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비단길 이야기-43
#152 계획 없는 여행의 리스크
이탈리아의 가장 흔한 교통수단은 기차. 하지만 이딸로(Italo) 같은 대도시간을 직통으로 연결하는 고속열차는 닥쳐서 예약하려면 가격이 상상 이상으로 비싸다. 나는 지방 완행열차인 트랜이탈리아의 레지오날레(Regionale)를 주로 이용했는데, 우리나라로 치면 무궁화호 급이다. 하지만 이 또한 시간과 옵션에 따라 요금 널뛰기가 심하다. 보통 가장 싸게 가는 방법은 레지오날레 기차를 타고 환승을 하며 가는 것. 그래서 나도 그 방법을 택했고 베로나에서 밀라노를 거쳐 토리노로 가는 표를 예매했다. 볼로냐에서의 환승 악몽 때문에 찝찝했지만, 다른 방도가 없다.
호텔에서 나와 주차장에서 줄리아를 만났다.
"태우다 주고, 태우러 오고. 완전 엄마 같네 줄리아."
"뭘, 내가 여기로 오라고 했으니까 이 정도 책임은 져야지. 베로나를 떠날 준비는 됐어?"
베로나에서의 내 이동을 책임져준 그녀의 차를 타고 역으로 향했다. 이곳에 온 첫날처럼 비가 한 방울씩 떨어지고 있었다.
"기차 잘 보고 타고, 조심히 여행해!"
자그마한 키에 통통한 볼, 동그란 금속테 안경을 낀 그녀와 헤어지며 슈퍼마리오 캐릭터가 잘 어울릴 것 같다고 생각했다.
자신만만하게 줄리아를 보내고 전광판 앞에 섰지만, 첫 관문인 밀라노행 기차는 연착이었다. 밀라노에서 환승 시간이 촉박했기 때문에 나는 점점 초조해졌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레지오날레 기차는 지연과 취소가 잦은 편이라 일정을 넉넉하게 짜는 편이 좋다. 이런 내 사정을 모르는 기차는 느릿느릿 플랫폼으로 기어들어왔고, 기차 안에서 가늠해본 시간으로는 절대 밀라노에서 토리노행 기차를 제시간에 탈 수 없었다. 나에게 마가 낀 건지, 베로나에 무슨 블랙홀이라도 있는지 기차들이 하나같이 말썽이었다. 급하게 다른 기차를 검색해 거의 밀라노에 도착하는 시간과 비슷하게 토리노로 출발하는 기차 편이 있어 그걸 타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시간이 있다면 트랜이탈리아의 사무실에 들러 표를 바꿔야 하는지 물어봤을 테지만 내가 탄 기차의 밀라노 도착 시간과 갈아탈 기차의 출발 시간의 차이는 단 5분 남짓. 그 사이에 기차에서 내려 플랫폼 번호를 찾아가야 한다. 그래서 그냥 놓친 기차의 표를 가지고 타기로 했다. 밀라노 도착 안내방송이 나오자 나는 배낭을 메고 문 앞에서 기다렸다. 기차가 곧 멈추고, 나는 어디로 갈 줄도 모르고 급한 마음에 일단 뛰었다. 하지만 나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기차에서 내리자마자 뛰기 시작했고, 전광판의 기차 번호도 확인하지 않은 채 나도 그들을 따라 뛰었다. 역시 사람들이 향한 곳은 토리노행 기차가 출발 준비를 하고 있는 플랫폼이었다. 무사히 기차에 올라 숨을 가쁘게 몰아쉬었다. 등에 진 짐이 갑자기 몇 배는 더 무거워진 것 같다.
지정 좌석이 없는 티켓이라 이미 자리는 다 차있었다. 연결 칸에 간이 좌석을 펴고 앉았다. 이대로 토리노에 무사히 간다 해도 10시에 도착할 것이다. 이마저도 못 탔다면 오늘 안에 토리노에 오기는 힘들었겠지. 베로나에서부터 내리던 빗방울은 토리노에서 조금 더 굵어져 있었다. 나는 우산이 없어 비를 계속 맞았다. 낮에 역에서 샌드위치를 하나 사 먹은 뒤로 아무것도 못 먹은 나는 배가 고프다기보다는 주린 느낌이었다. 예약한 에어비앤비로 가기 전 마감 직전의 슈퍼마켓에 눈치를 보며 뛰어들어갔다. 먹고 싶은 게 너무 많아 미리 정해둔 쇼핑 목록인 파스타와 소스, 계란과 물만 골라 담는 게 힘이 들었다. 계산대 앞에서 잠깐 고민하다 집어 들었던 5유로짜리 우산을 내 운을 믿어보자며 도로 내려놨다.
