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공룡 그림일기 >
어렸을 때부터 엄마는 제게 많은 것을 알려주셨어요. 그중에서 '배려하고 양보하며 어려운 사람을 도와야 한다'라는 좋은 사람이 되는 방법에 대해 강조해서 알려주셨어요. 그게 가장 중요한 줄만 알고 자라왔고, 엄마도 보여주기라도 하듯 한 평생을 그런 모습으로 살아왔습니다.
하지만 어느 정도 머리가 차고, 성인이 됐을 때부터 느꼈어요. 내가 배려하고 양보한 만큼 세상이 아름다워 지지 않는다는 것을...(물론 무언가를 바라고 배려하고 양보하는 것은 아니지만). 게다가 엄마는 본인이 난처한 상황이고 힘든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상대를 배려하는 모습까지 보였어요. 그 부분이 제가 엄마에게 쓴소리를 하게 된 이유일지도 모르겠네요. 엄마의 동료가 아파서 쉬면 푹 쉬다오라고 하면서, 본인이 아파서 쉬어야 하는 상황이면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 간다고 꾹 꾹 참고 일하는 모습에 화가 났어요.
결국 엄마에게 말했습니다.
"엄마, 엄마가 누군가의 동료이기 전에 우리 가족이고, 내 엄마이며, 무엇보다 중요한 건... 엄마 본인이 가장 최우선이야 한다는 거야. 그래야 남을 돕고 남에게 배려하고 남에게 양보도 할 수 있는 거야. 엄마가 건강해야."
생각해보니, 엄마가 제게 알려주었던 것의 반대 개념을 반대로 제가 엄마에게 알려주고 있더라고요. 엄마가 더 이상 본인에게 소홀하지 않도록 제 속에 있던 타락의 존재가 깨어나 엄마에게 쓴소리를 했나 봅니다. 하지만 엄마는 역시 엄마더라고요.
"에이 어떻게 그래... 이게 좋아 아들."
결국 엄마의 고집을 꺾진 못하겠고... 이젠 엄마가 건강만 잘 챙기길 바라고 있습니다. 정말 욕심 안 부리고 조금만 더 본인에게 신경을 써줬으면 좋겠네요.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