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이 뚝뚝

파리의 안나 58

by Anna

우울한 아침이다. 활기찬 월요일은 무슨. 아침 9시가 되도록 침대에서 일어날 줄 모르고 뒹굴다가 급히 아침을 먹고 임무 수행을 마쳤다. 내가 제일 싫어하는 말 많은 아줌마였다. 한숨이 절로 나왔지만 그녀가 하는 말을 대부분 알아듣지 못해서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도움을 마쳤다. 할머니의 엉덩이에 작은 욕창이 생겼는데 며칠 째 가라앉지 않아 걱정이다. 따라서 오늘은 옆으로 돌려 눕혀 두었다.


날씨가 꾸리꾸리 한 게 정말 비가 올 것 같았다. 저번 주는 내내 맑음이더니 이번 주는 내내 비 소식이 들려와서 불안하다. 다시 침대에 누워 가족 카톡 방에 옷은 도대체 언제 보내 주냐고 조심스레 물었는데 돌아오는 대답은 여전히 같았다. 피곤해서, 바빠서 라는 핑계로 2주째 약속을 미뤄오는 가족들에게 화가 났다. 난 당장 이곳에서 입을 옷도 없이 추위에 떨고 있는데 계속 나중에, 다음에 하며 미루는 것이 섭섭했다.


분명 저번 주 금요일에 옷을 싸서 이번 주에 보내준다고 해놓고는 주말엔 일이 있어 하지 못했다고 오늘도 피곤해서 못 할 것 같다고 하면 나는 도대체 뭐라고 대답해야 하는 건지. 짜증도 나고 화도 났지만 그걸 다 표현해버리면 정말 옷을 영영 안 보내줄 것 같아 최대한 억누르고 내 상황을 말했다. 그러니 아빠는 내 기분이 심각한 줄 모르고 농담을 던져 왔다. 갑자기 서러움에 눈물이 뚝뚝 흘렀다. 프랑스에 와서 처음으로 흘린 슬픔의 눈물이었다.


진지하게 한 마디 하니 내일모레 즉 수요일에는 보내겠다는 미적지근한 답을 얻어냈고 나는 오전 내내 저기압이었다. 친구들에게 하소연해도 풀리지 않는 기분이었다. 어째서 항상 가장 가까워야 하는 가족이 내 마음을 가장 모르는 것일까? 그런 기분으로 무기력하게 시간을 보내다 점심을 먹고 다시 침대 속으로 들어갔다. 오늘 외출은 글렀다. 비까지 내리기 시작했다. 조깅해야 되는데.


사실 다 귀찮다. 재미 삼아 즐겨 보는 별자리 운세는 이번 주의 나에게 좋은 운과 나쁜 운이 동시에 들어온다고 말했다. 그럼 오늘이 그 나쁜 운의 시작인가? 내일은 학원 친구 예현이가 파리에 오는 날이니 좋은 운이 들어올 예정인 것 같다. 기운 내야지.

이전 17화Je voudrai 후렌치 프라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