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5.11._ 롱블랙 : 리로드 reload
공간 연출력은 이제 우리가 일본(reload)에 뒤지지 않는다는 겁니다.
오히려 더 나은 장소가 많습니다. 다만 공간의 지속성에 있어,
우리는 더 진지한 고민이 필요해 보입니다.
※'플랫화이트X어제의롱블랙'은 구독서비스 롱블랙(www.longblack.co)의 노트 가운데 ‘공간과 스토리가 있는 콘텐츠’를 선별해 여행작가의 시점으로 블렌딩합니다. 롱블랙과는 무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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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로드 : 도쿄 빈티지 천국의 2층 상가, '옛 동네'의 감각을 되살리다
5월 초 도쿄에 다녀왔습니다. 도착한 둘째 날, 롱블랙은 시모키타자와(shimokitazawa)에 생긴 상업시설 ‘리로드’를 소개하고 있었어요. 마침 시모키타자와는 이번 여행의 목적지 가운데 하나였습니다. 정확히는 ’보너스 트랙(bonus track)‘에 관심이 있었지만, 방향을 틀어 리로드(reload)를 찾았습니다.
리로드는 ‘시모키타 선로 거리(1.7km) 13개 시설 중 하나’입니다. 앞서 말한 보너스 트랙 역시 마찬가지고요. 시모키타 선로 거리는 ‘오다큐 전철이 2013년 시모키타 역을 지나는 철도를 지하화하면서 시작한 작업’입니다. 히가시키타자와역~시모키타자와역~세타가야다이타역구간에 해당합니다. 롱블랙은 시모키타 선로 거리를 우리네 연남동 경의선 숲길과 비교하며, ‘숲길을 넘어 하나의 마을에 가까운 모습’이라고 말합니다. 그 대표적인 성공사례로 리로드를 소개해요.
그에 앞서 시모키타자와(시모키타라고도 불립니다)를 언급하는 것도 잊지 않습니다. 리로드가 위치한 시모키타는 ‘일본의 젊은 세대라면 한 번쯤 찾는 ‘빈티지 천국’’입니다. 2022년 10월 영국 매거진 타임아웃 Timeout이 그해 세계에서 가장 멋진 동네 51곳을 선정했는데 시모키타가 일곱 번째로 꼽혔다 합니다. 또한 도쿄관광공식사이트는 ‘어딘가 그립고, 자유로운 분위기가 있는 지역’이라고도 말하고요.
리로드에 앞서 시모키타를 이야기한 건, 시모키타가 리로드가 들어서기 이전부터 도쿄의 핫플이었고, 리로드는 시모키타의 로컬리티를 모태로 했기 때문입니다. 시모키타의 낮은 건물과 좁은 골목 또한 리로드 건축의 중요한 콘셉트입니다.
리로드는 2층 건물들의 집합입니다. 장방형의 긴 상가 같지만 실은 작은 건물 여러 개를 길 따라 연결한 형태입니다. 그 틈새마다 시모키타의 스테이크 샌드위치 맛집 스태블러(Stabler), 1952년 창업한 일본 커피의 전설 교토 오가와 커피 로스터리, 서서먹는 카레집 산조 도쿄 등이 반깁니다.
그 면면은 시모키타의 상징성을 간직한 빈티지, 카레, 음악 등 서브컬처에 기반합니다. 동네 상점을 지향하는 공간들이고 ‘얼굴을 마주하는 가게’들이죠. 그리고 그 가운데로 골목을 닮은 이동로가 지나요. 햇볕이 따스한 작은 광장 라운지와 터널 같은 통로, 층과 층을 잇는 계단, 크고 작은 쉼터가 나타납니다. 얼마간은 구불구불 이어지는 미로 같습니다. 리로드를 기획한 세키구치 CEO는 ‘찾아가는 즐거움’을 주기 위함이라 말합니다.
세키구치 마사토(Greening CEO)는 리로드에 앞서 다이칸야마 로그로드를 계획한 바 있습니다. 그 연장선에서 리로드를 들여다봐도 좋을 듯해요. 리로드에는 24개의 상점이 입점했는데요. 그는 ‘어떤 브랜드냐 보다, 누가 이 공간을 운영하면 좋을까라는 질문으로 접근했’다고 말합니다. 리로드에 프렌차이즈가 없고 1/3이 지역 상점인 것도 그런 이유입니다.
롱블랙 리로드 편에 함께한 이원제 상명대학교 커뮤니케이션디자인학과 교수의 말을 빌리면 맥락과 내용이 있는 ‘연결이 일어나는’ 겁니다. 얼마 전 읽은 김주연 교수의 책 <스페이스 브랜딩>에 밑줄쳤던 문장도 떠올랐습니다.
브랜드 공간의 효용은 공간 구축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운영으로 완성된다
리로드는 2021년 6월에 오픈했습니다. 제가 방문했을 때 문을 연지 만 2년 가까운 시점이었어요. 여전히 북적거렸습니다. 어떤 매장은 줄을 서 있었어요. 실상 건물 디자인은 우리나라에서 어렵잖게 볼 수 있는 수준이었습니다. 이번 도쿄 여행에서 느낀 건, 공간 연출력은 이제 우리가 일본에 뒤지지 않는다는 겁니다. 오히려 더 나은 장소가 많습니다. 다만 공간의 지속성에 대해서, 우리는 더 진지한 고민이 필요해 보입니다.