#153 But it pours
빗방울이 창문을 톡톡 두드리는 소리에 잠에서 깼다. 으슬으슬한 기운이 문틈 사이로 불어와 조그만 라디에이터 온도를 최대로 올렸다. 오늘 같은 날은 라면이나 끓여 먹고 쉬고 싶은데 라면이 없다. 하지만 우산도 없어 저 비를 뚫고 나갈 엄두도 안 났다. 이런 날씨에 비를 맞고 돌아다니면 그냥 바로 감기에 걸리겠구나, 싶었다. 토리노에서도 카우치서핑 호스트는 구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에어비앤비로 오기는 했지만, 대신 도시를 구경시켜 주겠다는 조지아의 제안에 비가 그치면 만나자며 약속을 했다.
오후에 비가 잦아들어 조심스럽게 길을 나섰다. 약속 장소는 버스로 따지자면 다섯 정거장 거리. 버스를 타기도 애매해 그냥 여유롭게 출발해 걸어가기로 했다. 하지만 절반쯤 왔을 때 비가 슬슬 날리기 시작하더니 곧 비가 한여름 소나기처럼 쏟아졌다. 어쩔 수 없이 남의 집 현관에 급히 뛰어들어 비를 피했다. 어젯밤 우산을 도로 내려둔 내 미련함을 탓했다.
'미안한데 약속 장소로 가다가 비가 와서 거기까지는 못 갈 것 같은데, 혹시 내가 있는 곳을 찍어줄 테니까 이쪽으로 와줄 수 있을까?'
조지아에게 급히 메시지를 보냈다. 그녀는 알겠다며 답장을 보내주었다.
얼마 뒤 비에 흠뻑 젖은 조지아가 달려왔다.
"아니, 너도 우산 없었어? 난 니가 우산 있는 줄 알고 와달라 한 건데... 몰랐어. 정말 미안해."
나는 물이 뚝뚝 떨어지는 그녀에게 안녕이라는 인사보다 미안이란 사과가 먼저 나왔다.
"아 그런 뜻이었어? 난 니가 길을 못 찾는다는 말인 줄 알았어. 어쨌든 나도 우산이 없네, 미안"
비는 쉽게 그칠 것 같지가 않았다. 한 블록 떨어진 카페로 향하면서도 머리가 다 젖었다. 다행히 카페 안은 훈훈했다. 젖은 코트를 말리고 휴지를 얻어 머리를 대충 닦았다. 조지아는 화장실에 가 머리를 짜고 왔는지 방금 머리를 감은 사람처럼 나타났다.
"카푸치노를 오후에 마신다고? 취향이 특이하네."
"왜? 지금 추워서 따뜻하고 부드러운 걸 마셔야 할 것 같아서."
"그래도 오후에 카푸치노를 마시는 건 나한테는 조금 이상해. 이탈리아 사람들은 보통 카푸치노를 아침으로만 먹으니까."
조지아의 말을 흘려들으며 꿋꿋이 거품이 몽실몽실 올라간 따뜻한 카푸치노를 받아 들었다. 그녀는 내 휴대폰을 들여다보며 토리노에서 가볼 만한 곳을 지도에 몇 군데 찍어줬다.
"오늘은 비가 이렇게 많이 와서 가보기가 힘들 것 같네. 그런데 너 내일은 뭐해?"
"아무것도? 아마 니가 방금 추천해준 곳들을 돌아보지 않을까."
"그럼 내일 파티에 갈래? 할로윈이잖아. 나도 친구들이랑 가기로 했는데 너도 원하면 같이 가자."
할로윈 파티하면 무서운 분장을 하고 의상까지 맞춰 입는 걸 상상해서 조금 부담스러웠다.
"아, 그건 걱정하지 마. 우리도 분장 같은 건 안 하고 그냥 구경만 하는 거야."
그녀는 난색을 표하는 나를 안심시켰다.
부쩍 짧아진 해가 지고 조지아와 헤어질 때쯤 비가 그쳤다. 돌아오는 길에 중국인이 운영하는 아시안 마트에 들렀다. 중국, 일본 상품 사이사이에 한국 라면, 김치, 햇반 같은 보물들이 숨겨져 있다. 저녁거리를 사고 접이식 우산도 하나 집어 들었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지만 앞으로 한 번이라도 더 이런 비를 만난다면 나는 기꺼이 이 돈을 지불할 의사가 있다.
숙소 근처는 밤길이 깜깜했다. 조지아도 내 숙소 위치를 듣더니 이민자 구역이라며 밤에 조심하라고 일렀다. 간판도 중국어와 아랍어 간판이 더 많이 보이는 것 같았다. 대신 아시안 마트가 가깝고 많이 있기 때문에 나로서는 나쁘지 않은 선택이었다.
