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함께 자라는 시간
어른이 되면 더 이상 자라지 않는걸까.
오히려 어른이 되어서 더 잘자라는 것 같다. 타인을 이해하는 마음의 키가 더 잘 자란다.
나를 이해하고 나를 바라봐주는 시선의 크기가 더 잘 자라는 것 같다. 드디어 엄마,아빠와 같은 어른이 되어
같은 선상에서 함께 자라나는 시간을 살아갈 기회가 생겼다.
어릴적 운동회에서 손을 잡고 부모님과 함께 하는 달리기에 나갔던 추억이 문득 떠오른다. 같은 출발선에서 요이땅! 소리와 함께 뛰어나갈때면 나의 슈퍼맨과 나의 원더우먼인 부모님이 그렇게 멋져 보였다. 그렇게 함께 나아갈 방향만 바라보며 뛰었던 적이 언제인지 아주 흐릿한 감정과 추억을 끄집어내본다.
어른이 되어서 부모님과 손을 잡고 길거리를 다니는 어른을 보는 일은 극히 드물다. 그나마 자주 볼수 있는 곳은 병원이 아닐까싶다. 정기검진을 다닐때면 자녀들은 극진히 부모님의 손을 잡고, 어떻게든 챙겨드리려 하는 마음이 꽉 쥔 손에서 느껴진다. 그렇게 어릴적 우리는 부모님의 손에 의지하고, 지긋한 나이가 되신 부모님은 자녀의 손에 의지하며 그렇게 서로 버티어 나아간다.
그리고, 같은 공간. 같은 시간에 머물때 우리는 비로소 대화의 운을 띠기 시작한다.
부모 자식간에는 원래 서로 맞지 않는 사람들끼리 가족으로 태어나 서로의 과제를 해결해 나가며 성장하는 삶이 주어지는 것이라는 말이 있듯. 전생에 짐을 많이 져서 부모 자식간의 관계로 태어났다는 말이 있듯이.
표현하지 않으면 이해할 수 없었던 서로의 속사정들을 꺼내어 하나씩 이야기를 해나간다. 요즘 근황부터 시작해서 요즘시대를 운운하면서 점차 가까워지는 속마음으로 다가가기 시작한다. 그렇게 속마음의 빗장을 풀고 이야기를 나눌때 우리는 자라나기 시작한다.
기다린만큼 기쁨이 배로 커지는 신기함으로 진실함에 가리고 있던 서로에 대한 오해들이 서로에 대한 애정과 사랑이었음을 알게 될때는 감사함과 미안함으로 온 마음이 번진다. 그리고, 어떤 추억들을 서로에게 줄 수 있을지 계획을 세우고, 여행 날짜를 잡아보려하고, 서로의 일상에 스며들려 노력이란걸 하게 된다.
우리는 이렇게 진심과 진심이 손을 잡은날.
함께 나아갈 시간의 방향에 맞춰 자라나게 된다. 함께 동등한 시작의 선상에서 그렇게 설레이는 마음으로
성숙되게 자라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