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호소 옆 외국인 혐오증 마약쟁이들

by 뿌리와 날개

어찌 된 일인지 무전을 치고 1분도 안되어 그 남자가 경찰들을 따라 경찰차에 올라탔고, 그렇게 상황은 급작스럽게 종료가 되어버렸다.



적막이 감도는 조용한 밤이 돌아왔다.

시간을 보니 벌써 11시.









큰일이라며 불안해 어쩔 줄 몰라하는 안티고네에게 어찌 된 영문인지 물었다.



저 건물에 사는 사람들은 모두 마약쟁이들이라고 했다. 그리고 하나같이 위험하다고 했다.

그럼 오히려 잘 된 것 아니냐, 이제 경찰들이 데리고 갔으니 더 이상 소란을 피우지 못할 거 아니냐고 했더니, 안티고네가 모르는 소리 하지 말란다.



만약 아까 끌려 나온 그 남자가 음악소리의 주인공인걸 알았다면 자기는 어떤 일이 있어도 신고하지 않았을 거라고 했다.



"일전에도 음악소리 때문에 누군가의 신고로 경찰이 다녀간 적이 있었는데, 그다음 날 내가 내 조카딸과 보호소 문을 나서다 그 남자와 마주쳤어.


그때 그 남자가 뭐라고 했는 줄 알아? '샤이쎄, 아우스랜더'하고 나와 조카딸에게 소리를 질렀어. 얼마나 심장이 쿵쾅쿵쾅 뛰던지..


그 뒤로 나는 음악소리에 불평불만은 하더라도 절대 경찰에 신고하지는 않아."



그게 왜..?



빌어먹을 외국인들! 하고 소리를 지른 게 그렇게 두려움에 떨 일인가?

내 앞에서 소리를 지른다면 순간 겁은 먹을 수 있지만 그게 저렇게 두려워할 일인가?



내가 갸우뚱하고 있을 때, 안티고네가 말을 이었다.



"저 건물에 외국인은 단 한 명도 없어.

저 5층짜리 건물에 세 들어 사는 사람이 전부 독일 놈들이라고. 알아?"



나는 아직도 감이 안 왔다.

그때 페리다가 말했다.



"아, 맞아. 내가 생각하기에 저 건물에 세 놓는 사람이 나치 같아. 외국인은 절대 세입자로 안 들인다며."



아... 나치라는 말에 몸에 소름이 돋았다.

이제 감이 온다.



그들은 외국인을 혐오하는 사람들인 것이다.

인종차별과 외국인 대상 증오범죄를 저지르는...









나는 애써 태연한 척하며 말했다.



"외국인을 혐오하는 나치들이랑 대부분이 외국인 여자들인 여성 보호소가 나란히 같이 있다는 게 말이 안 되지 않아? 그렇게 위험한 사람들이라면 이미 정부에서 조치를 취하지 않았을까?


그리고.. 저 사람들 친절하던데..

나 아침에 빵 사러 나갈 때 마주치면 항상 할로 하고 웃으며 인사했는데..."



"쟤네들 친절하지. 자기들을 귀찮게 굴지만 않는다면.

근데 이미 벌써 여러 번 소음 신고로 경찰들이 다녀갔고, 쟤네들은 매번 그게 우리 짓이라고 생각해.


안전? 그래. 우리는 지금 독일 땅에서 가장 안전한 곳에서 살고 있어.

보호소 문은 방탄유리고, 보호소에서 신고가 들어오면 1분 안에 경찰들이 들이닥치지.


그런데 이 보호소 문 밖을 나서면?

그때부터는 무슨 일이 벌어질지 아무도 몰라, 저 놈들 중에 누가 돌로 우리 뒤통수를 때릴지."



음...

안티고네는 지금 그 외국인 혐오증의 남자가 경찰들이 자기를 연행에 간 데에 대한 보복을 두려워하고 있는 것이었다.



나는 그 말에 겁이 나면서도, 또 이게 정말 겁을 먹을 일인가.. 헷갈렸다.

내가 정말 분위기 파악 못하고 있는 건지, 아니면 그냥 보호소에 사는 여자들 특유의 두려움일 뿐인 건지.



