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여온 Aug 08. 2023

이상하도록 놀라운




이십대 초반 첫 회사에 들어갔을 때는 거기서 임원이 되고 싶었던 당찬 꿈은 반년만에 박살났다.



그날은 거국적인 회식이 있는 날이었다. 나를 빼고 모두 남자였던 우리 팀과, 상무님 산하의 다른 팀들 모두가 소집되었다. 그날은 그 해의 마지막 날이었다. 


새롭게 임원이 된 상무님은 본인의 경사가 중요했고, 그것만이 중요했다. 야망으로 들끓고 있던 나는 상무님 옆에서 어차피 별 다른 계획도 없었지 않나, 합리화를 하며 술을 마셨다. 노래방을 가자는 상무님의 제안은, 그래도 한 해의 마지막 날인데 가족과 보내야 하지 않겠다는 팀장님의 달램으로 다행히 기각되었고, 우리는 택시를 타기 위해 큰 길로 걸었다. 술에 잔뜩 취한 상무님의 왼쪽엔 팀장님, 오른쪽엔 과장님이 서서 부축하고 있었다. 나는 그 뒤에서 가방을 들고 종종 따라가고 있었는데, 


그 순간이었다. 


영화에서 중요한 순간을 강조하기 위해 시간을 멈추듯이, 내 시야가 멈췄다.

이게 말로만 듣던 유리천장이구나! 이렇게 투명하게 보이는 그들과 나 사이의 선, 그래서 유리로된 천장이었구나. 아예 보이지나 않았다면 더 나았을까? 

나는 두가지를 단호하고도 완벽하게 확신했다. 먼저 내가 그 견고한 어깨동무에 낄 수 없다는 것. 우리 사이의 선은 아주 확실하다는 것. 그리고 노력하면 선 가까이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다고 해도 ‘그렇게 하고 싶지는 않다는 것’. 나와 그들 사이에는 강이 아니라 바다가 있었다. 우리는 한국 사람과 이태리 사람처럼 달랐다. 


이상하도록 놀라운 확신이었다.




이전 01화 당신은 지금 직업을 어떻게 가지게 되었나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