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출동한 일요일 밤

by 뿌리와 날개

일요일 밤에 보호소로 돌아와 아이를 재워놓고 P의 방에서 페퍼민트 차를 마셨다.

주말 동안 서로의 안부를 물으며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고 있는데 어디선가 음악소리가 너무 시끄러웠다.

그동안 매주 월요일이면 하우스 모임 시간에 꾸준히 거론되던 옆 건물 세입자의 음악소리였다.



헤비메탈이나 펑키한 음악을 시도 때도 없이, 볼륨은 말 그대로 '이빠이' 올리고, 창문도 다 열어놓고 쿵쾅쿵쾅 하는데 보호소 여자들의 원성이 자자했다.



낮이야 그렇다 쳐도 밤 12시, 새벽 3시에도 꺼질 줄 모르는 저 음악소리에 잠을 전혀 잘 수가 없다는 얘기를 자주 들었다.



재미있는 사실은, 옆 건물과 창문을 나란히 하고 있어 음악소리가 더 크게 들리는 왼쪽 라인의 방 여자들뿐만 아니라 반대쪽으로 창이 난 오른쪽 라인의 방 여자들도 음악소리 때문에 성 가셔 죽겠다는데 정작 나는 그 음악소리를 거의 들어본 적이 없다는 것이다.



내 방은, 옆 건물과 가장 가깝게 붙어있어 제일 큰 불만을 호소하는 A와 음악소리 때문에 두통이 온다는 P의 방 사이에 위치한다. 나 역시 창문을 늘 활짝 열어 놓고 살고.



음악소리 때문에 밤에 잠을 못 잔다는 다른 여자들과 달리 나는 그런 음악소리는 들어본 적도 없고 매일 꿀잠을 잤다.

내 잠을 깨우는 건 오직 하나,



내 아들 울음소리...








밤 10시가 넘었는데, 공연 실황 동영상이라도 틀어놨는지 콘서트장을 방불케 하는 열기는 점점 뜨거워져 나는 P에게 경찰을 부르자고 했다.



음악소리가 저렇게 시끄러우면 경찰을 불렀어도 진작에 불러야 했다.

아무도 신고를 안 하다니 이상하다.



잠 못 들어 힘들어하는 A의 방으로 갔더니 금, 토, 일 벌써 3일째라고 했다. 왜 신고를 안했냐고 물었더니 여기 사는 지난 1년 간 경찰이 여러 번 다녀갔지만 30분 뒤면 음악소리가 더 커진다고 했다.



그럼 다시 경찰을 부르면 되지 않냐고 했다. 음악소리가 아예 꺼질 때까지 몇 번이고 계속 부르면 자기들도 귀찮아 그만두지 않겠냐고.



다들 귀찮아서 내버려 두는가 본데 나는 이번 기회에 이 문제를 아주 뿌리 뽑아버려야겠다 생각했다.

그리고 나와 P는 1층으로 내려가 경찰에 신고를 했다.

아이가 자고 있는데 벌써 3일째 저런다며 내 이름으로 신고를 했다.



이런 소음 신고는 경찰이 오려면 30분도 넘게 걸릴 거라던 A의 말과 달리 5명의 경찰이 5분쯤 뒤에 도착했다.








누구 집에서 나는 소리인지 알 수 없어서 그런지 경찰들은 손전등으로 음악소리가 나는 방 창문을 향해 비추며 문을 열라고 했다.


그러나 10분이 다돼가도록 음악소리는 그칠 줄을 몰랐고, 나와 P는 A의 방에 숨어서 지하실이며 건물 앞뒤를 오고 가며 수색하는 경찰들 지켜보았다.



제복 입은 경찰들의 늠름한 모습에 멋지다고 감탄하며 이제 곧 조용해지겠구나 기대를 하고 있던 찰나, 음악소리가 꺼지고 이내 닭 볏처럼 펑크족 머리를 한 30대 정도 되어 보이는 남자가 끌려 나왔다.



그 남자는 5명의 경찰들에게 꼬박꼬박 말대답을 했고, A와 P는 그 남자가 쳐다볼까 봐 창에서 멀찌감치 떨어져 숨을 죽이고 그 소리를 엿들었다.


A는 남자가 끌려 나오자 바로 방 불을 끄고 복도 불이 새어 들어올까 봐 방 문도 닫았다.

나는 알아들을 수 없었기 때문에 커튼 뒤에 숨어서 그냥 상황을 지켜만 보았다.



이윽고 그 남자가 경찰을 향해 소리를 한번 질렀고, 잠시 후 그들의 대화를 엿듣던 P와 A가 동시에 두 손으로 입을 감싸며 "헉" 하고 화들짝 놀랬다.



얼마나 크게 놀라던지 덩달아 나까지 깜짝 놀라,



"왜! 왜! 무슨 일인데! 뭐라고 했는데!" 하고 물으니



"젠장. 경찰이 더 출동한대. 곧 더 많은 경찰들이 이 거리로 올 거야. 어떡하지" 라며 A가 Scheiße(샤이쎄/제기랄, 빌어먹을)를 연발했다.



아마 그 남자가 순순히 지시를 따르지 않고 경찰과 실랑이를 벌이자 경찰 하나가 무전으로 병력을 더 배치해달라고 했던 모양이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다.

경찰이 더 많이 오면 안심을 해야지 왜 A의 표정은 사색이 되는 걸까?

내가 신고를 한 게 잘못한 거냐고 했더니, A는 일이 이렇게 꼬여버렸으니 그렇다고 했다.



도대체 여기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거지...?





*표지 이미지 출처 : Google 이미지 검색

*이 글은 현재 사건이 아니라 2015-2018년 사이에 제 블로그에 썼던 글을 옮겨온 것이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글 원본과 사진은 아래 블로그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https://m.blog.naver.com/frechdach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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