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 영역
" 전화해. 어서! "
" 흑흑. "
수화기 너머로 그녀의 목소리가 들려왔고 희미하게 울음소리도 들려왔다. 연이은 그녀의 호통소리가 들리다 어느새 그녀가 말했다.
" 119 출동 전화가 올 거야. 서둘러야 해. 시간이 얼마 없어. 아이 몸은 아직 분리 안되었지만 여자는 포기해. "
그러자 수화기 너머로 또다시 희미하게 소리가 들렸다.
" 지이이익. 불쌍해서 어떻게..."
" 닥쳐. 어서 전화하라고. 시간 없어. 뚝"
내가 놀라 전화를 들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자 우석이 곁에서 의자에 기대어 졸다 놀라 벌떡 일어났다. 그 순간
" 에 이에 엥"
출동을 알리는 소리.
우리는 긴급 상황에 급히 환복을 하고 차에 올랐고 차량 무전으로 소리가 들려왔다.
" 제보 전화에 따르면 아마도 자살 시도로 보이고 집 내부에 아이 1명과 어른 성인 1명이 있다고..."
' 그녀가 말한 건가?'
나는 머릿속에서 들려왔던 그 소리가 계속 신경이 쓰였다. 제발 살아있기를......
장비로 문을 따자 마자 나는 미친 듯 안방으로 달려 들어갔고 침대 위에 베개로 가려져 있던 아이의 숨을 확인했다.
" 휴우~ 살아... 살아 있다. 살았어!"
나도 모르게 소리를 지르며 아이를 안고 나오자 다른 대원들이 당황하며 나를 바라봤고 그들을 바라보자 거실식탁 위 널브러진 술잔과 토사물로 엉망이 된 한 여자가 식탁 위에 축 늘어져 있었다.
그들은 곧 그녀를 일으켜 바닥에 눕히고 호흡을 확인하고는 심폐 소생술을 실시하고 희미하게 느껴지는 호흡을 겨우 잡으며 병원으로 이동하였다. 나는 그 어린아이를 싣고 같이 병원으로 이동했다.
이동하는 차 안에서 아이의 호흡을 다시 확인하자 희미하게 호흡이 느껴지다 사라졌다 반복되고 있었고 산소호흡기를 대고는 그렇게 정신없이 병원으로 향했다. 병원으로 이동하는 동안 간호 중이던 동료는 급히 무전을 보냈다.
" 네. 호흡이 있다 없다 하는데... 네. 심장이 뛰었다 멈췄다 해요. 네. "
전화를 끊고 7분 후 병원입구에 도착하자마자 의사가 아이의 위에 올라타 심폐소생술을 하며 베드는 이동했고 나는 멍하니 뒤를 따라 들어가는데 누군가 내 손을 잡았다.
" 가자. "
우석이었다.
" 여자는? "
" 숨이 붙어 있었는데..."
그리고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차에 타자마자 숨이 끊어진 그녀에게 계속 이동하며 심폐소생술을 했고 그대로 먼저 도착했는데도 아마도 가망이 없는 듯 보였다며 우석은 담배를 한대 꺼내 물고는 구석에서 쭈그려 앉아서는 그렇게 바닥을 보고 담배를 피우고 하늘을 보고 또 몇 모금 담배를 피워 대더니 이내 소방서로 나를 데리고 복귀했다.
" 애는 무슨 죄냐? 부모가 신도 아니고 말이야. 왜 어먼 지 자식 목숨까지... 어이구 열받아."
우석이 화를 내며 의자를 걷어 차자 금방 전화가 울렸고 날렵하게 몸을 날려 전화를 받은 우석은 금방 표정이 밝아지며,
" 네! 네. 휴우~~ 다행이다. 네! 수고 많으셨습니다. 네. 복귀하시죠. "
나는 그런 우석을 물끄러미 바라보다,
" 누군데?"
" 아 병원. 아까 그 선화 씨. 애기 걱정돼서 복귀도 안 하고 곁에 있다가 방금 전화 왔네. 애기 괜찮다고 복귀한다고."
나도 모르게
" 휴우~"
한숨을 돌렸다. 그러자 우석이
" 와. 네가 웬일이냐? 다른 때는 신경도 안 쓰더니? 너 많이 바뀌었네? 이 자식이~ 사람이 되어가고 있어!"
그러며 내 머리를 마구 헝클어 틀렸다.
" 연수 씨는? 잘 있고?"
" 응"
" 언제 밥 한 끼 해야지?"
