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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IFELOG Dec 05. 2021

[일기] 2020년 겨울에 남긴 여러 일기들

2020년 10월 8일, 3개의 일기를 작성하며
크리스마스를 맞이하는 어느 10월말의 싱가포르 모습

<1. 산뜻한 대화의 결>


어느 날 나는 당신과

산뜻한 대화의 결에 대해 이야기를 했다.

누군가를 처음 같이 마주하는 자리에서

쿵작을  맞추어, 마주 앉은 상대방까지 웃음을 주는 짝꿍이 되는 일에 대하여-


상대방의 유쾌함에 즐거운 장난을 더하고,

잠깐의 pause엔 배려있는 질문으로 힘을 싣고,

어려운 이야기엔 한 편이 되어주는 일.

그 응원을 연료 삼아 다시 힘을 내어 대화를 이어 나가고, 그리하여 만들어진 기분 좋은 속닥거림에, 편안한 자리로 이끌어나가는 힘-


함께 데워놓은 온기와 장난 섞인 미소와 진실 어린 눈빛이 만들어내는 자리의 힘은 위대하고도 참 어여뻤다.

근사한 대화는 그렇게 만들어지는 건 아니였을까,

대화를 하며 더 궁금해지는 사람, 더 함께 있고 싶은 사람이 되고 싶어졌다. 간절히


<2. 멍하니 카페에 앉아>


주말엔 멍하니 카페에 앉아있는걸 참 좋아한다. 싱가포르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사람들이 지나가며 짓는 표정, 지나가는 차에 탄 사람들의 움직임, 햇살의 온도 감, 그날 하늘의 짙음과 옅음의 정도, 구름의 일렁임-

뭐 그런 것들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으면, 이 코로나 시기에도 이 세상엔, 나 말고도 많은 이들이 함께 살아가고 있단 생각에, 최소한의 온기를 느낀다. 그렇게 펜을 들어 글자를 새기다 보면 어느새 메모장 한 가득 낙서가 채워지곤 했다.


어떤 메모는 시가 되기도, 일기가 되기도 하는데,

오늘은 보고 싶은 당신의 이름과 나의 현시점 소망으로 귀결되었다 -

예를 들면, 딱 하루만이라도 좋으니 낙산공원에 가서 같이 별을 보고 싶어요.  아니면, 책을 좋아하는 당신의 책장이 되어도 좋아요.


<3. 나의 오랜 일기들을 다시 보며>


어느 새벽 오랜만에 내가 쓴 일기들을 다시 읽었다.

꽤나 많은 문장들이 마침표를 찍지 못한 채, 어설프게 단어로 끝난다거나 어떠한 명확한 의미를 가지지 못한 채 ~같다 라는 애매함으로 마무리되었다. 국문법에 맞지 않는 여러 단어들만 나열하다 끝난 구절도 있었다. 꽤나 많은 일기들은 노트 한 구석에 끄적거린 낙서로만 머물거나, 비공개라는 이름으로 나의 서랍에 켜켜이 쌓여있었다.


그때쯤 어느 대화가 생각났다.

"나는 요즘 밀레니얼 세대들이 다른 세대에 비해 자신의 의견을 명확히 드러내는 것을 무서워하는 걸 느꼈어. 그런데 그건 우리 사회가 만들어 낸 것 같아. 유명인이 아니라도 한 번 꺼낸 이야기에도 사람들의 비판과 비난에 쉽게 무너질 수 있는 세상에 온 건 아닐까 싶어."


어쩌면 나도 그런 사람이 아니었나,

또렷한 의미를 가져버리면 그 문장의 옳고 그름이 판단되어버리는 게 싫어 애매한 의미의 열린 단어만 나열하다 끝나버린 나의 문장들이 세대의 대표적인 모습을 반영했던 건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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