뿌극뿌극.

우리는 모두 같은 소리를 가졌다

by 이경

뿌꾹뿌국 , 뿌극뿌극


요 며칠 사이에는 눈이 참 많이 내렸다.


길 위에 아직 녹지 않은 눈이 수북이 밟히는데 , 사람들이 그 눈 위를 밟고

지나가는 뿌극뿌극 소리를 들을 때 웃음이 자꾸 새어 나온다.


어릴 적, 어린이 신발 중에 걸을 때마다 밑에서 삑삑 거리는 소리가 나는

신발이 있었는데


눈 위를 걸어갈 때마다 우리 모두에게 나는 소리들이 나는

뿌극뿌극 소리가 어릴 때 신었던 그 신발을 신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 였다.


소리가 너무 귀엽고 모두가 같은 눈 밟는 소리를 내며 걸어가는 게 재밌다.


한 걸음 내릴 때 마다, 두 걸음 내릴 때 마다 발끝에서 나는 소리


며칠 전 퇴근길에서 소복한 눈 위를 걸어가는 사람들과 나는

모두 뿌극뿌극 소리를 내며 걸었는데

길 위를 함께 걸어가던 낯선 사람들 중 한 명에게라도 말할 수 있는 용기가

있었다면 옆에 가서 이렇게 말해줬을 것 같다


"힘차게 걸어가고 있는 게 느껴지니

조금은 지루해도 우리가 도착하는 그곳까지 조금 더 힘내서 걸어봐요.

언젠가는 매일 정해진 곳 말고, 원하는 그 이상의 목적지까지

가볼 수 있는 기회가 올지도 모르잖아요!?"


실제로 지나가는 사람에게 이런 말을 옆에 가서 전하면

이상한 사람 취급을 당할 게 뻔하니


글 속에서 나마 내가 그때 가졌던 감정을 풀어보는 걸로 만족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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