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니는 회식 자리에서도 그렇게 경직돼 있어?"
생각 많아 느린 나는
거침없는 그녀의 말투를 좋아한다.
규정에 맞춰 올바르게
바른 자세로_
남의 시선에 맞추는 게
익숙하다 못해 당연해서
혼자 있을 때조차
어깨와 턱에 힘을 준 채
어딘지 모르게 불편한 모습
그녀의 말에
평소의 내가 긴장 상태임을 알았다.
이완을 익힌 건
그 후로도 한참이 지나서였다.
편안함보다 불편함이 편했으니까.
편안함을 몰랐다.
모르는 걸 자신에게 해줄 수 없었다.
사회생활에선
아무 어려움이 없었으나,
결혼 후 집안에선 달랐다.
가장 가까운 가족에게조차
잘난 모습, 못난 모습
그대로의 나를 보여주려 하지 않고
좋은 모습, 바람직한 모습만 보이며
역할에 충실하려 했으니...
빵 터지는 건 시간문제였다.
이리저리 맞춰주고
억지웃음을 짓다가
참지 못하고 가슴을 치던 날,
자신에게 편안함을 선물하지 못했던 나는
제일 편해야 할 사람들마저 불편하게 만들었으며
결국 서로에게 상처를 주었음을 알게 되었다.
"
어려우면 부탁하면 돼.
돌아가지 말고 비켜달라고 해.
신발 벗고 여기 발 올리면 편해.
뒤에서 빵빵해도 네 속도만 지키면 되는 거야.
남의 시간에 맞추지 말고 네 스케줄에 맞춰.
"
해보니 정말 좋은 것도 있었고
연습이 필요한 것도 있었고
그래도 하기 힘든 일도 있었다.
중요한 것은
불안하지만 불안한 줄 몰랐고
긴장하고서도 긴장한 지 몰랐던 내가
그 감정을 알아봐 주기 시작한 것이다.
그렇구나.
내가 지금 불안하구나.
내가 지금 불편하구나.
알아차리고 인정하면
흘려보낼 수 있다.
저항하는 것은 지속된다.
바꾸려고 노력하거나
없애버리고 싶은 마음이 강력할수록
부정적 감정은 오히려 더 들러붙는다.
조급함. 불안감.
잘 보이고 싶은 마음.
부족할까 봐 두려움.
그래 그런 감정이 있다.
그런 감정을 느끼기 싫다는 강박관념도 있다.
생각과 감정은 나의 일부지만
나의 전부는 아니다.
인지한다.
없애버리려고도 하지 않는다.
흘러가게 내버려 둔다.
그저 알아차릴 뿐이다.
"
이완해야 한다.
쉬어야 한다.
헌신해야 한다.
"
좋은 것도
또 하나의 규정이 되어선 안 된다.
이완하지 못하는 나도
쉬지 못하는 나도
만족하지 못해
끊임없이 '더'를 요구하는 나도
사랑하기 힘든 나도
미워하는 나도
괜찮아.
힘을 빼고,
그저 바라보는 거야.
편안함을 선물할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