만 알려주거나 아예 알림판도 없는 경우가 많다. 버스를 타고 마들렌 역으로 갔다. 어제 사진을 못 찍은 게 아쉬워 간 것도 있고, 12호선으로 한 번에 집에 가기 위한 이유도 있었다.
오후 5시가 되기 전에 집으로 들어와야 했기 때문에 여유롭게 즐기진 못했다. 도착해서 오후 임무 수행을 하고 쉬었다. 오늘부로 내 한국 번호는 정지가 되었다. 조금 더 현지에 적응하기 위해 휴대폰에 프랑스어 자판도 적용시키고, 이상하게 작동되지 않는 메시지도 앱을 새로 깔았다. 저녁엔 할아버지께서 외출을 하셔서 언니가 너구리 라면을 끓여 주셨다. 식사 후 못 봤던 드라마를 챙겨 보고 사진 정리를 한 뒤 저녁 임무 수행을 끝마쳤다. 오늘은 꽤 많이 걸어서 그런지 벌써 피곤하다. 내일부터 파리 날씨가 온종일 ‘비’던데 제발 비가 내리지 않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