"말로 겁은 줄 수 있어도 실제로 위해를 가하는 행동은 쉽지 않을 거야. 그럼 정말 큰일이 나니까. 그리고 누가 자기를 신고한 줄 알고 그런 짓을 해.


이 거리에 사는 사람이 우리뿐도 아니고 다른 건물도 많잖아. 또 무슨 일이 생기면 내 이름으로 한 신고니까 걱정 마. 내가 나설게"



안티고네는 내 말에 어이없다는 듯 피식 웃으며 말했다.



"너 진짜 상황 파악이 안 되는구나. 쟤네들이 정상인이면 나도 너처럼 겁 안 먹어.

근데 쟤네는 정상이 아니라고. 마약쟁이들이라니까?


누가 신고를 했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누군가 신고를 했고, 그 화를 우리한테 푼다고.

무차별적으로 외국인이면 그냥 아무나 상관없이.


너 반년 전에 여기서 무슨 일이 있었는 줄 알아?


새벽에 여자 울음소리가 나더라. 얼마나 고통스럽고 크게 우는지.

신고를 할까 말까 망설이는데 바로 경찰차 5대가 왔어.


경찰차 한 대마다 5명씩 20명의 경찰들이 전투복을 입고 총을 들고 완전무장을 한 채로.

자그마치 스무 명이라고, 스무 명!


그리고 건물로 들어가서 마약에 찌든 채 팬티만 걸친 발가벗은 남자 4명을 끌고 나왔지.


그 집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 줄 알아?

마약에 취한 남자 넷이 여자 하나를 돌아가며 강간하고 두들겨 팬 거야. 그게 저 건물에 사는 놈들이라고.


그래서 그 뒤로 나는 아무리 그들이 소란을 피워도 꾹 참았다가 베트로이어린들에게 전달만 할 뿐 절대 경찰은 안 불러. 베트로이어린들이 가서 좋게 말하는 게 가장 해가 없는 방법이거든.


내 말 믿어. 나는 독일에서 30년 가까이 살았어.

저 놈들은 무서워.


앞으로 우리는 문 밖을 나설 때마다 두려워해야 해.

언제 어디서 저 놈들이 우리에게 해코지를 할지 모르니."










나는 그 얘기를 듣는데 머리칼이 쭈뼛 섰다.

영화에서나 볼 법한 그런 일이 실제로 내가 사는 옆집에서 벌어졌다니...



그래,

안티고네 말이 맞다.



단순 외국인 혐오증인 놈들이나 소리 질러 겁 주고 그러는 거지 실제로 해를 가하면 감옥살이를 해야 하는데 그게 말처럼 쉽겠나 싶었지만,



그들은 미쳤다.



마약에 절어서 이성을 잃은 미친놈들에게 내일이 있을 리 없다.



너무 무서워서 비프케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이런 일이 벌어졌는데 신고한 내가 잘못한 거냐고, 괜찮은 거냐고.



비프케는 당연히 조금 전의 나처럼 경찰이 왔고 해결됐으면 잘한 거지 그게 왜?라고 했다.

내가 더 자세하게 상황을 알리고 도움을 청하려고 메시지를 더 쓰자 안티고네가 나를 막았다.



"너 진짜 왜 그러니.

네가 경찰 친구한테 미주알고주알 일러바쳐서 그 친구가 그 놈들을 찾아가면 일만 더 커지는 거야.

이제 그만하라구."



나는 더 이상 메시지를 쓸 수가 없었다.

뭐가 맞는 건지, 나는 뭘 해야 하는 건지.



게다가 는 현재 이 보호소에 사는 유일한 동양 여자 아기가 있다.

경찰들은 아기가 잠을 못 잔다며 신고가 들어왔다는 말을 그놈에게 했다.



그런 내가 내일 유모차를 밀고 문 밖을 나선다면...



등줄기가 오싹했다.

내일 하우스 모임 때 베트로이어린들과 어서 이 얘기를 나눠야겠다고 생각하며 침대로 들었다.






*표지 이미지 출처 : Google 이미지 검색, 검색어 "Traurige Frau"

*이 글은 현재 사건이 아니라 2015-2018년 사이에 제 블로그에 썼던 글을 옮겨온 것이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글 원본과 사진은 아래 블로그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https://m.blog.naver.com/frechdach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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