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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성예 마음찻잔 Oct 27. 2024

등 돌리고 살았던 날들

이제야 마주보는 우리


밤의 불빛은 선명하게 나를 마주하게 한다.

가장 어두울 때 가장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나에 대해 마주할 용기를 갖는 기회가 숨겨져있다.


20대 끝자락에 너무도 아팠다. 엄마의 모든 기대를 안고 살아왔던 나의 인생들에서 가장 중대한 일이라 불리우는 결혼이라는 선택지 앞에 엄마,아빠를 아프게 했다. 부모님에게는 착한 딸이 되어드리고 싶었다. 별다른 방황없이 반항없이 그렇게 가장 평범한 보통의 사람으로 성장하며 대학교를 성적우수장학생으로 조기 졸업을 하고, 청년인턴을 시작으로 사회생활을 해오며 말썽없이 지내왔던 것 같다. 


처음으로 사랑이라는 눈을 뜨며 부모님 말에 반기를 들었다. 그리고, 모난 말들을 통해 나는 꽤 생각보다 진지하고, 꽤 생각보다 어리지 않다는 이야기를 했던 것 같다. 목소리는 점점 커져갔다. 그리고 서로의 의견이 합쳐질때까지 연락을 하지 말자는 결론으로 되어졌다. 


그러나, 부모와 자녀의 인연이 보통인연이 아니기에 부모님의 애잔한 사랑이 보통 사랑이 아니기에 5년 동안의 딸의 설득에 부모님은 따라주실수 밖에 없었다. 글로 적기에는 5년이란 시간이 너무도 간단히 묘사되는 것이 죄송스러운 마음이 들기도 한다.


충격에 쓰러진 엄마는 단기기억상실증에도 걸리기도 하셨고, 마음에 상처를 많이 입으셨을 것 같다. 5년이란 시간동안 모질었던 나의 모습들을 떠올릴때면, 엄마 아빠에게 잘해드려야겠다는 마음과 나의 선택으로 만들어진 내 가족이 더욱 잘 사는 모습을 보여드려야지 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다.


결혼을 하고, 한 아이의 엄마가 된지 3년차가 되고 난 후.

엄마, 아빠의 마음을 자연스럽게 이해하게 된다. 정말 잘 살길 바라는 부모님의 마음과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최선을 다해서 키웠을 엄마 아빠의 부모님의 역할들을 떠올려보니 그 노력들을 어찌 다 헤아릴 수 있을지 아직은 가늠이 다 되지는 않는다. 


최근에 부여에 친정식구들과 함께 나의 가족과 함께 여행을 다녀오면서 엄마와 함께 커플반지도 37년만에 처음으로 맞추게 되었다. 그렇게 해보고 싶었던 커플아이템. 정말 친밀감이 있어야 가능한 엄마와 딸의 커플 반지를 버킷리스트를 해보게 되었다. 부모 자식간의 관계에서 억지로 서로 외면하며 밀어내야만 했던 5년이라는 시간동안을 이제는 서로 바라보며, 마주보며 웃으며 이야기 하고 있다.


서로의 시간을 보상해주듯.

우리는 그렇게 서로를 바라봐주며. 웃어주며. 서로의 상처를 어루만지고 있는 시간을 보내고 있다.

엄마가 되어보니, 부모님을 이해하는 마음의 방이 한칸 더 생기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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