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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성예 마음찻잔 Aug 11. 2024

사계절마다 쌓아온 37년의 기록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나

너는 사계절 중에 언제가 제일 좋아?



항상 나는 가을!!이라고 말해왔다.

10월에 태어나서일까. 나는 가을이 가장 좋다.

고민할 이유 없이 늘 나는 가을!!이라고

얘기해 왔다. 그런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모든 계절이 좋았다.


봄. 봄에는 앙상한 나무들 마다 새록새록
자라고 있는 푸른 잎사귀가 좋았다.
자그마한 녹색 잎이 귀여웠다.




여름. 여름에는 시원한 바다에서 놀았던 기억들.

놀이터에서 한참을 놀고 있으면, 얼음 동동 띄운 미숫가루 한가득 담아

"성예야~성희야~성민아"

부르던  엄마의 목소리.


가족들과 모여 옥수수와 감자를 찌어먹고

수박을 잘라 수박씨로 장난치며 먹었던 기억.


어른이 되어  월급이 들어온 내 이름이

새겨진 카드로 결제하고

마시는 시원한 커피 한잔은

무언가 된 것처럼 우아한 느낌을 주었다.

 



가을. 뜨거웠던 여름이 지나가길 바랄 때는

언제쯤 입추가 오려나.

한 마디씩 하는 사람들 덕분인지 어느새

노란색. 주황색. 붉은색. 아름다운

자연만이 주는 천연색의 조화를 이뤄

걷고 싶게 만드는 계절이 되어있었다.


길을 걷다 보면 오색찬란 단풍잎을 그냥 지나치기

아쉬운 마음에 단풍잎 하나 책 사이에

끼어놓고 배시시 웃었던 기억이 남아있다.




겨울. 첫눈이 내리면 소원이 이루어진다는 말에

소원을 빌기도 했다. 사랑이 이루어진다는 말에

짝사랑하던 학생 때는 첫눈만 내리길

기다렸다. 그리고 순수하게 두 손 모아 기도했다.


눈이 수북하게 쌓이기를 밤새 기다린 날은

동생들과 눈사람을 만들기도 했다.


크리스마스 때가 오면 산타할아버지가

올해는 어떤 선물을 주시려나

일찍 잠들고 기다렸다.

늘 캐릭터가 들어간 내복과 노트, 책이 있었지만

엄마 아빠가 산타할아버지인 건 믿기 싫어서일지

아마도 초등학생 3학년쯤

산타할아버지의 신분의 진실을

알았던 듯하다.




사계절을 37년을 보내왔다.

돌이켜보니 모든 계절의 추억에는

그 계절만이 주는 기록들이

어렴풋이 새겨져 있었다.


봄의  향긋한 곳곳에서

전해지는 시작을 담은 봄 냄새.


여름 무더운 공기에서 느껴지는

뜨거운 여름 냄새.


가을의 선선한 공기가 주는

가을 냄새.


겨울에 차가운 공기가 주는

겨울 냄새.


그 공기를 들이마실 때면

그때의 계절로 돌아가는 듯하다.

켜켜이 쌓아 올려진 37년의 사계절 속에는

많은 추억들이 연결되어 있다.



무척이나 무더웠던 올여름

어느새 아기엄마가 되게 해준

28개월 아기에게는

여름은 어떤 느낌의 기억들로

기록되게 될까.



계절이 바뀔 때마다

함께 나누어갈 계절의 기록들이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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