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깅 한 번에 이렇게 만신창이

파리의 안나 52

by Anna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스트레칭으로 하루를 시작하려고 했는데 정말 침대가 내 몸에 꼭 맞게 맞춰진 것처럼 날 흡수했다. 그래도 알람 소리에 일어나 정신을 차리려고 목과 팔 스트레칭을 간단히 하고 있는데 뚜왈렛이 도착했다. 조금 이른 시간에 온 간호조무사는 내가 제일 싫어하는 말 많은 아줌마였다.


오늘은 화요일이라 할머니의 머리도 감겨드려야 하는데 이 여자와 함께라면 정말 힘들 것 같다는 생각을 했고 그 예상은 적중했다. 말도 더럽게 많고 요구사항도 많고 쓸데없는 참견까지 많았다. 약 40분가량 소요되어 모든 임무수행이 끝났다. 아침부터 기 빨리는 기분이었다. 20일 정도 뚜왈렛을 하다 보니 간호조무사들의 스타일도 대충 파악되고 나도 나름 전문가가 되어 가고 있었다.


점심을 먹은 뒤엔 건강을 위해 조깅을 하러 갔다. 운동복을 입고 텀블러에 시원한 물을 가득 담아 집을 나섰다. 어제 받은 노래들을 들으며 동네를 걷다가 앙발리드부터 살짝 뛰기 시작했는데 정말 금방 다리가 아파왔다. 종아리도 아닌 종아리 앞부분, 정확히는 정강이 쪽 근육이 당기기 시작했다. 준비운동 없이 시작해서 그런가 싶어 공원 구석에 가서 간단히 스트레칭을 좀 하고 알렉산더 3세 다리 밑으로 내려갔다. 뛰어야 하는데 다리가 아파서 그럴 엄두도 못 내고 조금 빠른 걸음으로 걷기 시작했다.


오르세 미술관까지 찍고 다시 돌아가는 길에는 천천히 뛰었다. 중간중간 쉬면서 물도 마시고, 친구와 연락도 하고, 다시 뛰고를 반복해 동네로 돌아왔다. 약 2시간가량 운동을 했는데 나중엔 엉덩이 근육까지 아파오더라. 얼마나 몸의 근육들을 안 썼으면 조깅 한 번에 이렇게 만신창이가 되는지. 내일도 뛸 수 있을지가 걱정이다. 집에 돌아와 목욕을 하니 나른하니 기분이 좋았다. 다리는 아직도 아프지만.


운동 조금 했다고 배가 고파 저녁시간까지 꼬르륵거렸다. 맛있게 밥을 먹고, 저녁 임무수행까지 마치고 지금은 침대에 누워서 이걸 쓰고 있다. 다리가 땡겨 오는 것이 내일 아침에 아마 알이 배겨있을 것 같은 불길한 예감이 든다. 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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