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공룡 그림일기 >
#. 받아주세요
하던 일을 그만두고 본가로 내려온 지 벌써 3개월도 넘었네요. 제가 집에 내려와 지내게 되면서 가족의 입은 하나 더 늘게 되었고, 그만큼 집에 구비해 놓은 간식과 먹을거리 들은 빠르게 떨어졌죠. 입만 늘어난 게 아니라 사용한 수건과 옷가지 등 빨래 거리도 늘었죠. 그럼에도 늘 채워져 있는 수건과 항상 깨끗하고 이쁜 냄새가 나도록 세탁된 옷가지들을 보니 엄마에게 너무 미안했어요. 용돈을 드려도 모자란 마당에 집에서 지내고 있는 아들을 보며, 집에 항상 사다 놓는 간식들... 엄마에게 생활비 명목으로 돈을 조금 드렸지만, 절대 받으시지 않더라고요.
생각 끝에 결국 엄마가 출근했을 때, 자주 입는 옷 주머니마다 5만 원씩 넣어두었습니다. 그리고는 엄마가 그 옷을 입고 주머니에서 자연스럽게 5만 원을 꺼내 쓸 수 있도록 연기까지 할 생각. 분명 돈을 발견한 엄마는
"웬 돈이지?"
라고 말할 것입니다. 요즘 자주 깜빡한다고 치매 오는 것 아니냐며 걱정하시는 엄마에게 죄송하지만 거짓말을 해야겠습니다.
-"엄마 자주 깜빡깜빡하더니 돈까지 깜빡하시고~ 이러다가 아들도 잊어버리는 거 아니셔요~?"
이렇게 주머니에 있는 5만 원들은 모두 엄마의 돈으로 만들어줄 계획을 세웠습니다. ㅎㅎㅎㅎㅎ
적은 돈이지만, 엄마가 꼭 필요한 곳에 잘 쓰셨으면 좋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