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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hgooni Feb 07. 2019

취업이 잘 안돼 자존감이 떨어질 때

넌 괜찮은 놈이야

취업을 준비하면 할수록 나 자신이 점점 작아진다. 


하는 것마다 잘 되면  나의 자존감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올라가련만, 하나님은 내가 교만한 것을 원하지 않으시는 듯하는 것마다 되는 것이 하나도 없고 나의 자존감은 떨어지는 것도 모자라 깊은 땅속을 파고 들어간다. 


이력서의 경력사항을 적으려고 했더니 그동안 한 것이라곤 알바밖에 없고, 성적은 내 양쪽 시력을 더한 것보다 조금 높을 뿐이다. 


있는 그대로를 이력서에 옮겨놓은 후에 자기소개서를 준비하려고 하니 쓸 말이 없어 다시 막막해진다. 


돈 벌려고 지원하는데 지원동기를 800자나 작성하라고 하질 않나 

적당히 일 하면서 오래 다니는 것이 목표인데 입사 후 포부로 또 800자를 적으라고 하질 않나 25 평생 살아오면서 시련이 얼마나 있다고 살아오면서 가장 힘들었던 점과 극복했던 일을 적으라고 하질 않나...... (그동안 별로 힘들지 않게 살아왔는데 지금 이 순간이 가장 힘들게 느껴진다. 

이것을 극복했다면 가장 힘들었던 점과 극복했던 사례로 적을 수 있겠지만 아직 극복을 못하고 있으니 이것을 힘들다고 적을 수도 없는 노릇이다.) 


이런  자기소개서 질문 항목이 나올 때마다 뭘 써야 할지 모르겠다. 


본인의 장단점 항목에도 무언가를 적기 위해 나를 돌아보니 내 장점은 떠오르는 것이 없는데 단점만 끝이 없이 계속 떠오른다. (음수와 음수를 곱하면 양수가 되듯이 단점과 단점이 만나서 장점이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뿐이다.) 


자기소개서에 작성된 것은 아무것도 없는데 생각만 해도 힘들고 기분이 축 처진다. 


여기저기 취업 관련 정보를 알아보니 회사에 대해서도 잘 알아야 한다는데 내가 지원하는 회사는 검색해도 잘 안 나오고 정보가 나온다고 한들 이 정보를 어떻게 써먹어야 할지도 모르겠다. 


이럴 때를 위해 선조들이 만들어놓은 말이 있다. 


총체적 난국, 

사면초가 


이러한 총체적 난국과 사면초가에도 서류제출 마감일이 다가오니 기계적으로 무언가를 쓰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마감 시간 10분 전, 아쉬움을 뒤로한 채 그때까지 억지로 짜낸 자기소개서를 제출한다. 


서류결과 발표전까지는 마음이 편하길 바랐지만 내 마음은 그렇게 쉬운 놈이 아니다. 


불안, 그리고 초조 다른 회사에도 또 제출해야 하는데 쉽게 손에 잡히질 않는다. 


드디어 서류 결과 발표 날.. 예상은 하긴 했지만 서류 탈락...


나는 하는 일마다 왜 이럴까?


내 자존감은 떨어질 대로 떨어져 지구의 내핵까지 파고 내려가는 것 같다. 


자존감이 떨어지니 나는 그동안 뭐 했나 싶고 왜 살까 라는 생각이 들면서 자존감이 또 떨어지는 악순환을 반복한다. 


다른 친구들은 합격도 잘하고 다 잘하는 것 같은데 나는  왜 이렇게 되는 것이 없을까?


이렇게 살아서 뭐 하나 싶다. 자꾸만 낮아지는 자존감 한번 낮아진 자존감은 올라오려고 하질 않는다. 


어떻게 해야 나의 자존감을 올리고 다시 시작할 수 있을까?

뭔가를 다시 시작해야 하는데 원동력이 없다.  


친구들과 주위 사람들은 위로해 준답시고 다른 곳 다시 써보면 될 것이라고,  

계속 도전하면 언젠가는 될 것이라고 말한다.  


친구들은 진심으로 나를 생각해 주는 마음으로 위로해 주는 것일 테지만 친구들의 진심 어린 위로의 말들이 내 귀로 들어오질 않는다. 


평소에 나는 긍정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전혀 긍정적인  생각이 들지 않는다. 

시간은 자꾸만 가고, 나이는 점점 많아지고, 공백기만 늘어나는 것 같고, 나는 여전히 제자리인 것만 같다.  


어떻게 해야 할까?

내 친구가 만약 이런 상황이라면 나는 어떻게 말해줄 수 있을까?


분명 내 친구가 이런 상황이라면 지금까지 그래 왔듯이 나는 최선을 다해 친구를 위해 도움이 되는 말을 해 줄  것이다. 


친구한테는 힘내라고 그렇게 잘 말하던 것을 나 자신에게는 왜 그런 말을 해줄 수 없을까?


잠시 상황으로부터 나와서 나를 지켜보자.  

조금은 객관적으로 나를 바라보자.  


물론 잘 안 되겠지만 내 일이 아닌 남 일처럼 멀리 떨어져서 바라보자.  

친구한테 말하듯이 자기 자신에게 말해보자. 


