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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지테 Apr 15. 2019

5개의 자격증을 요리하다(完)

이것은 출발선에 지나지 않는다 

대학교에 들어간 순간 수능은 의미를 잃고 나는 내 노력의 의미를 찾았다


전문대를 일명 속된 말로 '좆문대'라고 넷상에서는 많이 표현한다. 상당히 거친 표현이다. 그만큼 우리 사회는 학벌사회를 벗어나고는 있지만, 아직까지 우리의 인식은 전문대를 흔히 돈만 주면 들어가는 대학이라는 이미지가 강하다. 나 또한 그런 생각을 버리려 해도, 실제 전문대 출신으로 그런 말을 들어도 반박하기 힘든 이유는 정말 공부하는 애들이 별로 없다. 그러니 만약 당신이 전문대 다니는 재학생이라면 나름 선배의 입장에서 피가 되고 살이 되는 조언이니 참고하기를 바라보며 글을 이어간다. 


전문대와 일반 4년제 대학과의 큰 차이점은 바로 기술을 배우느냐 학문의 깊이를 파고드냐의 차이가 아닐까 싶다. 물론 기술직이라고 학문에 대한 깊이가 없지는 않으나 대체로 몸으로 체득해야 하는 과들이 많다. 내가 다녔던 '호텔조리학과'또한 그러했다. 4년제 대학은 안 다녀봐서 모르겠지만 대체로 대학교에 가면 혜택을 볼 수 있는 것이 정말 많다. 교환학생이라던가 각종 동아리에 들어가서 대회도 나가보고 전문대 같은 경우 자격증 취득을 위한 지원도 많다. 뒤에서 다루겠지만 특히 자격증은 전문대 다니는 학생이면 못 따면 바보일 정도다. (물론 학교 사정에 따라 다를 수는 있다)



2011년 대학교에 입학을 하던 해 그리고 이때까지의 내 인생 중 가장 술술 풀린 해가 아닐까 싶다. 사실 나는 '좆문대'라 표현받는 이곳조차 힘들게 들어왔다. 고등학교 2학년 겨울부터 줄곧 일본어와 요리 자격증 공무만 해왔고 수능으로 대학을 갈 생각도 없었고, 수능 공부의 필요성조차 느끼질 못 했다. 때문에 나는 나만의 방식으로 내가 갈 길을 개척해야만 했고 그런 인지 조차 없었지만 나는 스스로 그렇게 길을 만들어서 갔다. 그나마 호텔조리과는 특별전형이 있었기에 자격증을 두 개 가지고 있던 나에게는 행운이었고, 그것이 길을 만들어 주어 전국에 몇 군데 전문대에 진학할 수 있었는데 사실 전부 맘에 들지 않았다.(지금 생각해보면 복에 겨운 일이었다) 어디로 가야 하나 고민하던 차에 지금의 모교에서 전화가 걸려왔다 그 당시 학과장이신 교수님이셨는데 예비로 합격이 되어서 합격처리를 할지 말지 선택하라는 내용의 전화였다. 나는 그 전화가 얼마나 감사한 일이었는지 몰랐지만 그때는 한번 생각해보겠다고 하고 전화를 끊었던 거 같다. 바로 아버지께서 이 소식을 듣고 가겠다고 말하라고 전화하셔서 얼떨결에 가게 되었다. 


사실 왜 그리 망설였냐면 그때 당시 일본어를 공부했었고 일본으로 유학을 가고 싶었다. 마침 알아보니 세계 3대 요리학교 중 한 곳인 '츠지조리사전문학교'라는 오사카에 있는 유명한 곳을 알게 되었고 들어가고 싶었으나 상당한 비용의 학비와 졸업하고 학위가 없다는 점 그리고 거기 출신 선배들도 일본에서는 취업이 안된다는 점을 알게 되어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물론 지금도 요리 쪽은 비자받기가 어렵다)


