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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상준 Oct 22. 2023

다짐

당신의 빨간 볼


으레 그래야 할 것 같다 생각하는 것 가운데는 의례적인 것이 많다. 밸런타인데이 초콜릿, 크리스마스 선물, 생일 케이크의 촛불, 결혼식의 주례사, 다르게는 팔짱을 끼거나 이야기할 때 눈을 맞추거나 하는. 물론 그러다 손을 잡고 발을 맞추는 순간이 온다면 그건 그것대로 좋겠지만. 


가끔은 서로의 손을 놓고 걷거나 그 손을 놓쳐 잠깐의 상실을 경험하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사랑도 건강처럼 잃고 나면 더 소중하게 대하는 법을 배우게 될 테니까. 또 고개를 젓고 토라진 연인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가만히 허공에 입을 맞추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때로는 차가운 물이 얼음을 녹이기도 하는 법이니까. 그게 어른의 사랑일 테지.


나는 당신 뒤를 따라 걸으며 생각한다. 미래는 참 쓸데없는 것 같지만 과거보다는 가능성 있는 현재니까, 우리는 조금 더 느긋한 태도로 사랑할 필요가 있겠다고. 멀리 볼 수는 없지만 조금 더 오래 볼 수 있으면 좋겠다고. 가을도, 당신의 빨간 볼도.




#여행의사색

#다짐

#쓸데없다해도오늘다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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