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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성예 마음찻잔 Oct 27. 2024

마주앉은 거울

내가 되어가는 엄마


거울을 들여다 보았더니 내가 있다.

거울과 마주 앉았다. 그리고 아무말 없이 바라본다. 내가 이렇게 생겼구나. 거울을 피하지 않고, 마주했다.

계속 해서 들여다보니 알게 되었다. 


'아. 나는 이런 삶의 태도를 갖고 있는 사람이구나' 알게 되었다. 

한 아이의 엄마가 되기전 나의 모습을 엄마는 기대가 많았던 본인의 시선과 잣대에 맞게 바라보았다. 엄마로 불리우는 엄마 시절을 보내고 있는 나와 마주한 엄마는 '나는 이렇게 살아왔단다.'로 이야기하며, 한 아이를 어떻게 키우는게 좋을지 이야기하고 있다.


그리고, 꿈이 많았던 한 여성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엄마이기전에 꿈이 많았던 여성. 

가냘픈 몸에서 두 손을 꽉 쥔채 살아갈 수 밖에 없었던 이야기들을 전해주었다. 그리고 나의 이야기를 들어줄 준비가 이제 되있다는 표정으로 나를 봐주었다. 


직장을 다니면서, 아이를 보면서, 살림을 하면서, 꿈을 향해 매일을 성실히 살아가는 듯 보이는지. 이제는 힘들지는 않은지 물어보셨다. 1년동안 손주를 돌보아주었기 때문에 집에서 급하게 처리할 일이 있을때면 컴퓨터를 키고 작업을 하고, 온라인 강의를 하던 모습을 보시고는 생소한 듯 물어보셨다.


"방안에서 혼자서 한참 얘기하고 컴퓨터 보면서 하는게 그게 뭐니?"

아직도 어린아이를 바라보듯 걱정어린 눈빛과 말투로 물어보았던 초반과는 다르게 이제는 엄마도 나의 이야기를 들을 준비가 되어있으신 듯 하다.


이전에는 좋아하는 작가를 만나러 가거나, 배우고 싶은 것이 있어 서울에 주말마다 한번씩 가야한다고 하면 엄마는 곧장 거침없이 잔소리를 하셨다.


"너는 아기 엄마야. 지금 30개월이면 엄마가 바로 옆에 늘 있어야하는거야."

그런데 이제는 일정이 있다고 하면, 아기는 어떻게 하는지 도울일은 혹시 있는지 묻기도 하신다. 엄청난 변화이다. 서로에 대해 궁금함을 느끼는 관계는 좋은 관계라고 생각한다. 


특히, 당연시되는 가족관계에서는 서로가 익숙하기 때문에 시간에 무뎌지게 되었을때 궁금함을 갖기 어렵게 되기도 한다. 엄마와 나는 이제 거울은 바라보듯 이렇게 생겼구나~너는 지금 이런생각을 가지고 있구나~하는 건강한 궁금증을 물어보며 풀어가는 시간들을 보내고 있다. 


코스모스를 가장 좋아하는 엄마에게 길을 지나가다 코스모스가 보이면 사진을 찍어보내고, 아이를 핑계로 

"엄마, 뭐해?"하고 뜬금없는 연락을 하기도 한다. 그렇게 우리는 서로가 되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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