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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서 May 14. 2024

대학에 도전하다

지난한 과정, 새로운 시작

퇴원 후, 통원치료를 거듭해도 재발 이전 상태로 돌아가는 건 쉽지 않았다. 재발하면서 생긴 틱 증상도 한참 갔다. 겨울을 지내고, 다시 봄이 오고, 다시 여름이 와도 눈에 띄게 좋아지지 않았다.


일상생활에도 어려움이 있었다. 하루 12시간 넘게 잠을 잤다. 그리고 일어나 동네에서 농구를 하거나, 자전거를 타면서 시간을 보냈다. 탁구장에서도 쫓겨나고, 검도장에서도 쫓겨났다. 기분이 좋을 땐 불쑥 말을 걸고, 컨디션이 안 좋을 때는 불안한 모습을 보여서 다른 사람들이 싫어한다는 것이었다. 불쾌하지만 어쩌겠는가? 그 입장이면 그럴 수 있겠다 싶었다.


그렇다고 아이를 계속 집에만 둘 수는 없었다. 2016년 봄부터 나무는 검정고시 학원에 다니기로 했다. 매일 학원에 가서 수업을 듣기로 했다. 나무에겐 매일 어딘가 갈 곳이 필요했고, 규칙적인 생활 루틴이 중요했기 때문이다. 나무는 검정고시 학원에서 다양한 사연을 가지고 온 친구들과 가깝게 지냈다. 점심도 같이 먹으면서. 나무는 규칙적인 생활과 치료로 매일 1미리씩 좋아졌다. 그러다가 나빠지기도 하고. 그래도 전반적으로는 좋아지고 있었다.


그러면 그다음은 무얼 해야 할까? 우리는 고민했다. 결론은 대학 입학을 준비하는 것이었다. 약물치료의 방향은 정해졌으니 이제는 사회성 훈련과 인지기능 회복 방법을 찾아야 했다. 나무는 또래들과 함께 지내며 사회성 훈련을 하는 것이 필요했다. 중고등학교를 제대로 다니지 못했고, 소아기 발병과 오랜 기간의 투병 생활로 발달 지연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나무에게도 소속될 커뮤니티가 필요했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대학이었다.


나무는 검정고시 학원을 꾸준히 다니면서 과목별로 다시 시험을 봤다. 수능을 볼 준비는 되어 있지 않았다. 검정고시 성적으로만 갈 수 있는 대학을 찾아야 했다. 몇 군데 대학 캠퍼스를 직접 찾아가 보고 나무가 가고 싶은 대학을 정했다. 집에서 다닐 수 있는 전문대학과 지방에 있는 대학을 찾아갔다. 나무는 평지에 넓은 캠퍼스가 있고 봄이면 벚꽃이 아름답게 피는 오랜 역사의 지방 사립대에 원서를 냈고, 일반전형으로 합격했다.


나무는 입학을 앞두고 다시 전기경련치료를 받았다. 대학 생활을 준비하는 차원이었다. 치료를 받기 위해서는 1박 2일 입원을 해야 한다. 우리는 입원을 여행 가는 거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즐거운 척 짐을 싸고 농담을 나눴다. ECT는 전날 저녁부터 금식을 하고, 혈액검사, 심전도 검사 등을 하고 몸 상태를 확인한 다음, 다음날 오전 예약된 수술실에서 전신마취를 하고 1분 동안 뇌에 전류를 흐르게 하는 치료이다. 원래는 20번을 하기로 했으나 나무가 마취를 힘들어해서 14번까지 하고 중단했다. 그래도 치료에 도움이 되었다. 틱 증상도 없어지고 많은 것이 좋아졌다.


그렇게 새로운 시작을 준비한 2017년 3월, 나무는 공대 건축학과에 입학했다. 대학에 다니게 되다니. 2015년 3월, 도쿄에서 재발했을 때는 생각하지도 못한 일이다. 기숙사 짐을 챙겨주고 돌아서는데 또 눈물이 났다. 이렇게 한고비 한고비 지나가는구나 싶어서. 그리고 그 시간을 견뎌낸 나무가 고맙고, 우리가 대견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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