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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알미 Jul 16. 2024

 자연스러운 마음

데이지는 밤이 되면 꽃잎을 오므리고

 허둥지둥했던 하루 끝에 누워 생각한다.


'하면 좋은 점이 있나?'

다음으로 생각한다.

'나쁠 건 또 뭐야!'


 내일이면 아파트 단지 안 작은 카페에서 주말 아르바이트를 시작한다. 교대근무로 오전 오픈 후 4시간씩 일하게 되었다. 선발과정이 깔끔하지 않았다. 이틀 전에 갑자기 연락이 와서 정식 교육도 받지 못하고 

급여도 없이, 틈날 때마다 카페에 들러 이틀 동안 일을 배웠다. 


일상에 균형을 줄 수 있는 변화가 필요했다. 겨울에 이사를 와 봄을 지나 여름을 맞이하기까지... 

나는 계절을 거슬러 더더 집으로 들어가 숨기에 바빴다. 

일상을 지킨다는 핑계로 밖에 나가지 않았고, 최소한의 집안일과 육아를 하며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삶에 안도했다. 심지어(이유는 설명하기 힘들지만) 오래전 중고마켓에 올려둔 물건의 문의글조차도 피할 정도.

'결심'이라는 것이 참으로 오랜만이니 이 마음이 사라지기 전에 지체할 수 없었다. 

폴더 어딘가에 넣어둔 반명함 사진을 찾고, 공들여 이력서를 다듬었다. 카페 아르바이트와 상관없는 이력은 간단하게 줄이고 없앴다. 내 삶이 이렇게 간소하게 변했다. 


 "한번 해 보려고, 안 되면 할 수 없지 뭐."

남편에겐 태연한 척 이야기했지만 여름 한낮에 쏟아지는 햇빛처럼 열망이 일렁였다. 


그런데 왜... 막상 출근을 앞두고 걱정과 불안이 보플처럼 일어나는 걸까?




"순리대로 살자."

 엄마를 사랑하지만 때때로 내 불안에 이렇게 대답하는 엄마의 이 말이 싫었다. 거스르지 말고, 문제를 직시하기보단 받아들이라는 듯한 삶의 태도. 너는 순하니까~ 안정된 직장 다니다가 고만고만한 남자 만나 평탄하게 살았으면 좋겠다는 엄마의 말을 들었다. 그날부터였을까? 나는 엄마의 말(_처럼 되기 싫었던 것 같다)을 동력 삼아 방송국에 들어가 불안전한 작가 생활에 올인했다. 일이 잘되면 나의 자존감은 충만해졌고 반대였을 땐 자신이 쓸모없는 사람처럼 느껴졌다. (지금은 제일 지양하는 삶의 태도!)

엄마가 알면 못 미더웠을 남자를 만나고 헤어졌다를 반복했다. 반항심 때문만은 아니었다. 사회생활에서 (지금은 상상 못 할 엉뚱 발랄함으로) 나름 막내작가로 귀여움을 받고 인정받는 기분에 취했다. 입봉을 하고 평타를 치는 메인작가가 되었다는 성취감이 나를 더 일하게 했다. 


 많은 시간이 흐른 지금. 엄마의 그 말이 겹겹이 쌓인 경험들에 대한 결론이구나 싶은 때가 종종 찾아온다. 

들여다보면 집집마다 핫이슈 하나 없는(우리 집 포함) 집이 없음을 알게 될 때. 

하루 무탈함에 긴 숨을 몰아쉬며 안도할 때 그렇다. 

나의 반짝거림은 크리스마스트리 위에 꼭대기 별이 아닌 '수많은 전구 중에 하나'였구나를 느끼는 순간이 많아졌다. 그것이 서글프지 않고 '그렇구나' 이해하게 되는 날이 늘었다. 


'데이지는 밤이 되면 꽃잎을 오므리지.'

아이와 책을 읽다가 처음 알게 된 사실이다. 

내가 처한 환경에서 할 수 있는 것들을 모색하고 경험해 나가는 것. 데이지 꽃잎이 몸을 오므리고 피는 것처럼 자연스러운 일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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