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의 권고사직 후, 그를 다르게 부르기 시작했다.
권고사직 후 저는 남편을 백수가 아닌 '인생 항해사'라고 부릅니다. 권고사직 이전의 남편은 열심히 '뿌뿌~'하고 앞으로 나아가던 모습이었는데요. 지금은 어디로 다시 힘을 내어 나아갈지 커다란 지도를 펴고 열심히 고민하고 있기 때문이에요.
저는 그런 남편 곁에서 남편이 어떤 선택을 하더라도 그 방향에 맞춰 조금이라도 더 나아갈 수 있게 도와주는 힘이 되고 싶어서 열심히 바람을 불어줄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또 가끔은 남편을 대표님이라고 부르기도 하는데요. 남편의 선택에 한계란 없고 무엇이든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 모두는 '나'라는 기업을 운영하는 대표이기도 하고요.
[직장인들의 운명]
회사를 다니는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해봤을 고민. '퇴직하면 뭐 하지?'라는 고민일 거예요. 극소수를 제외한 직장인들은 대부분 끝이 보이는 회사생활을 하게 될 것입니다.
그래서 회사를 다니면서 그 후의 계획에 대해서도 준비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습니다. 퇴근하면 녹초가 된 몸으로 집에 가기도 바쁠 테니까요.
더군다나 남편은 회사에서 항상 모든 에너지를 다 쏟을 정도로 임하고 왔기 때문에 더욱이 다른 생각을 할 힘도 없었고 회사일에 성실 그 자체였습니다.
남편의 퇴사 전에는 저도 퇴사 후의 삶에 대해 크게 생각하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결국 언젠가는 저도 퇴사하게 될 것이고 그 뒤에는 새로운 경제활동에 대한 모색이 필요할 것입니다.
[남편에게 찾아온 첫 생각의 시간]
그런 남편에게 권고사직 후 14년 만에 처음으로 생각할 시간이 주어졌습니다. 14년 동안 매일 지속해 오던 9시 출근 6시 퇴근의 삶을 벗어나(물론 야근을 할 때가 훨씬 많았지만요.) 새로운 방식의 생활을 경험해 보면서 분명 뭔가를 느끼고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남편은 특채로 입사해 면접을 본 적도 없이 회사를 다녔기 때문에, 태어나서 처음으로 회사 면접을 경험하게 됐고, 그동안 생각만 해왔던 일에도 도전하기 시작했습니다.
남편에게 처음 찾아온 사색의 시간을 열심히 유영하며 보내는 모습을 곁에서 지켜보는 저도 덩달아 새로운 의욕이 샘솟기도 했습니다.
[남편의 권고사직이 나에게 미친 영향]
남편이 권고사직으로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지고 자연스럽게 저와 있는 시간도 많아졌습니다. 그 시간을 통해 저 또한 기존에 할 수 없던 새로운 생각을 하게 됐어요.
과거에는 남편과 저 모두 회사에서 성실히 일하며 월급을 받아 경제활동하는 것에만 머물러 있었습니다. 그 이외의 방법에 대해서는 생각조차 해보지 않았죠.
하지만 남편의 퇴사 후 함께 많은 시간을 보내면서 '유한한 인생을 살아가는데 사랑하는 사람과 이렇게 많은 시간을 보내면서도 경제적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면 더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출퇴근 시간, 퇴근 후 남편의 대화 시간 등 남편과 함께하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저의 행복지수도 함께 높아졌어요.
그저 회사에 가는 것만이 가장 좋으면서도 유일한 방법이라고 생각했던 저의 생각을 누군가 '펑'하고 터트려준 기분이었습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제가 인생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는 무엇인지, 그것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어느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고 어떤 선택을 해야 할지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지금 회사에 다니는 직장인이시라면,
세상에는 다양한 삶의 방식이 있고 우리에게는 스스로 제한하지 않는 한 무한한 가능성이 있습니다.
다만 생각할 겨를 없이 하루하루 바쁘게 살아가다 보니 몸과 마음의 여유가 없고, 그래서 주변을 돌아보거나 나의 마음속 내면의 소리에 귀 기울일 겨를이 부족한 것이죠.
지금 회사를 다니는 직장인이시라면 꼭 한 번 시간을 내어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져보세요.
지금 당장의 눈앞의 것들에 급급한 것이 아닌 내가 원하는 삶에 대해서.
당신이 진짜 원하는 삶의 방향은 어디인가요?
지금 그 방향을 향해 아주 작은 한 걸음이라도 내딛어 보세요. 당신의 걸음을 응원합니다.
다음 에피소드는 '일'이라는 것을 꼭 회사에서만 해야 할까? 그 물음에 저희 부부가 답을 찾아가는 이야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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