저녁으로 먹을 라면 생각에 방에 들어오면서부터 입에 침이 고였다. 기대했던 캔에 담긴 김치는 맛이 없었다. 2유로나 하는 가격에 들었다 놨다하다 다시 마음을 바꿔 담은 거였는데, 실망보다 슬픔이 컸다. 즉석밥은 전자레인지도 없고 물에 넣고 기다리기도 귀찮아서 라면을 끓이며 딱딱한 밥을 통째로 말았다. 라면 국물과 밥알, 계란이 섞여 마치 죽처럼 변했다. 의도하지 않았지만 샤브샤브를 먹고 끓여주는 계란죽 같은 맛이 났다. 한 냄비를 다 비웠더니 배가 터질 듯 불렀다. 여행을 하며 끼니를 불규칙적으로 먹다 보니 배가 작아진 것 같다. 눋지 않도록 물만 부어두고 설거지는 내일 아침으로 미뤄버렸다.
#154 할로윈 별 거 있나요?
일기예보는 비가 그칠 거라고 했지만 오후가 될 때까지 여전히 비는 계속됐다. 우산을 쓰고 국립 영화박물관까지 걸었다. 1시간을 걸었더니 신발 코가 다 젖어서 양말까지 빗물이 스몄다. 비 오는 날은 발이 젖는 것 때문에 싫다. 내 걸음걸이에 문제라도 있는지 종아리까지 물이 튀어 바지가 축축해졌다. 다행히 박물관 안은 따뜻했다. 물에 젖은 내 워커의 굽이 바닥에 미끌리며 우스운 소리를 냈다. 아기 신발을 신은 것처럼 걸을 때마다 삑삑 소리가 났다. 국제학생증을 내밀었더니 박물관 입장과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는 전망대 통합권을 11유로에 끊어줬다.
박물관 내부에는 뤼미에르 형제가 찍은 최초의 영화부터 스타워즈 등 현대의 SF영화까지 영화사에 한 획을 그은 굵직한 작품들부터 영화에 촬영된 장비가 여러 관에 나뉘어 전시되고 있었다. 나름 영화를 많이 봤다고 생각했는데도 아직 못 본 영화들이 너무 많았다. 오히려 아는 작품이 나오면 반가워서 사진을 찍었다. 전시관을 나와 비탈진 복도를 따라 올라가면 무선 헤드폰을 대여해준다. 헤드폰으로 소리를 들으며 벽면에 붙은 스크린에 재생되는 무비 클립을 볼 수 있다. 마음에 드는 영화 앞에서 멈춰 몇 개를 보고 있었더니 영화가 보고 싶어 졌다. 예전에 고전 영화를 봐야겠다고 마음먹고 역사적으로 중요하다는 작품들을 찾아봤었다. 초창기 작품보다는 60-70년대 작품들로 시작했는데, 주로 장 뤽 고다르, 구로사와 아키라,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영화를 봤다. 그때는 흑백 화면이 답답하게 느껴졌는데, 그 열정이 잠깐 다시 생겼다.
영화 박물관의 건물은 커다란 돔을 이고 있는 모양새다. 이 돔의 꼭대기로 바로 올라갈 수 있는 엘리베이터가 있다. 지지하는 기둥이나 외부 프레임도 없이 아슬아슬하게 줄에 매달린 직통 엘리베이터는 해리포터에나 나올 것 같이 생겼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며 일부러 아래를 내려다봤다. 하지만 아래를 내려다보는 것보다 위를 올려다보는 게 더 무서웠다. 내려다봤을 때는 보통 고층 건물에 올라온 것 같지만 위를 보면 점점 가까워지는 돔의 천장이 아찔하게 다가왔다.
흐린 날씨 때문에 전망은 좋지가 않았다. 분명 맑은 날이라면 토리노 시내와 멀리 알프스 산맥까지 보인다고 하지만 오늘은 가로등이 밝혀진 도로와 가까운 건물 말고는 도시 전체가 흐릿한 안갯속에 잠겨 있었다. 빗방울을 머금은 바람이 강하게 불어와 몸이 흔들렸다. 같이 엘리베이터를 타고 전망대에 올라온 사람들도 사진만 몇 장 찍고 서둘러 내려갔다. 나는 돈이 아까워 괜히 서성거리며 시간을 보냈다.
'어디야? 나 이제 일 마치고 나가는데 카스텔로 광장 앞에서 만나자. 거기로 데리러 갈게.'
때마침 도착한 조지아의 문자를 받고 전망대에서 내려가 비 오는 거리로 나섰다.
광장에서 조지아를 만나 그녀의 차에 탔다. 뒷자리에는 그녀의 친구들이 타 있었다. 디에고, 프란체스카, 실비아와 차례로 인사를 나눴다. 우리는 저녁을 먹고 조금 걸어서 강변에 있는 클럽으로 향했다. 도착한 클럽 입구에는 검은 정장을 입은 가드들이 지키고 있었다. 예약한 입장권을 보여주고 손등에 도장을 찍었다. 으슬으슬한 바깥과는 달리 클럽 안은 더웠다. 카운터로 가 코트를 맡겼다. 입장료가 8유로인데 코트를 맡기는 비용이 4유로여서 억울했다.
