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십대 초반 첫 회사에 들어갔을 때는 거기서 임원이 되고 싶었던 당찬 꿈은 반년만에 박살났다.
그날은 거국적인 회식이 있는 날이었다. 나를 빼고 모두 남자였던 우리 팀과, 상무님 산하의 다른 팀들 모두가 소집되었다. 그날은 그 해의 마지막 날이었다.
새롭게 임원이 된 상무님은 본인의 경사가 중요했고, 그것만이 중요했다. 야망으로 들끓고 있던 나는 상무님 옆에서 어차피 별 다른 계획도 없었지 않나, 합리화를 하며 술을 마셨다. 노래방을 가자는 상무님의 제안은, 그래도 한 해의 마지막 날인데 가족과 보내야 하지 않겠다는 팀장님의 달램으로 다행히 기각되었고, 우리는 택시를 타기 위해 큰 길로 걸었다. 술에 잔뜩 취한 상무님의 왼쪽엔 팀장님, 오른쪽엔 과장님이 서서 부축하고 있었다. 나는 그 뒤에서 가방을 들고 종종 따라가고 있었는데,
그 순간이었다.
영화에서 중요한 순간을 강조하기 위해 시간을 멈추듯이, 내 시야가 멈췄다.
이게 말로만 듣던 유리천장이구나! 이렇게 투명하게 보이는 그들과 나 사이의 선, 그래서 유리로된 천장이었구나. 아예 보이지나 않았다면 더 나았을까?
나는 두가지를 단호하고도 완벽하게 확신했다. 먼저 내가 그 견고한 어깨동무에 낄 수 없다는 것. 우리 사이의 선은 아주 확실하다는 것. 그리고 노력하면 선 가까이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다고 해도 ‘그렇게 하고 싶지는 않다는 것’. 나와 그들 사이에는 강이 아니라 바다가 있었다. 우리는 한국 사람과 이태리 사람처럼 달랐다.
이상하도록 놀라운 확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