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이혼한다고 하니 다들 궁금한 게 많았다.
아는 사람이 열이면 열 번을 얘기해줘야 하니 힘들더라.
그래서 그냥 블로그에 올리고 읽으라고 했다.
아이가 옆에 있는데 매번 전화통 붙잡고 일이 이러이러하게 됐다며 남편 욕을 하는 것도 바람직한 일은 아닌 것 같기에.
블로그에 올리니 편하다.
또 내가 생각보다 잘 사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도 좋은 것 같다.
이혼한다고 맨날 눈물바람에 우중충하게 사는 건 아니니까.
만리타국에서 애 하나 데리고 이혼당한다고 우리 아빠는 내가 엄청나게 비참하게 사는 줄 알더라.
그렇지는 않은데...
그 자식의 가장 고마운 점이라면 독일 시민이라는 것.
그리고 내 아이가 독일 시민이라는 것.
그 덕에 나는 독일 정부로부터 독일 여권을 가진 아이의 보호자로서 함께 보호와 지원을 받고 있으니 말이다.
나는 여기서 나를 힘들게 하던 남편과 함께 살고 있지만 않을 뿐 내 자식도 있고, 내 방도 있고, 내 계좌도 있고, 내 돈도 있고, 나를 도와주는 많은 사람들과 나를 생각해주는 친구들과 이 총체적 난국을 잘 헤쳐나가고 있다.
더구나 그 망나니 남편으로부터 떨어져 나온 덕에 하루가 다르게 독일 생활에 잘 적응해나가고 있으니.
남편과 헤어지고 나서 나는 더 독일식으로 먹고, 독일 사람들과 더 많이 부딪히며, 독일 사회에서 살아가는 법을 몸소 배우고 있다.
이보다 더 좋을 수가 있을까?
생각하기 나름이다.
내가 우리 빈이와 잘 지내고 있다는 것을, 비록 어려운 상황이지만 그 와중에도 삶은 흘러가고 틈틈이 웃으면서 재미있게 산다는 것을 많은 사람들이 알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그 밑바탕에는 당연히, 우리처럼 어려움에 처한 사람들이 우리를 보고 힘을 내기를 바라는 마음이 깔려있다.
포기하지 말기를.
지금 이 어려움도 결국은 다 지나간다는 것을.
그리고, 동이 트기 전 새벽하늘이 가장 어둡다는 것을.
내 블로그를 방문하는 모두가 알았으면 좋겠다.
다들 힘내세요! ^^
*이 글은 현재 사건이 아니라 2015-2018년 사이에 제 블로그에 썼던 글을 옮겨온 것이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글 원본과 사진은 아래 블로그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https://m.blog.naver.com/frechdach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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