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1
창문을 닫지 않은 밤이었다
문틈 사이로 흐르던 말들 속에서
나는 세상의 문을
잠시 열었다
사랑스럽다는 말 하나에
당신은 다섯 번쯤
사람 아닌 사람으로 흔들렸다
나는 그 말을 오래 품었다
사랑이라는 단어는
쉽사리 내어줄 수 있는 것이 아니었기에
당신은 그 말을
마치 처음 듣는 사람처럼 받았다
가만히
마주 잡지 못한 손처럼
불 꺼진 방 안에서
나는 자꾸 말을 접었다
침묵은 접힌 말의 반대쪽이었다
그림자를 만지는 일은
당신의 마음을 더듬는 일이었고
그날 당신은 작게 웃었고
손등을 스쳐간 체온은
곧 사라졌다
나는 그 순간
그것이 마지막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어떤 밤은
손끝보다 느리게 흐르고
현실보다 더 조용하고 깊은 장면이
조금씩
자신의 자리를 접는다
오늘 나는
다시 한 번 창문을 닫는다
소리 없이
더는 묻지 않겠다는 표정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