우리는 프리 드링크 한 잔씩을 받아 들고 안으로 향했다. 역시 할로윈 분장을 한 사람들이 많았다. 이탈리아 클럽에서는 사람들이 본격적으로 춤을 춘다. 한국 클럽에서는 한 손에 술잔을 들고 적당히 몸만 까딱까딱하다가 이곳에 오니 부담이 됐다. 하지만 사람들이 다들 별로 신경을 안 쓰는 것 같아서 나도 마음 가는 대로 팔다리를 휘적휘적 저어봤다.
"이렇게 재밌을 줄 알았으면 우리도 얼굴에 뭐라도 칠하고 오는 건데!"
조지아는 내 말을 듣고 웃었다. '언제는 분장해야 하면 안 따라갈 거라더니...' 아마 그녀는 그렇게 생각하는 것 같았다.
#155 최고의 기분 전환은 날씨
분명 어제 새벽에 클럽에서 나올 때까지 비가 내렸는데, 오늘은 눈이 부셔서 잠에서 깼다. 창문을 열어보니 비 온 다음날 나는 상쾌한 냄새가 났다. 쌀랑한 바람이 불어와 어제보다 공기는 차가워졌지만 그 때문에 더 청명하게 느껴졌다. 나는 초콜릿이 들어간 빵과 믹스 커피로 아침을 먹었다. 오랜만에 맑은 날을 만나서 빨리 밖으로 나가보고 싶었다. 토리노를 떠나기 전 해가 뜬 모습을 볼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조지아가 알려준 대로 중심가를 따라 카스텔로 광장을 지나 포 강을 건넜다. 며칠 만에 해가 뜬 탓인지 길에는 사람들이 많았다. 다들 나처럼 맑은 날을 기다리던 사람들인 것 같았다. 어제 영화 박물관에서도 볼 수 없었던 관광객들이 어디 숨어있다가 나온 듯 사진기를 들고 광장을 이리저리 돌아다니고 있었다. 최종 목적지인 산타마리아 델 몬테까지는 걸어서 한 시간 거리였지만 날씨도 좋은데 조금만 더 걸어볼까, 하는 마음으로 걷다가 결국 끝까지 걸어서 와버렸다.
비탈길을 따라 언덕을 올랐다. 언덕의 정상에 오르면 시야가 탁 트인다. 날은 개었지만 아직 멀리 먹구름 조각이 남은 탓에 도시를 둘러싼 알프스 산맥까지는 보이지가 않았다. 대신 도시의 전망은 한눈에 내려다보였다. 통일감 있는 도시의 건물 중 영화 박물관의 돔은 한눈에 알아볼 수 있을 만큼 잘 보였다. 벤치에 앉아 천천히 풍경을 감상했다. 겨울을 재촉하는 찬바람이 불어왔지만 목도리를 두르고 있었기 때문에 문제없었다. 주변에는 큼직한 카메라에 삼각대까지 갖춘 사진사들이 최고의 순간을 잡기 위해서 각자 자리를 잡고 풍경을 겨냥하고 있었다.
키르기스스탄 카라콜의 호스텔에서 만났던 프랑스인 사야. 그때 가을에 프랑스에 오면 자기 집에서 재워주겠다며 약속을 했는데, 국경이 가까워지니 그녀 생각이 났다. 하지만 여섯 달간 연락 한 번 없다가 리옹에 도착했으니 잘 곳을 내놓으라고 불쑥 연락을 하기에는 너무 염치가 없는 것 같았다. 그래서 잊고 있었는데, 며칠 전 누가 시킨 듯 갑자기 그녀에게서 연락이 왔다.
'여행은 잘 돼가? 지금쯤 유럽에 왔겠네.'
'응, 어떻게 알았어? 마침 토리노에 왔는데 곧 리옹으로 넘어갈까 생각 중이야.'
'그래? 잘됐네! 리옹에 오면 우리 집에 와야지. 날짜 정하면 알려줘, 연락 기다릴게.'
절묘한 타이밍에 나는 깜짝 놀랐다. '그동안 SNS로 나를 감시해온 걸까'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어쨌든 뜻하지 않은 행운을 잡은 나는 여유가 생겼다. 생각보다 비싼 서유럽의 물가에 하루하루 말라가고 있었는데, 프랑스에서 지낼 곳이 해결되니 마음이 편안해졌다. 이대로라면 이탈리아를 곧 떠나는 기념으로 저녁에 피자 한 판 정도는 사 먹어도 괜찮을 것 같다. 언덕을 내려가며 사야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내일 오후 리옹 도착 예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