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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툰 말, 진심 어린 마음

외국인 친구와의 나의 에피소드 3가지 

by 다가온 Mar 24. 2025

나는 원어민처럼 유창하게 영어를 하지 못한다. 영어를 공부하면서 오랜 기간 동안 느끼는 부분이지만 정확한 문법을 사용해서 의미를 전달하는 게 어렵다. 하지만 내가 더욱 용기를 내서 말하고 싶었던 순간들이 있었다. 나의 영어 실력과 관계없이 진실되게 외국인 친구들에게 전하고 싶은 마음이 더 컸기 때문인 것 같다.


시간을 거슬러 그때의 경험을 떠올려보니 3가지의 에피소드가 떠오른다. 


첫 번째는 외국인 친구가 택시에서 내리면서 카메라를 잃어버렸던 때가 가장 먼저 떠오른다. 당시에 나의 미국인 친구는 고가 브랜드의 카메라를 잃어버리고 나서 큰 상실감에 빠졌고 나는 그 친구를 돕고자 친구가 내렸던 택시 승강장 주변의 CCTV를 확인해 보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CCTV를 직접 확인하기 위해서는 경찰의 도움을 받아야 했고 분실 신고를 하기 위해 인근 경찰서에 함께 방문했었다. 내 생에 처음으로 경찰서를 방문했었는데 카메라를 잃어버려서 속상해하는 외국인 친구에게 "카메라를 찾을 수 있을 거야..." 하며 위로의 말을 건네며 안심을 시켜주면서 동시에 서류 작성까지 작성해야 했다. 그때 내 심경은 왠지 모르게 답답하고 복잡했었다. 그리고 경찰관님이 나에게 해주시는 말들을 즉각적으로 통역을 해서 외국인 친구에게 전달을 하는 게 참 어려웠고 운이 좋으면 카메라를 찾을 수 있지만 대부분 못 찾을 확률이 더 크다는 말에 내가 굳이 경찰서까지 친구와 왔어야 했나 하는 후회감도 밀려왔었다. 결국은 몇 달이 지나도 카메라를 찾았다는 연락을 받지는 못했다. 그렇지만 내 친구는 나의 진심 어린 마음에 무척이나 감동을 받았고 우리의 우정은 더욱 깊어지게 되었다. 언어가 잘 통하지 않았어도 감정적으로 깊은 소통을 했었던 거 같아서 다시 생각해도 뭉클하고 좋은 경험이었다. 


두 번째 에피소드는 동네에 살고 있었던 친한 외국인 친구와 어느 날 약속을 잡았는데 그날따라 표정이 어둡고 안색이 안 좋아 보였다. 아니나 다를까 그 친구는 거의 10년간 교제했던 남자친구와 헤어진 소식을 나에게 전했다. 그리고 친구가 카페에서 흐느끼면서 울어버렸다. 나는 그 상황에서 어떤 말을 해줘야 할지 정말 모르겠고 나 역시도 눈물이 나왔다. 그래서 나는  “You’re not alone.” "Everything will be okay."라는 짧은 한 마디를 건네며 함께 친구를 꼭 안아주었다. 내가 위로의 표현을 잘 모르고 서툴렀지만 서로의 마음이 닿았던 애틋한 순간을 잊을 수가 없다. 그 이후로 그 친구는 영국으로 돌아가서 잘 지내고 있고 조만간 4월에 한국에 놀러 와서 다시 만날 예정이다. 인연이 참 소중하고 애틋하다고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세 번째 에피소드는 언어교환 웹사이트에서 알게 된 미국인 친구와 거의 8개월 정도 SNS로만 소통을 이어가고 있었는데 그 친구가 남편과 함께 내가 살고 있는 광주로 작년에 여행을 계획했었다. 결국 우리는 광주송정역에서 만났다. 점심시간에 만났기에 근처 1913 송정역 시장에서 광주 대표 음식인 떡갈비를 대접하며 BTS를 좋아하는 친구를 위해 충장로에 가서 K-pop 거리를 소개했고, 같이 사진을 찍고 매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다음 날에는 남편의 차를 타고 담양으로 이동해서 역시나 맛집을 탐방하며 내가 가이드처럼 설명하고 한국어를 가르쳐주며 더욱 의미 있는 시간을 보냈다. 내가 표현하고 싶지만 바로 입에서 나오지 않는 말들은 재빠르게 번역기를 사용해서 전달을 하며 우리는 서로 의사소통을 했고 서로 문화도 다르고 이동하는 시간 동안 약간의 어색함도 있었지만 하루하루가 소중하고 따뜻함이 가득했다. 


내가 생각했을 때 영어는 나의 감정을 전달하는 또 다른 도구라고 생각이 든다. 유창함보다도 나의 '진심'이 먼저였던 순간들을 기억하면서 나는 앞으로 만나게 될 다양한 외국인 친구들에게 나의 진심을 전하고 싶다. 그래서 나는 "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으니 시도해 보자. "라고 스스로에게 말하고 싶다. 실수를 통해 배우고 성장하고 더 단단해진다고 믿기 때문이다. 영어로 말하는 게 자신 없어도 위축될 필요 없다. 조금의 용기만 있다면 외국인 친구를 사귀고 우정을 쌓아가는데 충분하다고 말하고 싶다. 누구에게나 진심은 통하는 법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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