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의 안나 54
이상한 꿈을 꿨다. 묘한 기분으로 일어나 아침을 먹고 임무수행을 끝마쳤다. 70번 버스를 기다리다 앞에 보이는 집이 멋있어서 사진을 찍었다. 1800년대 후반에 지어진 집이었다.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집과 나이가 비슷하다. 이제 파리의 집들을 유심히 관찰해보려고 한다. 아무튼 오랜만에 마레지구에 갔다. 버스를 타고 도착한 시청 앞. 비치볼 대회는 이제 끝이 났나 보다. 경기장을 철거하고 있었다.
나는 자연스레 프리피스타로 향했다. 열심히 뒤졌지만 3호점에서는 수확이 없었다. 이어 찾아 간 2호점은 옷보단 가방들이 눈에 들어왔다. 결국 고심 끝에 까만 토트백 하나를 샀다. 5유로라는 저렴한 가격에 무난한 디자인과 괜찮은 상태. 원했던 겉옷이나 니트를 구하지는 못했지만 어쨌든 쇼핑을 해 기분이 좋아졌다. 마지막으로 들른 1호점에서는 열심히 고를 힘이 없어 조금 보다 그냥 나왔다. 근처에 LCL 은행이 보이기에 현금을 인출했다. 기계의 버튼이 잘 눌리지 않아 애를 먹었지만 처음의 시도보단 훨씬 쉽게 300유로를 찾을 수 있었다. 요새 유로 환율이 내려가는 추이라 기분이 좋다. 영수증까지 확실히 챙겨서 다시 시청 앞으로 버스를 타고 간 뒤, 70번 버스 정류장을 찾아 헤맸다.
지하철역으로 내려가 지도를 보고 위치를 파악한 뒤 3번 출구로 나갔다. 시청역이 종점이라 정차된 버스를 만날 수 있었다. 창가에 자리를 잡고 앉아 사람들을 구경하니 곧 출발했다. 그런데 버스가 동네에 가까워지자 생각했던 방향으로 가지 않고 가로질러 가는 것이었다. 집까지 좀 걸어야 하는 곳이었다. 눈앞에 프랑프리가 보이기에 젤리나 사서 가야겠다 싶어 들어갔다. 그런데 집 근처 프랑프리보다 0.06유로가 더 비쌌다. 겨우 0.06유로 아끼자고 크래코트를 샀는데 집에 와서 확인해보니 오샹에서 샀던 크래코트는 1.54유로였고 오늘 내가 산 크래코트는 2.14유로로 0.60유로를 손해 본 셈이다. 괜히 돈 좀 아끼려다 10배를 손해봤다. 적은 돈이지만 그래도 기분이 유쾌하진 않았다.
집에 돌아와 쉬다가 오후 임무수행을 마치고 옷을 갈아입은 뒤 조깅을 하러 갔다. 오늘 날씨가 정말 좋아서 공원에 사람이 꽤 많았다. 어제처럼 걷다, 뛰다를 반복했는데 알이 배긴 상태에서 하려니 다리가 정말 아팠다. 그래도 조깅하는 다른 사람들을 보며 자극을 좀 받았던 것 같다. 그들은 모두 쉬지도 않고 계속 뛰었다. 그런데 이상하게 나만 반대 방향으로 뛰고 있었다. 조깅러들의 정해진 방향이 있는 건가? 난 그냥 내 페이스를 유지하며 내가 가고 싶은 방향으로 갔다. 한 시간을 채우고 잠시 벤치에 앉아서 다리를 풀어주는데 신발에 벌레들이 다닥다닥 붙어있었다. 정말 작은 벌레였지만 기분이 더러웠다. 한 10분 쉬고 집으로 걸어갔다.
다리 상태는 이미 너덜너덜. 배도 고팠다. 집에 와서 샤워를 하고 저녁밥이 될 때까지 기다렸다. 저녁 메뉴는 닭볶음탕! 정말 딱 맛있게 매운 맛이었다. 어제 사 온 칭따오 맥주까지 곁들이니 금상첨화였다. 왜 칭따오가 유명한 지 알겠더라. 정말 상쾌한 맛이었다. 기분 좋고 배부르게 저녁 식사를 마치고 방에서 시간을 보내다 지금은 저녁 임무수행까지 끝마친 상태다. 매일 저녁마다 오는 아줌마는 정말 행동도 말투도 표정도 불친절하다. 할머니도 그걸 아시는 지 이 여자가 올 때마다 기억을 잘 못하신다. 간만에 알코올을 들이켰더니 더 피곤한 것 같다. 일찍 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