롱블랙이 리로드를 소개한 것도 같은 이유일 겁니다. 단순히 외관을 잘 지어서만은 아닐 거예요. 그래서 롱블랙 프렌즈K 또한 ‘공간의 완성은 운영’이라는 글로 리로드 편을 요약하는 걸 테고요. 시모키타 선로거리의 대표 선수, 리로드의 진짜 힘은 거기서 나오는 거겠죠.
롱블랙은 리로드의 매력을 ‘저층이자 수평형 상업시설’에서 찾습니다. 그게 기존 고층의 상업시설과는 다른, ‘휴먼 스케일의 매력을 체험할 기회’를 제공한다는 거죠. 저는그 마지막 퍼즐이 라오드의 조경이라고 봅니다.
리로드가 가진 또 하나의 장점은 식물이었습니다. 리로드는 크게 두 개의 선으로 이뤄집니다. 상가가 입주한 건물이 하나의 선이고, 그 곁으로 나란한 직선의 산책로가 또 하나의 선입니다. 상가의 파사드는 산책로를 향하지 않고 건물 안쪽을 향합니다. 상가의 소음이 주택가로 넘어가는 걸 방지하죠. 그럼에도 두 선의 장소에서 단절감이 느껴지지 않는 건, 꽃과 풀과 나무가 리로드(상점가)와 산책로를 넘나들며 일체감을 부여하는 까닭입니다. 다만 그 말끔함이 시모키타의 빈티지 풍과 조화를 이루는지는 일말의 의문으로 남겨 두겠습니다.
시모키타에 가신다면 ‘시모키타 선로 거리(1.7km)의 13장소를 두루 돌아보면 좋겠습니다. 만약 리로드만이 목적이라면 시모키타자와역 인근의 테푸라운지(tefu lounge), 시모키타 센노가이 오픈 스페이스, 시모키타 에키우에, 미칸 시모키타 정도를 포함해도 좋겠습니다. 제가 선택한 코스입니다. 공간과 공간을 비교하므로, 시모키타 선로 거리라는 하나의 맥락 위에서 리로드를 입체적으로 볼 수 있습니다.
리로드의 반대편 세타가야다이타역에서 가까운 보너스트랙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리로드가 부동산 디벨로퍼 세키구치 마사토 그리닝 CEO가 기획했다면, 보너스트랙은 시모키타자와에서 책방 ‘B&B’를 운영해 온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우치누마 신타로가 기획했습니다. 다른 색깔의 두 기획자가 각각의 공간을 어떻게 조성했는지 비교하는 즐거움이 있습니다.
¶ 리로드가 직선이라면 중림창고는 사선입니다.
리로드와 비교할 만한 우리 공간도 소개할게요. 첫 번째는 서울 중림창고입니다. 중림창고는 가파른 오르막을 따라 왼쪽 기존의 생활 상가와 마주하며 자리한 문화공간입니다. 리로드와 마찬가지로 하나의 건물 같지만 실은 3개 동의 건물입니다.
중림창고는 고저차가 무려 8m에 달하는 경사지입니다. 계단을 오르듯 공간(동)에서 다음공간(동)으로 이어져요. 건물과 동선 배치 그 자체로 개성이 넘칩니다. 리로드는 2021 일본 공간디자인상(KUKAN DESIGN AWARD 2022) GOLD PRIZE를 수상한 바 있습니다. 중림창고는 2020 대한민국 공공건축상 최우수상을 수상했죠. 공공 건축이라는 측면에서 비교해도 재밌습니다
¶ 규모는 다르지만 리로드와 부산 아레아식스는 닮았습니다
아레아식스(AREA6)도 있습니다. 부산 어묵의 레전드 삼진어묵이 본사 옆에 조성한 지역상생 공간입니다. 여섯 채의 집이 있던 부지에 하나의 건물을 새로 지었습니다. 그리고 부산을 대표할 만한 지역 장인과 아티스트 매장 9곳을 입주시켰어요. 송월타올, 인어아지매, 부산주당, 취프로젝트 등입니다.
아레아식스는 3층 단일 건물입니다. 리로드보다 규모는 작지만 매장 구성, 라운지 광장과 골목 형태의 동선 등 꽤나 닮았습니다. 아레아식스가 2021녀 2월, 리로드가 2021년 6월 문을 열었으니, 비슷한 시기에 개장한 일본과 한국의 공간이 어떻게 진화하고 있는지 지켜보는 것 역시 흥미로울 겁니다.
※ '롱블랙 X 트렌드콘서트 2023 : 로컬, 유일무이한 경험의 설계' 행사가 오는 6월 8일 연남장에서 열립니다. 김난도 서울대 소비자학과 교수, 삼진어묵 박용준 대표, 에피그램 한경애 CSO가 참석합니다. 그리고 오늘 마지막 연사를 공개했는데요. 바로 리로드의 기획자 세키구치 마사토 CEO가 방한한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