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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알미 Jan 26. 2024

무기력에 강해지기

<홀로서기 심리학>에서 밑줄 친 말

 춥고 눈이 온 새해에 이사를 하고, 한 달이 조금 안된 오늘에서야

'집 정리하기를 정리'했다. 

이사로 인해 유치원을 잃은 아이와의 가정보육도 두 달이 되어간다. 일단 그냥 살자. 


일단 좀 나와요.


서울에서 다시 돌아온 영종도에는 친구가 한 명 있다. 임산부 요가에서 만나 육아 동지이자 서로의 결을 이해해 주는 소중한 친구다. 이사를 온 후로 무기력한 나를 종종 체크해 주는데 오늘은 좀 나오라며 귀한 시간을 내주었다


친구가 데려온 카페는 생각보다 숨통이 트이는 공간이었다. 통창으로 나무들이 빼곡히 서있는  숲을 볼 수 있는 곳에 자리를 잡았다. 눈이나 비가 내리면 풍경이 더 예뻐진다는 말에 이대로도 좋다고 생각했다. 


앙상해진 겨울나무를 멍하게 바라보니 다들 제각각이다.  쓰러질 듯 기울어진 것도 있고 이미 베어진 나무기둥도 같은 감정은 없어 보인다. 휘어져있어도 뿌리만은 땅 깊숙이 박혀있다. 뿌리를 단단히 해 둔 겨울나무는 추워도 흔들리지 않겠지. 환경이 바뀌고 상황이 달라져도 무기력해지지 않고, 내 뿌리만큼은 땅에 단단히 두고 가지는 유연한 어른이 되고 싶다. 


언젠가 본 잡지 편집자의 말에서

"한 해 출발점을 겨울에 둔 이유는 본질로 돌아가라는 뜻이 아닐까"라는 

글귀를 보고 새해의 출발이 봄이 아닌 겨울에 둔 북반구에서 태어난 나는 

참 다행이란 생각이 든다. 

봄의 활기찬 날씨가 1월이었다면 나는 계절의 기분을 따라가기 벅찼을 것만 같다. 



"기분이 행동을 이끄는 것이 아니라 

행동이 기분을 좌우한다."


 내가 느끼는 기분을 가다듬고 휘둘리지 않는 것이 진정한 어른이라고 했던가? 

무기력함을 무기 삼아 막막한 하루를 보낼 때마다 꺼내드는 책 <홀로서기 심리학>에서는 무기력에 대응하는 방법을 이렇게 정리했다. 


무기력에 강해지기

소설 읽기나 음악 감상을 통해 뇌의 변연계를 자극해 주면 좋고, 감정을 다루는 어휘를 다양하게 익혀 감정을 풍부하게 느끼고 맛보는 연습하기


우울에 강해지기

어떤 일을 시도하려 할 때 '해내고 싶다'는 감정과 '하지만 ~을 잃을까 봐 걱정이 된다'는 감정이 동시에 든다면, '하지만'을 '그리고'로 바꾸는 연습하기


불안에 강해지기

불안할수록 일의 우선순위 매겨보기.

불안을 가만히 바라보는 연습이 필요하다. 중요한 일부터 순서대로 해 나가면 분주하고 불안한 마음에서 벗어날 수 있다.



또다시 타의로 온 이사가 나에게 독인지 복인지 모르겠지만 무기력에 당하기보다 뿌리를 단단히 하는 하루, 일주일을 보내다 보면 조금은 따뜻한 봄이 찾아올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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