" 응"
" 응? 오~~ 옹~~~! 언제? 오늘? 마치고? 바로?"
그렇게 말하며 나를 졸졸 따라다니기 시작했다. 나는 다시
" 휴우~"
한숨을 쉬고는 우석을 밀치고 소방서 밖으로 나와 밤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무수한 별 들 속에 떨어지는 별똥별 하나.
마치 누군가의 인연이 사라지고 또 누군가의 생명이 다시 태어나는 모습처럼 보이는 저 별똥별이 오늘은 유난히 반갑게 느껴지는 이유는 뭘까.
교대시간이 지나 아침.
새벽 공기는 차갑게 볼을 쓸어내린다. 지친 발걸음으로 서둘러 집으로 향했다. 연수가 걱정이 돼서 집으로 들어서자, 나는 그 자리에 그대로 굳어 버리고 말았다.
그녀 앞에 희끄머리한 무엇인가 서 있었다. 투명한 듯 형체가 제대로 보이지 않는 무엇인데... 나는 눈을 비비며 다시 한번 바라보자,
" 너 저 남자 몸에 붙으면 태워 버릴 거야. "
연수가 매섭게 그것을 노려 보며 말했고 나는 순간 당황해서 문고리를 잡고 그대로 바닥에 주저앉아 버렸다. 그러자,
" 오호. 저게 네 약점인가? "
그러자 연수가 곧 몸이 불길로 화르르 치솟기 시작했고 나는 덜덜 거리며 그런 연수 곁으로 다가갔다. 그러자 그 희끄머리한 것이
" 꺄아아아악"
비명을 지르며 고통에 몸부림쳤다.
내가 놀라 바라보자 연수가 그 형체를 알 수 없는 것의 손끝처럼 보이는 것을 잡고 있었고 어느새 팔의 절반이 사라져 있었다.
" 내가 태워버린다고 했지? 감히 어딜 넘 봐. 미천한 것 같으니. "
나는 그런 연수의 손을 잡았고 그러자 연수의 몸은 금세 연기처럼 사그라들었다. 그러자 그것은 금세 그 자리에 주저앉아 덜덜 거리며 부들부들 떨기 시작했다.
" 죄송합니다.... 정말 제가 죽.. 아니... 죽었지만... 제가... 진짜 죽을죄를 지었습니다. "
" 마음 같아서는 당장 태워버리고 싶은데... 니 새끼 때문에 참는 줄 알아. "
내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둘을 바라보자 그제야 둘은 나를 의식한 듯 바라봤다.
" 어떻게... 된... 거지? 저.... 건 뭐... 고?"
내가 그렇게 묻자 연수는
" 휴우~"
하며 한숨을 쉬고는 말했다.
" 가끔 이럴 때가 있어. 떠날 놈들이 엉뚱하게 들러붙는 경우가..."
그러며 연수가 그 형체도 제대로 보이지 않는 것을 째려보며
" 네가 설명해. 어떻게 된 건지. "
그렇게 말하자 그제야 망자는 상황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그녀는 서울에서 꽤나 잘 나가는 대기업에 입사를 해서 남부러울 것이 없었다고 했다.
하지만 지방대 출신으로 스펙도 딸리고 여러므로 힘든 적응 생활에 고전을 면치 못할 때 그의 상사였던 부장과 눈이 맞아 덜컥 임신을 하게 되었고 직장생활에 염증을 느낀 부장은 이곳에서 살고 싶다며 집을 구해주며 먼저 가 있으면 곧 그곳 생활을 정리하고 온다고 하였다고 했다.
그녀는 그의 말을 믿고 사표를 쓰고 출산을 하고 이곳에서 정착을 하고 기다렸지만 그는 생활비를 보내주며 차일피일 이혼을 미루다 결국에는 점차 발길이 뜸해지다 미안하다는 말과 함께 그녀를 떠났다고 했다. 그녀는 그녀의 인생을 망친 게 아이 때문이라는 생각에 같이 죽을 결심을 하고 아이를 먼저 보내고 자신도 같이 가려 했는데 그 순간 연수가 아이를 구하러 간 것이었다.
아이의 부름을 듣고.
그런 연수가 그녀에게 다그치며 부장에게 연락하라고 했고 부장이 신고를 해서 우리가 출동을 한 것이었다. 연수가 구할 수 있었던 건 간절한 아이의 부름 덕이었기 때문에 아이는 구했지만 정작 그녀는 손을 쓸 수 없었는데 당황스러운 건 그녀는 그 순간도 죽을 마음이 없었던 것이었다.
