핸드폰 개통 및 킨더 겔트 지급 정지를 신청하다
2015.06.24.
보호소에서 첫 밤을 보내고 다음날 아침 나는 보호소에서 일하는 G를 처음 만났다.
내가 보호소에 들어오게 된 경위에 대해서 설명하면서 나의 보호소 생활은 시작되었다.
남자만큼 몸집이 큰 금발의 그녀는 침착하면서도 쌀쌀맞지는 않게 나의 이야기를 담담하게 듣고 기록해나갔다.
내 이름으로 된 서류철이 만들어지고, 그녀는 나의 담당자가 되어 나의 공적인 업무 및 필요한 일들을 도와주기 시작했다.
그 시작은, 남편 앞으로 지급되던 킨더 겔트(양육수당)를 당장 지급 정지하는 일이었다.
독일어를 못하는 나는 절대 혼자 할 수 없는 일이었지만 그녀는 사무실에 앉아 전화 한 통으로 정지했다.
그다음으로 한 일은 핸드폰 개통이었다.
내가 독일에 없는 두 달 동안 남편이 내 핸드폰을 정지했기 때문에 핸드폰 개통이 가장 시급했다.
24일, 나는 ALDI 슈퍼에 가서 10유로짜리 ALDI TALK 카드를 샀다.
일종의 선불결제 유심칩인데 그걸 산 뒤 알디 사이트에 들어가 등록을 하고 핸드폰에 칩을 끼우면 최장 7시간 이내에 새 번호로 폰을 사용할 수 있다고 한다.
7시간은 뭐지.. 뭐든 느리다 독일.
나는 당연히 이런 거 할 줄을 몰라서..
아는 아기엄마가 놀러 오라고 한 김에 가져가 도와달라고 했다.
언젠가 소개할 기회가 있겠지만 이 친구는 빈이 또래 딸아이를 키우는 엄마이자, 그녀의 남편이 우리를 보호소를 소개해주고 데려다 주었다.
아주아주 친절한 그녀의 남편 덕에 나는 그 날부터 새 핸드폰 번호가 생겼고, 아주 빠른 인터넷도 이용할 수 있게 되었다.
아직 보호소 생활에 익숙하지 않을 때라 저녁까지 그 집에서 얻어먹고 왔는데, 그 따뜻한 집안 온기가 지금도 잊히지 않는다.
이 친구는 내게 빈이가 입을만한 아이 옷 몇 벌과 장난감을 챙겨주었다.
웃긴 건, 다 쓰고 나중에 돌려달라고 했다는 것.ㅎㅎ
다른 아기엄마 친구들도 다들 나에게 아이 옷과 책, 장난감을 전해주면서 그랬다.
독일에서는 아이 물건을 물려주고, 빌려주고, 돌려 쓰는 게 아주 익숙하다.
나중에 이 얘기도 차차 해야지.
*이 글은 현재 사건이 아니라 2015-2018년 사이에 제 블로그에 썼던 글을 옮겨온 것이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글 원본과 사진은 아래 블로그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https://m.blog.naver.com/frechdach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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