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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상준 Sep 08. 2020

Part1. ‘d’를 아십니까?

디앤디파트먼트제주(D&DEPARTMENT JEJU)에 다녀왔습니다


지난 달 서귀포치유의숲 출장이 있었다. 서귀포로 넘어가기 전 디앤디파트먼트제주(D&DEPARTMENT JEJU)에 들렀다. 디엔디파트먼트는 디자이너 나가오카 켄메이가 2000년에 창립했다. 제주 점은 지난 5월 문을 열었다. 우라나라에서는 서울 이태원에 이은 두 번째 프로젝트다.

      

이 글의 제목을 ‘d’를 아십니까? 라고 정했다. '도를 아십니까?'처럼 들린다. 맞다. 지역과 디자인을 결합하는 디앤디파트먼트는 많은 팬덤을 가지고 있다. 그들에게 디앤디파트먼트는 도와 같. 그래서 디앤디파트먼트제주가 제주에 들어선 걸 하나의 스토어가 열렸다, 정도로 여겨서는 곤란하다.  ‘디앤디다움’은 ‘지역다움’ 또는 ‘낡은 것들의 재발견’으로 받아들여지곤 한다. 그러니 제주의 지역 디자인 상품을 활용할 거점이 생긴 것이고, 더불어 제주의 오래된 무엇이 재발견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또 하나. 디앤디파트먼트는 <d design travel>이라는 여행잡지를 발간한다. 한 호에 한 도시를 다룬다. 디앤디파트먼트 역시 다분히 '관광센터'의 역할을 갖는다. 이번에 문을 연 디앤디파트먼트제주는 숙박(디룸)까지 겸한다. 숙박은 디앤디파트먼트의 일본, 중국 프로젝트를 합쳐도 처음이다. 앞으로 많은 이들이 제주에 오면 이곳에 들려서 여행을 시작할 것이다.

      


제주 여행은 변곡점에 와 있다. 1970~80년대 제주는 신혼여행 패키지 관광지였다. 해외여행이 자유로워지며 침체기를 겪다가, 2007년 제주올레길이 열리면서 다시 주목받았다. 그때부터 힐링 여행지가 됐다. 도시 젊은 층 사이에 제주 이주가 유행처럼 번져갔다. 당연히 집값이 오르고 상업시설이 득세했다.  

    

지금의 제주는 다시 상업관광과 힐링여행의 경계점에 있는 것 같다. 그 방향을 좌우할 세대가 밀레니얼이다. 그들은 브랜드의 철학, 지역, 생활과 조화로움에 관심이 많다. 또 이 단어들은 근래 여행의 화두이기도 하다. 특히 코로나시대에 이들의 여행법을 더 주목할 필요가 있다.     


     

마침 디앤디파트먼트제주에서는 개관전으로 ‘롱라이프디자인’ 전이 열렸다. 롱라이프는 오래 가는 디자인을 뜻한다. 디앤디파트먼트의 철학을 요약하는 말이다. 오랜 시간 살아남아 그 저력을 입증한 디자인이라고 할 수 있겠다. 지역색 또한 그 관점에서 들여다볼 수 있다.


그런 디자인은 그저 아름다운 디자인이 아니라, 기능성을 갖춘 클래식이라 볼 수 있다. 예를 들면 양철냄비나 도시락 같은 것이 아닐까? 시대가 바뀌어도 라면은 역시 양철냄비다. 냄비가 찌그러질수록 그 맛이 더 깊어지는 것만 같다. 이 때 양철냄비는 빈티지 데님과 같은 아이템이다. 제주에는 차롱, 동고량 등이 있겠다.      

     


디앤디파트먼트제주 1층은 갤러리와 식당(겸 카페), 2층에는 스토어와 숙소의 체크인라운지가 있습니다. 공간에는 식물이 참 많습니다. 식물카페 '파도식물'이 있어 공간을 훨씬 싱그럽게 만들어줍니다. 1층 식당 앞에는 작은 가판대가 있습니다. 제주 지역에 기반한 술이나 차, 간식 등 손쉽게 구매할 수 있는 것들을 전진 배치했습니다. 반면 2층은 기존 디앤디파트머트의 제품과 제주색을 디자인한 작품이 자리합니다. 1층 매대에서는 가볍게 부담 없이 사고, 2층에서는 미술품을 감상하듯이 느긋하게 둘러보며 선택합니다.      


 

먼저 1층 갤러리에서 ‘롱라이프디자인’ 전을 보고 2층 스토어로 동선을 잡으면 좋다. ‘47도도부현의 건강한 디자인’은 디앤디파트먼트의 가치 철학을 담은 일본의 대표 디자인 제품 모음 전시다. 이러한 가치 철학이 제주에서는 어떻게 적용됐는지 그 사례를 2층 스토어에서 볼 수 있다.


저는 제주감귤을 담던 너무 상자(궤짝)이 소반으로 변신한 디자인 제품이 인상적이다. 감귤이 제주에서 단순한 과일이 아니듯(감귤농사 지어 자식 대학 보낸다고 해, 감귤나무는 대학나무로 불렸다.) 감귤상자는 단순한 감귤 상자가 아니다. 그 안에 제주사람의 이야기가 있. 실제로 과거 감귤농가에서는 감귤상자를 소반이나 자녀들의 책상 대용으로 쓰기도 했겠다.    


   

모든 제품은 제작년도와 구체적인 지역이 적혀 있었다. 귤상자 소반에는 ‘since 2020, 한림읍’이라고 적혀 있었. 지역성과 역사성이 선명했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상품의 모둠 정도 느낌이다. 그 이름처럼 잘 만든 디자인 제품을 백화점처럼 한데 모으는 게 디앤디파트먼트의 장점이기는 하다만.  막 시작한 단계라 디앤디파트먼트제주가 제주색을 어떻게 그려낼지 궁금하다. 




⁋ 다음편에는 ‘아일랜드 조르바가 왜 거기서 나와?’라는 제목으로 디앤디파트먼트제주를 풀어볼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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