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의 안나 71
추석 연휴다. 어젯밤 언니와 함께 빚은 송편으로 아침을 해결했다. 엄청 맛있진 않았지만 생긴 건 그럴듯했다. ‘렁티’를 넣은 퓨전 송편을 꿀에 찍어 먹었다. 그렇게 배를 채우고 임무 수행을 마친 뒤 할아버지와 함께 성당에 가려고 헐레벌떡 준비를 했다. 화장도 대충 하고 10시에 성당으로 향했다. 몽파르나스 타워를 지나 그림시장 구경도 하고 (정말 멋진 그림들이 많았다. 비싸겠지.) 몽파르나스 공동묘지를 지나 수녀원 안에 자리한 한인 성당으로 들어섰다.
입구에서 신부님과 마주쳤는데 할아버지와 반갑게 인사하시고, 나에게 악수를 청하셨다. 누구냐는 물음에 웃고만 있으니 할아버지께서 나를 손녀라고 소개하셨다. 그랬더니 성당 분들 대부분이 나를 정말 할아버지의 손녀로 알고 반갑게 맞아주셨다. 자리를 잡고 앉아 할머니의 친구 분들과도 인사를 나누고 미사가 시작되었다. 신부님의 설교를 듣고, 제사를 지내고, 성가를 따라 부르고, 기도를 드리고, 2유로의 작은 십일조까지 냈다.
미사는 약 2시간이 넘게 진행되었고 새로운 경험이라 신기하기도 했지만 솔직히 많이 지루했다. 빨리 집에 가고 싶은 생각뿐이었다. 겨우 미사가 끝나고 점심을 먹으러 식당으로 내려갔다. 사람들이 굉장히 많아서 줄 서는 것부터 일이었는데, 할머니의 친구 분인 소피라는 분께서 감사하게도 한쪽에 할아버지와 나의 밥까지 준비해두셨다. 배불리 밥을 먹고 드디어 집에 가는 길! 날씨가 정말 좋았다.
몽파르나스 묘지도 들려 사르트르의 묘지도 보고, 2009년에 돌아가신 소피 할머니의 남편 분이자 할아버지의 친구 분의 묘도 들렀다. 집에 돌아와 옷을 갈아입고 물을 벌컥벌컥 마신 뒤 휴식을 취했다. 아침부터 연락을 못한 친구와 이야기도 나누고 예능 프로그램도 다시 보기 했다. 그 이후 오후 시간은 다른 날과 똑같이 보냈다. 내일이 추석인데 이곳에서 가족과 떨어져 있다는 것이 조금 슬프다. 더 외로운 마음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