그렇게 여차저차 들어가게 된 S전문대 비록 들어갈 때는 예비로 들어갔지만 입학한 순간부터 수능성적은 리셋이 되고 오히려 자신이 들어간 과의 대한 스펙이 있거나 배경지식이 많을수록 수능제도에 빛을 보지 못한 이들이 빛을 보기 시작했다. 그중 한 사람이 나였다. 전문대의 특성상 취업률이 가장 큰 평가대상인데 취업률과 연관이 깊은 것이 자격증이었고 각 전문대에서는 학생들에게 자격증 하나라도 취득시키기 위해 혈안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몰라도 입학 전부터 조리기능사 자격증이 두 개였던 나는 학점부터 가산점을 받고 시작했다.(물론 학기 중에 취득한 학생들도 가산점이 들어갔다) 그래서 학생들 또한 자격증을 준비하기 시작하고 같은 반이 된 동기중 몇 명은 나에게 자격증에 대해서 팁과 노하우를 알아내려고 친해지기도 했다. 

도전은 그 자체의 의미에 있다

  

난생처음 내가 원하는 공부와 적성에 맞는 것을 배우고 실습하다 보니 학교에서 강의를 듣고 공부를 하는 것이 재미있었다. 그렇게 처음으로 공부란 것이 재미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도 1학년 첫 학기가 가장 성적은 안 좋았지만 다른 동기들은 몰라도 난 내 대학교 생활은 즐거운 기억이 가득하다. 내가 원해서 공부하고 원해서 자격증도 취득한 것이니 그럴 만했다. 역시나 대학교는 각 지역에서 모이기 때문에 다양한 사람들이 존재했는데 특히 중학생 때 생에 첫 큰 좌절을 맛본 한국조리과학고 출신들도 있고 거기가 아니어도 조리특성화 학교로 이미 고등학교 때부터 요리를 3년간 배운 동기들이 몇 있었다. 나는 인문계 출신임에도 2개의 자격증을 가진 것은 꽤나 큰 프라이드였는데 여기서 한번 경쟁심이 생겼다. 당시 학교 탑이었던 동기가 5개를 가진 것으로 기억나는데 그래서 그랬는지 나도 5개의 조리기능사 자격증을 취득해보겠다 마음먹었던 거 같다. 


양식조리기능사 다음으로 도전한 것이 중식조리기능사였는데 재밌게도 시험장이 모교였던 적이 두 번이나 있다. 처음 한 번은 입학 전이었고 두 번째는 입학 후였다. 물론 나는 교수님 백을 받기 싫어서 교수님들에게 얘기한 적은 없지만 모교에서 시험 본거로 최종 합격을 하였다. 중식 시험은 양식보다는 덜 떨어졌지만 4번의 도전을 하여 취득한 터라 중식 시험도 꽤나 고군분투했었다. 중식조리기능사 합격은 대학교 1학년 1학기 때 취득했고 그 후 여름방학이 되기 전 학교에서 겸임교수를 하시던 분이 사단법인 자격증으로 '한식 메뉴 개발사'라는 자격증에 도전할 학생들을 모집했고 나는 대학교 다니는 동안 뭐라도 많이 남기고 싶어서 도전하였다. 실기시험을 봤었는데 한식조리기능사 시험의 레시피들하고 비슷했고 시험 보기 전 어떤 레시피가 나올지 정보 누설로 미리 알고 있었고(사실 이런 건 잘못됐다 생각한다) 대부분의 도전했던 학생들은 다 합격하여 자격증을 받았었다.(근데 이 자격증은 지금 보니까 없어진듯하다;;) 