그래서 이승을 떠나지도 못하고 못내 아쉬운 마음에 연수의 곁에 머물며 부장의 곁으로 가고자 했다.
" 미친년. 아직도 미련을 못 버려서. 니 새끼가 불쌍하지도 않아? "
" 난 원한 적 없어. 내가 바란 게 아니었다고. 난 그냥 그 사람만 있으면 된 건데... 그 아이 때문에... "
" 닥쳐. 그 아이는 네가 숨통을 조이는 그 순간에도 내게 너를 구해달라고 말한 아이야. "
그 순간. 그 영혼은 일렁이던 모습이 정지되었다. 그리고 흐느끼기 시작했다.
연수는 다그치며 말했다.
" 부모가 어찌 자식을 그럴 수 있어. 니 배 아파서 낳고 네가 키워서 애정으로 그리 키웠으면..."
연수의 말에 그녀는 흐느끼던 울음을 멈추고는 매정하게
" 애정 따위는 없어. 그 애가 있어야 그가 왔다고."
" 미친년. 그런 마음으로 어찌 사랑을 얻으려 한 거야? 그런 너를 부모라고 그 어린아이는 채 5살도 안된 아이가 뭘 안다고. 살고 싶다고. 살아서 엄마 구해야 한다고."
" 그럼 나를 구했어야지. 왜! 왜 그 아이를 구한 거야! 왜! 그렇게 난 구해달라고 했는데!"
" 왜냐고? 니 소리는 안 들렸으니까! 넌 신에게 빈 게 아니고 그 빌어먹을 부장인가 하는 새끼한테 빌었으니까! 사랑이라는 그 허울 좋은 콩깍지에 눈이 뒤집혀서는 지 새끼도 버리고 네 목숨도 던지고 그 자식만 나타나길 바랐으니까!"
" 그래서 그 새끼가 너한테 왔어? 왔냐고? 너를 진정으로 사랑한 거였어? 아직도 모르겠어?"
그러자 그 영혼은 서럽게 울먹이며 말했다.
" 그.. 그럼 날 더러 어떻게 살라고. 어떻게 하라고... 흑흑... 눈만 뜨면 그 사람 눈 밖에 안 보였는데 그 다정한 눈빛 밖에 안 보였는데... 흑흑. 그 사람이 날 보던 그 애처롭고 사랑한다는 그 말. 그 속삭임 밖에 안 들렸는데."
나는 곁에서 그렇게 가만히 듣고 있다 나도 모르게 목구멍까지 차올랐던 말을 그만 툭 하고 내뱉었다.
" 가끔은... 지옥 같은 현실이 너무 미친 듯 싫어서... 부정을 하다 하다 보면 오히려 지옥 같은 속삭임이 더 현실보다 달콤하게 느껴질 수도 있죠.
당신에게 들렸던 그의 말처럼. 그의 말이 어쩌면 당신의 절망에 한 줄기 빛처럼 보였을 수 있었겠죠. 유일한 희망. 그가 와야지만 오로지 구원받을 것만 같은 느낌. 겪어 보지 않으면 절대 모르는 느낌. "
"하지만. 당신은 알고 있었던 거죠? 그가 오지 않을 거란 사실을..."
그러자 그 영혼은 그 자리에 그대로 주저앉아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이승의 미련을 가득 담아 두었던 그 마음의 짐을 눈물로 왈칵 쏟아 내며 그렇게 한참을 울음으로 토해내고 있었다.
그 영혼이 그렇게 서럽게 눈물을 쏟아내며 한참을 대성통곡을 하자 그제야 연수는 그녀의 등을 쓸어주며,
" 미련한 것. 정작 네 곁에서 너를 바라보던 그 사랑스러운 아이의 눈은 안 보이던 게야? 왜 그 아이의 눈은 못 본 게야? 그 아이에게는 오로지 오로지 너밖에 없었는데... 왜 그랬어... 왜...?!"
그렇게 말하며 그녀를 끌어안고 등을 다독였다. 그러자 그 영혼은 조금은 형체가 선명해지며...
" 그 아이를 보면 버림받은 나 같아서... 바라볼 수가 없었어요. 버림받을까 봐. 어릴 때 날 두고 떠난 내 아버지 같아서... 차마 눈을 마주칠 수조차 없었어. 흑흑."
그러자 연수가 흐느끼는 영혼에게 조용히 속삭였다.