지금까지 잘 해왔잖아 

네가 생각할 때는 네가 아무것도 안 한 것처럼 생각될지 모르겠지만 

난 네가 부러워

그동안 네가 해온 것이 이렇게 많은데 사람들이 잘 몰라주는 것 같아 아쉽네 


채용 담당자들이 나를 잘 알 수 있도록 잘 표현해 보면 어떨까?

지금 부족하다고 생각되는 것들을 정리해서 천천히 준비해 보면 어떨까?


지금은 1, 2년이 엄청 길고 중요한 시간처럼 생각될지 모르겠지만,  

앞으로 80년 더 살아가는 데 있어서 1, 2년은 내 인생에 있어서 그렇게 긴 시간은 아니다.  


남들한테 해줬던 진심 어린 위로를 나 자신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자기 자신에게 해보자.  

이렇게 해서 조금이라도 자존감이 올라온다면 하나씩 다시 시작해 보면 된다.  

천천히 부족한 것을 채워가면서 다시 시작해 보자.  


그러나 이렇게 해도 자존감이 조금도 회복되지 않는다면  

내 마음이 조금 많이 다쳤음을 인정하면 된다.  


내 마음이 조금  많이 다쳤으면 조금 더 기다리고 조금 더 치료하면 된다.  


걷다가 넘어졌을 때 넘어지자마자 바로 일어나지 않고 어느 정도 아픈 느낌이 줄어들었을 때까지 기다렸다가 다시 천천히 일어나서 걸었던 것처럼 내 마음이 다쳤다면 내가 다시 일어날 수 있을 때까지 시간을 두고 추스른 뒤에 다시 일어나면 된다.  

(그러나 그래도 일어날 수 없는 상황이라면, 그때는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아야 할 필요가 있다.)


넘어졌을 때 쪽팔리다고 아픈 것을 무시한 채 빨리 일어나면 더 다치는 경우가 있듯이 마음이 다쳤는데 안 다친 척하면 마음이 더 다 칠 수 있으니 주의하는 것이 필요하다.  


혹시나 내가 다시 일어날 수 있는 상황이 된다면 나의 자존감이 빨리 다시 회복될 수 있도록 영양제를 주도록 하자. 


내가 잘할 수 있는 것들, 무조건 성공할 수 있는 것을 먼저 시작해 보자.  


밥 꼭꼭 씹어먹기,

큰소리로 나는 할 수 있다 다섯 번 외쳐보기, 

앉았다 일어났다 스무 번 하기 등 그동안 내가 잘해오던 것 들로 골라서 성공하는 경험을 하면서 내 자존감을 회복시키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하나둘씩 하면서 작은 성공을 거듭하다 보면 나의 자존감이 조금씩 회복될 수 있다. 


나도 잘하는 것이 있다는 생각에 나의 자존감이 조금씩 올라간다.  


사람들은 남을 도와줄 때 자존감이 높아지는 것을 느끼게 된다.  


여러 가지 방법으로 남을 도와줄 수 있지만, 나보다 경험이 적은, 나이가 어린 사람들을 도와주면 쉽게 자존감이 높아지는 경험을 할 수 있다.  


내가 지나온 어려움들, 지금 나에게는 별일 아닌 일들이지만 현재 그것을 겪으면서 어둔 터널을 지나고 있는 후배들에게는 정말 어려운 고민이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고3 수험생의 고민, 군입대를 앞두고 있는 후배의 고민 등으로 인해 후배들은 엄청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엄청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을 나의 후배들에게 나는 그 시기를 어떻게 버텨왔는지 내가 다시 돌아가서 후배들과 같은 상황이라면 어떻게 했을지 그들의 마음에 공감해 주고 그들에게 나의 경험을 공유해 보자. 


힘든 상황에서 후배들에게 조언을 해주는 것이 쉽지 않을 수도 있지만 사람이란 게 내가 힘든 상황에 있더라도 또 다른 힘든 사람을 보면 마음이 쓰이기 마련이다. 


여기서 말하는 후배들은 꼭 내가 아는 후배들일 필요는 없다. 

인터넷 카페 등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많은 고민으로 괴로워하고 있는 후배들이 넘쳐난다.  


그 후배들의 고민을 들어주고 내가 걸어온 길, 내가 생각했던 것, 고민했던 것들을 공유해 보자.  


나에겐 별것 아닌 것 같지만  그 친구들에게는 정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들이 그런 조언을 듣고 고마워하는 것을 보게 되면 나도 쓸모 있는 사람이구나라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남에게 도움을 주는 나의 모습을 발견하면 자존감은 조금씩 올라온다.  


자존감이 조금씩 올라오면 다시 시작하면 된다.  


나는 쓸모 있는 사람이고 나는 꼭 필요한 사람이다.  


혹시나 쓸모 있는 사람처럼 느껴지지 않거나 필요 없는 사람이라고 느껴진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잠시 자존감이 낮아진 내가 색안경을 끼고 잘못 보고 있는 것일 뿐이다.  


내가 나로 존재한다는 그 사실 하나만으로 나는 가치 있는 사람이다.  

이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보물처럼 가치 있는 사람이다. 


내 가치를 내가 알아볼 수 있어야 다른 사람들도 내 가치를 알아볼 수 있다. 

나를 사랑하고 내 가치를 인정해 보자.  


회사 몇 군데 떨어졌다고 해서 나의 존재가치가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이런 말이 별로 힘이 안 될 수도 있겠지만 마지막으로 한마디 해주고 싶다.  


취직을 하든 말든 상관없이 넌 참 괜찮은 사람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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