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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알미 Mar 04. 2024

깃털 같은 이야기

마음에서 날려버려야 할 것들


이사하면...

집이 정리되면...

집들이 행사가 좀 마무리되면..

몸이 나아지면...

어린이집 등원하면... 잘 적응하면...


아직 설 익었다는 핑계로 여러 마음과 계획들을 미뤄두었더니, 오늘, 벌써!

얘기하던 그날. 3월이 왔다. 

아이를 셔틀버스에 태우는 순간, 홀가분하게 새 출발 할 수 있을 것 같았는데

어쩐지 마음에 들지 않고 또 미뤄둘 핑계를 찾는다. 


셔틀버스가 유아용이 아닌 성인용 관광버스 같아서 마음에 걸리고

첫인사를 제대로 받아주지 않는 학부모들의 표정이 

주머니 속 동전처럼 마음에 걸린다. 

컨디션이 좀처럼 돌아오지 않아 골골대는 나를 보고 

"입원이라도 하던지!" 라며 지겨워하는 남의 편의 뾰족한 말도 아직 소화가 되지 않았다. 


새봄이 왔는데 아직 이사되지 많이 않은 마음들이 그득그득하다. 

병원에 가서 엉덩이 주사를 찐하게 맞고 갓 구어 나온 빵을 샀다.

창문을 활짝 열고 청소기를 밀었다. 

애매하게 남아있던 고추장찌개를 보글보글 끓여 밥에 비벼먹었다. 


"이봐, 어서 네 마음도 이사해!"


새봄이 그렇게 말하는 것 같았다. 




나의 결핍을 안고서 그것을 너무 미워하지도,
너무 가여워하지도 않고 그저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것.
슬프면 슬프다는 것을 알면서 나를 계속 지켜보는 일.
나는 지금 그런 일을 하는 중인 것 같다.

-최은영, <아주 희미한 빛으로도> 작가의 말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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