" 미련한 것. 네가 버림받았다고 다 같은 마음일 줄 알았더냐.
자식 버린 부모가 어디 마음 편히 평생 살 것 같아? 평생을 가슴에 묻고 가슴에 대못을 품고 사는데 자식을 놓고 그 눈을 제대로 보지도 못하고 살아오면서 왜 그건 몰랐어. 네 마음이 그러면 네 부모 마음도 그런 줄 알았어야지. 미련한 것아."
그제야 그녀의 영혼은 보다 선명한 형체를 드러내며 더 서럽게 울었다. 그러며
" 아 어떻게 우리 불쌍한 애기... 어떻게 혼자 두고..."
그러자 연수가 그녀의 눈을 살며시 가리며 눈을 감겼다. 그러며 귓가에 속삭였다.
" 이제는 이승의 미련 따위는 잊어버려.
그 아이는 누구보다 건강하고 씩씩하게 자랄 거야. 사랑스러운 아이고 사랑받고 자랄 테니. 아픔을 먼저 겪어 누구보다 마음 깊은 사람으로 잘 자랄 테니 이곳의 미련 일랑 잊어버리고 너도 이제 그만 네 갈길 가야 해. 때가 되었어. "
연수에 말에 그녀가 고개를 천천히 끄덕이며 창가의 쏟아지는 햇빛과 함께 연기처럼 사라졌다.
그 영혼이 사라지자 연수는 참았던 울음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 엉엉엉. 꺼이꺼이꺼이."
나는 그녀의 등을 쓰다듬어주며 한참 동안 그녀를 안아주었다.
" 왜! 왜 이렇게 미련한 거야. 인간은. 왜 죽기 전에 알면 될 것을. 왜 섣불리 목숨을 던지고야 뒤늦게 깨닫고 안타까워 후회하냐고. 왜 간절히 살기를 희망하냐고. 날 더러 어쩌라고. 엉엉. 나도 살려주고 싶은데 어찌하라고. 꺼이꺼이. "
" 죽을 거 같으면 한 발만 물러나 한걸음만 물러나 생각해 보면 되잖아. 한숨 한 번만 크게 쉬어보면 되잖아. 하늘도 원망해 보고 어? 드라마도 보고 어? 소설도 보고? 엉엉. 미친 듯 숨이 넘어 갈듯 달려도 볼 수 있잖아. 진짜 숨이 넘어갈 만큼. 어? 안되면 여행이라도 가고 산이라도 오르면 되잖아. 그래 살아가다 보면 좋은 날도 오는데 왜 그걸 모르냐고 어? 엉엉"
" 인간이기에 살아 있기에 느낄 수 있고 볼 수 있고 살아가다 보면 저절로 깨닫게 되는 게 얼마나 많은데 왜 섣불리 목숨을 던지려 드냐고. 살아보면 그깟 거 아무것도 아닌데. 다 지난 일이 되는데. 숨이 넘어 갈듯 살다 보면 더 간절히 원하는 게 생기고 살아지는 게 인생인데... 누구는 그런 인생을 사람다운 삶을 살고 싶은 사람이 되고 싶은 것도 있는데... 엉엉. "
" 한낯 신이 가지는 능력 따위. 이런 능력 따위가 뭐라고. 그 허울 좋은 행복조차 느낄 수 없는데... 아이를 놓고 자라는 모습을 보고 또 삶을 살아가며 원하는 일을 하고 보금자리를 얻고 새로운 도전을 하고 행복을 느끼고 그게 사는 거지. 뭘 그리 많은 걸 얻으려고 쳐 욕심들을 부려. 그렇게... 엉엉."
" 숨을 쉬고 살아 있는 것 자체가 행복이고 눈을 뜨고 곁에 있는 사람을 느끼고 만질 수 있는 게 그게 행복인 걸 왜 모르냐고..."
그녀의 가슴에 맺힌 한.
그녀의 마음.
아마도 그녀가 하고 싶은 그 숱한 세월의 마음은 너무나 절절해서 나는 차마 다 담을 수가 없었다.
그래. 한 낯 인간이 그랬다. 우리가 숨 쉬는 것조차 행복인 것을 때로는 너무나 힘든 현실에 치여 가끔은 그런 현실을 외면하고 싶은 게 인간이니까.
그래도 외면하면 안 되는 게 현실이니까. 그래서 간절히 원하는 것을 찾으려 애쓰고 삶은 버텨내는 거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