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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레인 Apr 15. 2024

편안함을 선물할게.

"언니는 회식 자리에서도 그렇게 경직돼 있어?"


생각 많아 느린 나는

거침없는 그녀의 말투를 좋아한다.


규정에 맞춰 올바르게

바른 자세로_


남의 시선에 맞추는 게

익숙하다 못해 당연해서


혼자 있을 때조차

어깨와 턱에 힘을 준 채

어딘지 모르게 불편한 모습


그녀의 말에

평소의 내가 긴장 상태임을 알았다.



이완을 익힌 건

그 후로도 한참이 지나서였다.


편안함보다 불편함이 편했으니까.


편안함을 몰랐다.

모르는 걸 자신에게 해줄 수 없었다.


사회생활에선

아무 어려움이 없었으나,

결혼 후 집안에선 달랐다.


가장 가까운 가족에게조차

잘난 모습, 못난 모습

그대로의 나를 보여주려 하지 않고

좋은 모습, 바람직한 모습만 보이며

역할에 충실하려 했으니...


빵 터지는 건 시간문제였다.


이리저리 맞춰주고

억지웃음을 짓다가 

참지 못하고 가슴을 치던 날,


자신에게 편안함을 선물하지 못했던 나는

제일 편해야 할 사람들마저 불편하게 만들었으며

결국 서로에게 상처를 주었음을 알게 되었다.


"

어려우면 부탁하면 돼.

돌아가지 말고 비켜달라고 해.

신발 벗고 여기 발 올리면 편해.

뒤에서 빵빵해도 네 속도만 지키면 되는 거야.

남의 시간에 맞추지 말고 네 스케줄에 맞춰.

"


해보니 정말 좋은 것도 있었고

연습이 필요한 것도 있었고

그래도 하기 힘든 일도 있었다.


중요한 것은

 

불안하지만 불안한 줄 몰랐고

긴장하고서도 긴장한 지 몰랐던 내가

그 감정을 알아봐 주기 시작한 것이다.


그렇구나.

내가 지금 불안하구나.

내가 지금 불편하구나.


알아차리고 인정하면

흘려보낼 수 있다.


저항하는 것은 지속된다.


바꾸려고 노력하거나

없애버리고 싶은 마음이 강력할수록

부정적 감정은 오히려 더 들러붙는다.


조급함. 불안감.

잘 보이고 싶은 마음.

부족할까 봐 두려움.


그래 그런 감정이 있다.

그런 감정을 느끼기 싫다는 강박관념도 있다.


생각과 감정은 나의 일부지만

나의 전부는 아니다.


인지한다. 

없애버리려고도 하지 않는다.

흘러가게 내버려 둔다.

그저 알아차릴 뿐이다.


"

이완해야 한다.

쉬어야 한다.

헌신해야 한다.

"


좋은 것도

또 하나의 규정이 되어선 안 된다.


이완하지 못하는 나도

쉬지 못하는 나도


만족하지 못해

끊임없이 '더'를 요구하는 나도


사랑하기 힘든 나도

미워하는 나도


괜찮아.


힘을 빼고,

그저 바라보는 거야.


편안함을 선물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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