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신지테 Mar 15. 2020

최악의 시기에 창업했습니다

이시국씨를 불러와 혼을 내주고 싶다

나는 늘 망설였다. 스스로 길을 개척하며 살고 세상이 정해놓은 길을 가지 않고 나만의 길을 가고자 하였으나 뒤돌아보니 그렇지 않았다. 무언가 선택을 해야 할 때 다른 사람의 의견 없이는 큰 결정을 하지 못하였다. 그런 내가 창업이라니 심지어 동업!


창업을 본격적으로 생각해본 것은 작년 가을 즈음부터였을 것이다(사실 그전부터 언젠가 내 사업을 하리라 마음먹었지만 늘 핑계만 대고 무모함을 갖지 못하였다) 늦가을 무렵 내게 창업의 방아쇠를 당긴 것은 어머니였다. 사실 그때의 나는 히키코모리와 같이 자취를 하면서 월세도 제대로 못 내는 주제에 일도 구하지 못하고 아무것도 못하며 그저 하루하루 나태함과 게으름과 게임에 쪄든 인생 막장이었다. 물론 그 무렵에도 무언가 계속하려고 문을 두드리고 새로운 길을 가고자 나름의 노력은 해봤지만 역부족 인상 황이고 끄끝내 다시는 돌아가기 싫은 주방으로 돌아가야 하는 기로에 놓였었다. 하지만 그런 나를 안타깝게 지켜봐 주고 믿어 주신 어머니는 돈을 빌려줄 테니 창업을 해보는 것이 어떻겠냐는 것이었다. 


나는 어렸을 때부터 부모님께 민폐를 끼치는 것이 싫고 도움받고 내 인생에 간섭을 받는 것이 너무 싫었다. 때문에 20살이 되면 독립해서 하루라도 빨리 집을 나가야겠다 생각했고 나름 워킹홀리데이와 서울에서 자취를 하고 직장을 다니던 재택근무를 하던 디지털 노매드가 되던 버텨왔는데 작년에는 그러지 못했다 내가 봐도 아마 인생 최악의 시기를 뽑는다면 현역 때 아니면 작년이라 말할 수 있겠다 그만큼 무력하고 또 무력했다.


다시 이야기로 돌아오면 그래서 작년 늦가을 나는 계속 고민을 했다 창업을 할 것인지 어쩔 것인지를... 그 무렵 친하게 지내는 대학동 기녀석 한 명이 같이 창업을 하자고 부추겼다. 그 녀석도 본디 남의 밑에서 일하는 것이 안 맞는 성격인지라 특히 주방일은 더더욱 그랬고 서로 비슷한 처지였기에 마음이 통했던 것이었을까 그럼에도 나는 계속 망설였다. 결정적인 한방은 그 친구의 퇴사였다. 사실 같이 상가 물건도 보러 다니고 여러 가지 창업에 대해서도 알아보고 있었지만 나는 마음이 크게 기울지는 않았다. 이유는 한 가지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리라. 요리가 전공이기는 하나 어디 대단한 주방에 들어가 기술을 전수받거나 나만의 스페셜리티를 가진 것도 아닌데 과연 잘 해날 수 있을지 자신이 없었다. 그런데 좋은 조건의 직장을 떄려치고 나온 친구의 부추김과 그 친구는 나와 창업하는 것을 철석같이 믿고 있었는데 그를 배신하는 것도 자신이 없었다. 하여 자의 반 타의 반으로 동업 그리고 요식업 창업을 시작했다.


본격적으로 마음을 먹고 상가 구하는데 힘을 썼다. 최악의 경기일수록 무권리의 저렴한 상가들이 많은 것은 불행 중 다행이었다.(물론 이게 현재로는 좋았던 거였는지도 의문) 그래서 정말 저렴한 상가들을 찾아 발품을 많이 팔았는데 아무래도 서울은 우리가 찾는 매물이 없었다. 워낙에 돈이 없었던지라 보증금 1000 이상짜리는 엄두도 못 냈고 그마저도 권리금이 조금이라도 잡혀있으면 고개를 저었다. 그러던 중 원하는 매물과 비슷한 매물을 찾았는데 양주시 덕정역 근처 10분 거리에 있는 골목 배달전문상가였다. 그 가게를 찾아가 사장님과 얘기를 나눴는데 보증금과 월세는 저렴했지만 시설금이라는 명목으로 300 정도를 요구했다 물론 사용할 수 있는 시설도 꽤 있긴 했으나 그 당시 제대로 알지 못한 우리는 그 금액이 터무니없다 생각했고 무엇보다 우리가 아니더라도 계약기간 내에 못 처분하면 다 폐기를 해야 하는 시설들이라 돈을 받기는커녕 처분비가 훨씬 들것을 우리는 알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가장 큰 이유로는 그 당시의 우리는 급하지 않았다 창업은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 특히 나는 더욱 그랬다. 왜냐하면 일본으로 돌아가 다시 워킹홀리데이 때처럼 주방일을 시작해보려는 것이 컸었고 가능성도 커 보였기 때문이다. 결국 현재는 오너 셰프로 요식업 창업을 했지만 말이다. 다시 이야기로 돌아오면 그 사장님 가게는 총 3번의 방문을 하였는데 결국 마지막에는 처음에 같이 일했던 주방 아주머니가 인수를 한 것으로 알고 있다. 우리도 여러 군데 다녀본 결과 그 시설금을 주고라도 들어가는 게 가장 베스트다 라고 생각을 했는데 이미 늦어버렸다.



현재 의정부 가능동에 위치한 '카오루'라는 초밥전문점에서 오너셰프를 맡고 있습니다. 저의 지난 몇달간의 창업 고난기 그리고 현재진행형인 청년요식업창업의 실상을 낱낱히 날것그대로 적고 있습니다

보다 저 많은 '카오루'의 소식을 알고싶은 분들은 아래 블로그 주소를 들어가주세요 ㅎㅎ

http://blog.naver.com/ghfjvb465

이전 10화 정답이 한 개일 때가 좋았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