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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성예 마음찻잔 Oct 27. 2024

한밤중의 눈물

참지말아요.이젠


흐느끼던 뒷모습.

모두가 잠든 저녁이었다. 꺼이꺼이 알 수 없는 소리에 눈을 슬며시 떠보았다. 

엄마의 움크려 앉아있는 뒷모습이었다. 그렇게 하염없이 소리내지 않으려 입을 막고 있던 엄마의 모습에 

나도 모르는 사이 눈물이 흘렀다. 


외할아버지가 쓰러지시고 엄마는 순서를 돌아가면서 외할아버지를 병간호 하셨다. 친할머니도 함께 우리집에서 지내고 있을 때였기 때문에 어렸던 때였어도 엄마가 점점 헬쓱해지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새벽6시면 늘 아침을 다 함께 먹는 문화가 있는 집에서 밥상을 차리고 치우는 일도 힘이 들었을 것 같다. 우리 3형제가 할 수 있는 일은 수저를 놓고, 반찬을 꺼내놓고, 다 먹으면 설거지 통에 넣는 일이었다. 


그동안 가족들이 잠들때마다 몰래 울었을 엄마를 생각하니 마음이 좋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날, 선선한 가을초저녁에 엄마와 단둘이 가득 장을 보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너무 짐이 무거워서 바닥에 휙!내려놓고는 너무 무거워서 안되겠다며 택시를 타고 집에 가자면서, 어리광을 부린적이 있었다. 엄마는 미안했는지 잠깐 앉았다 가자면서 나무 그늘 아래 가로등 아래 벤치에 앉으라고 하셨다. 


"엄마도 무거워. 엄마도 힘들다."


그 한마디가. 아팠다. 

숨을 내뱉듯 튀어나온 엄마의 말이 참 아팠다.


아마도 짐이 무거운것보다 삶의 무게가 너무 무거웠을것 같다. 열심히 사는 엄마에게 더 열심히 살라고 세상이 계속 짐을 짊어주니 무겁지 않을 사람이 어디있을까. 그나마 억척스러운 엄마였기에 가능했으리라 생각한다. 


아니.어쩌면 가냘픈 그녀가 살기위해서 억척스러움을 선택했을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엄마에게 그 당시에 해줄 수 있는것은 그저 들어주는 것 뿐이었다. 아무곳에도 이야기하지 못하는 속 마음을 들어주고 싶었다. 왠지 그래야만 엄마도 쉴 수 있을 것 같았다. 


"엄마, 힘들어?" 라고 되묻는 나에게 엄마는 눈물고인 웃음을 지어주었다.

그리고, 내가 할 수 있는 힘껏 엄마의 손을 토닥이며 만져주었다. 그것밖에 해줄 수 없는 상황이 마음이 아팠지만 그렇게 투박하게 엄마의 손을 어루만져주었다. 


사람들은 왜 힘들다고 말을 해야만 알게 될까?

누군가 눈물을 흘려야만 그제서야 힘들었구나..하고 이해하게 될까?

그때의 나는 엄마가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이 되어주어야지..이렇게 쉬었다가 다시 일어설 수 있게 쉼을 주는

의자같은 딸이 되어주어야지.. 생각했던 것 같다.


하지만..바보같게도. 20대 끝자락에..

엄마를 또 울리고 말았다. 솔직하지 못한. 표현에 서툴렀던 나는..

엄마의 마음에 대못을 박는 아픔을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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