그 후 대학교 1학년 2학기에 자격증이 필요한 친구 한 명 하고 같이 일식에 도전하고 싶은 친구 한 명이 모여서 셋이서 의정부로 요리학원을 다니게 되었다. 그전에 동두천에서 다니던 요리학원은 양식조리자격증을 취득하고 그만뒀었다. 그니까 약 1년 정도 후에 두 번째 요리학원에 다니게 된 것이다. 그러면서 마침 2학기 수업 중에 일식 자격증과 관련한 실습을 했고 덕분에 학교에서도 연습하고 방과 후 학원에 가서도 연습하여 한 달 반 정도 짧은 기간에 일식 전 레시피를 두 번 정도씩 실습할 수 있었다. 더 행운이었던 것은 시험장에 가기 전 일식을 가르쳐주신 교수님께 일식 자격증 시험을 보는 걸 알려드렸더니 그날 시험관으로 오셨던 것이다. 그게 우리 때문이었는지 아니면 원래 예정이었는지는 모르겠으나 굉장한 행운이었다. 일식조리기능사는 정말 행운이 많이 겹쳤는데 심지어 그날 본시험과제는 전날 학원에서 연습했던 레시피가 나왔었다. 그래서 첫 실기시험에 바로 합격의 영광을 거머쥐는 행운이 왔었다. 그렇게 2011년도 대학 입학부터 시작해 조리기능사 자격증 두 개를 추가 합격하고 지금은 없어졌지만 사단법인 자격증도 하나 취득하고 모든 노력이 보상받은 황금 해가 되었다.

마지막 복어 자격증 또한 군대 갔다 온 후 복학하여 학교를 다니던 중 마지막 학기 때 새로 생긴 복어 자격증반이 있어서 도전하게 되었고 정말 합리적인 가격에 일식 장인 교수님께 직접 배우면서 방과 후 혼자 남아 연습하는 쓸쓸함이 있었지만 운이 좋게 시험장이 모교에서 치러졌고 합격은 절반 정도 하였는데 그중에 한 명이 되는 행운을 다시 한번 얻으면서 마지막 5번째 조리기능사 자격증을 취득하게 되었다. 


 내가 위에 언급한 행운들은 '좆문대'라 불리는 전문대를 들어갔기에 생긴 행운이다. 결국 사람은 주어진 환경을 탓하기보단 어떻게 주어진 것들을 잘 이용하고 활용하며 그 안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는것이 중요하다 생각이 든다. 분명 같은 동기들끼리도 졸업할때까지 자격증하나 못딴 사람이 등장하는걸보면 여기저기 비교하고 질투하고 세상을 원망하기보단, 내가 가진 환경에 집중을 하자 그러한 마음가짐이 나를 성장시킨다.



자격증은 내 노력의 증거이며 절대 실력은 아니다


운전면허증이 있다고 모두가 운전을 잘하는 것이 아니듯! 자격증이란 노력에 대한 증거고 이 정도의 수준과 지식은 갖추었다는 결과물일 뿐 착각해서 실력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위험하다. 나처럼 운이 좋아 5개의 조리자격증을 얻는 경우도 있지만 그렇다고 내가 불합격한 사람들보다 요리를 월등히 잘하는 건 절대 아니기 때문이다. 실제로 졸업 후 프로들의 주방을 경험해보니 재야의 고수들이 넘처났고 이 직업 특성상 경력이 곧 실력이기 때문에 집안이 요리 계통인 애들을 넘어서기란 쉽지 않아 보였다. 아무튼 내가 가진 5개의 조리기능사 자격증은 복어를 마지막으로 졸업 전에 모두 끝마치게 되었다. 그러나 부제목에서도 언급했듯이 이건 출발선에 지나지 않았다. 사회에서 바라보는 시선과 내가 생각하는 시선은 너무나도 달랐기 때문이며 그런 풍파가 있기에 이런 글도 쓰게 되었으니 말이다. 



 이 글에서 결국 독자분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만약, 대학생이라면 대학생 때 할 수 있는 것들에 대해 도전해보라고 말해주고 싶다. 그것이 동아리가 됐던, 다른 외부기업에서 주최하는 대외활동이 됐던, 중요한 것은 의미 있는 노력으로 보낸 시간을 만들어 결과물을 쌓는 것과 대학생 때 이루었던 업적들로 사회에 발을 내딛을 때 결코 자만하지 말라는 것! 이 말을 전해주고 싶다. 

분명 저도 미생이며 구독자분들보다 어릴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조금은 건방져 보일수도 있고 제 생각이 틀릴수도 있습니다. 때문에 언제나 비판은 환영입니다 하지만 비난은 수용하지 않겠습니다. 보다 더 좋은 글을 쓸수 있는 브런치 작가가 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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