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이 전해주는 이해
가는 세월을 막지 못하는 아쉬움.
아쉬움이 담겨있는 곳. 우리의 몸에 그간의 세월과 경험이 남는 것은 어디일까?
바로 '손'아닐까?
아이를 낳고 난 이후부터 부종이 몸에 많이 생기게 되었다. 그와 동시에 손도 퉁퉁 붓는다. 비교적 고생을 덜 한 나는 관절염은 아직은 없다. 엄마의 손을 바라볼때면, 미안함 마음이 든다. 관절염에 퉁퉁 부은손. 저렇게 솔직하게도 살아온 손이 있을까싶다.
그동안 많은 말들로 상처를 드렸다는 마음때문인지. 한참 부모님의 눈을 마주보며 이야기 나누기 마음이 편치않았던 적이 있었다. 잔여 감정이 남아 있기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부자연스러운 눈맞춤이었다. 그때 우연히 엄마, 아빠의 손을 본 적이 있다.
어느새 이렇게 세월이 손에 새겨져있는지 모르는새 시간이 흘러갔었나?싶었다.
그만큼..쭈글쭈글한 손이 되어있었다. 그리고 곧장 핸드크림을 사드려야겠다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들었다.
핸드크림을 사서 엄마,아빠에게 선물을 드렸다. 안써도 된다고 말씀하시면서 두었다가 쓰라는 말에 순간 화가 났었다. 이게 무엇이라고 욱하는 마음이 들었는지는 정확히는 알 수 없지만, 좋은 것들을 이제서야 챙겨드리고 싶은 나의 뒤늦은 마음에 속이 상했던 것 같다.
진실하게 살아온 성실한 엄마,아빠는 요즘도 성실하게 지내고 있다. 19년도 우연히 발견하게 된 나의 희귀질환으로 건강한 음식을 먹으면 낫는다는 엄마, 아빠의 바람으로 공기좋은 시골땅에 농사를 짓고 건강한 재료들로 직접 요리를 해서 한번씩 반찬을 가져다 주신다.
핸드크림을 바르면 농사일하는데에 불편하다면서 채소에 향이 벤다면서 바르지 않는 대답에 더욱 화가 나기도 했다. 감사한 마음과 죄송한 마음을 이야기 하면 되는데 화라는 표현을 덧붙여 진짜 속마음을 여전히 나는 숨겨본다.
그렇게 모질게 했던 딸인데도 이토록 챙겨주려하는 부모님의 마음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이 있겠는가.
두돌을 맞이했던 봄에 엄마는 그런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엄마가 건강해야지 아이도 마음편하게 건강하게 크는 거라던 엄마의 말이 새삼 기억에 남았다.
아픈티를 내지 않으려던 엄마의 결혼생활에서 딸의 입장에서는 엄마의 아픈 모습은 잘 알아차릴 수 있었다. 허리디스크와 협착증, 고관절 이상, 관절염 등 끙끙 참으려했지만 그 아픔이 입밖으로 새어나올때가 있었던 엄마의 모습이 기억에 있다. 그래서 어릴적 내심 알게모르게 엄마의 걱정이 많이 되었었다.
엄마, 아빠의 바람대로 나의 아이에게 건강한 엄마가 되기위해. 건강한 딸의 모습이 되기 위해.
엄마, 아빠의 정직한 손으로 성실히 일구어내신 채소들로 건강한 음식을 먹고 건강한 삶을 살아가려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