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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직장인조커 Feb 20. 2019

무너지고 싶을 때 필요한 자존감 수업

당신을 알아주는 단 한 사람이 있다면

첫 직장을 그만두고 재취업을 준비할 때였다. 대학교를 졸업하기 전 운이 좋게 취업을 해서인지, 청춘의 절망감을 처음으로 느끼던 시기였다. 회사를 그만두고 아무것도 아닌 나 자신의 모습을 보며 무너지고 싶었다. 또한 두 번째 직장을 구하지 못해 영원히 백수로 지낼 것 같은 공포감이 나를 짓눌렀다. 가재들의 세계에서도 수컷들끼리 서열을 가리기 위한 치열한 싸움이 있다. 결투에 지게 된 수컷은 의기소침해짐은 물론 잔뜩 웅크린 상태가 되어버린다. 당시 내 모습은 싸움에 진 수컷 가재의 모습과 다를 게 없었다.

처음부터 퇴사에 대한 후회를 하진 않았지만 '차라리 이렇게 지낼 거면, 그만두질 말걸'이라는 생각을 단 한 번도 안 해봤다면 거짓말일 것이다. 특히 나를 더 괴롭게 만들었던 것은 남들과 비교하며 억울하고 화가 났으며 그럴수록 나 자신이 더더욱 초라하게 느껴졌다.


'대학생활 내내 열정을 쏟아붓고 노력하진 않았지만, 마음을 잡은 후 2~3년은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했는데 도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그. 날. 도 평소와 같은 자존감이 바닥을 치는 하루였다.  생각 없이 메일을 정리하다가 대학생 때 한 선배와 주고받았던 메일이 눈에 들어왔다. 선배랑은 수업도 자주 겹쳤으며 함께 시중은행의 마케팅 공모전을 준비했던 인연도 있었다. 휴대폰을 들어 전화를 걸었다. 3~4년 만에 하는 연락이었다. 전화를 받은 선배는 꽤 반갑게 받아주었다. 서로 안부를 주고받으며 내가 재취업을 준비하고 있다고 하니 친절하게 조언도 해주었다. 훈훈하고 유쾌한 대화였다. 통화를 마치고 끊으려는데 갑자기 그 선배가 내 이름을 불렀다.


"현석아 대학생 때 널 보면서 느낀 점은 참 대단한 놈이라는 거야, 열정도 있고. 넌 정말 원하는 걸 결국은 이룰 거야 힘내"

전화를 끊고 곰곰이 생각을 해봤다. 잊고 있었던 열정적인 내 모습, 아닌 그리웠던 그 시기를. 다시 한번 해보자 끝까지 포기하지 말고. 신기하게도 그렇게 바닥을 쳤던 자존감이 회복이 되는 기분이 들었다. 그 선배는 나를 알아주는 사람이었다. 또한 내가 최고의 모습을 보일 것이라고 기대하는 사람 중 한 명이었다. 혹시 지금 무너지고 싶다면, 더 이상 버티기 힘들다면 당신을 가장 알아주는 단 한 사람에게 연락을 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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