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에서 보내줄 연애

무채색 그대들이여 진짜 안녕

by 해센스

track 12. 내가 저지른 사랑 - 임창정


<기억에 남지 않는 그대들> 폴더의 무채색 그대들에 대해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이별에 대한 책을 언제 또 쓸지 모르니까. 누군가가 지구별 영구거주권 티켓을 주어 이 별에 속하게 되면 이별에 대한 이야기는 더 이상 쓸 수 없다 된다. 그니까 색감이 없는 투명한 색으로 남은 그대들의 이야기도 기록해 두자.


얼마 전 오메가 메일(omega male)이라는 단어를 알게 되었다.


오메가 메일은 남자들의 세계에서 서열 1위처럼 보이지 않지만 알파 메일만큼 능력 있고 지적인 존재다. 조직 내에서의 경쟁이나 서열 싸움, 라인을 타기 위한 비위 맞추기 같은 건 하지 않는다. 오로지 자신의 능력으로 자신만의 분야에서 성공하고자 한다. 다른 인생 가치들을 위해 그들은 사회에서 능력치에 비해 단순한 일을 하며 낮은 연봉을 받는 것에 만족하기도 한다. 그들은 그들만의 독특한 취미를 즐기며 창조적이다. 또한, 겸손하고 진실하며 상대방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는 공감 능력을 지니고 있다. 겉으로 보기에는 이성에 관심이 없어보이고 이성을 만나는 것보다는 자기 발전에 몰두한다. 하지만 진정한 사랑을 할 때에는 누구보다 로맨틱하다.
- 구글, 유튜브, 챗GPT 검색 참고


오메가 메일(이하 오메가남)을 검색해 특징을 읽어봤더니 이건 완전히 나다. 오메가3 영양제를 몇 년째 챙겨 먹고 있는 나를 이제 오메가녀(omega female)라고 부르면 되겠다. 이제 보니 오메가 성격 유형(omega personality type)은 아스퍼거의 특징을 그대로 나열해 놨다.


남눈치 잘 보지 않고 자기만의 길을 가며 내성적이지만 사람들을 잘 도와주려고 한다. 스몰토크는 하지 않지만 생산적이고 의미 있는 대화는 즐기며 잘 이어나간다. 지나치게 솔직하고 속은 어린아이 그 자체다. 어른이 되고 싶어 하지도 않는다(they don’t want to grow up). - 유튜브 참고


맞다. 자유분방하게 하고 싶은 것만 하며 살고 싶다. “이게 세상의 진실입니다” 이런 얘기는 불편하다. 내가 아니라는 것을 증명할 것이다. 난 전 세계 인구 중 대략 0.05%에 속하는 여성 아스피니까 0.05%의 사랑 얘기, 0.05%의 자기 계발서를 직접 쓸 것이다. 내 얘기로 세상의 사고방식을 0.05도 라도 바꿀 것이다.


오메가남이라는 단어를 몰랐을 때도 스스로에게 바라는 롤모델인 그런 오메가남을 꿈꿨다. 인싸보다는 아싸. 아싸지만 행동거지는 시크하면 안 되고 착하고 친절해야 한다. 이 친절은 마음에서 우러나온 몸에 밴 나이스(nice)함이어야지 사람 따라 다르게 나오는 인위적인 행동 양식이면 안된다. 직장에서 비위 맞추기 위해 이런저런 일들을 하지 않으려면 능력남이어야 한다. 그래서 찾은 나의 이상형 직업, 개발자(software engineer)!


개발자들은 편했다. 나와 뇌의 작동 방식이 비슷해 대화가 잘 되는 느낌이었다. 입력하면 출력이 나오는 그들이 좋았다. 오메가녀와 오메가남, 얼마나 서로를 이해하기가 좋겠는가. 그런데 오메가남인 줄 알았던 그들의 대다수는 무채색 그대들이었다. 한국이라는 작고 동질적인 사회에서 아직 삼십N년 밖에 살지 못해서 그런지 부모에게서 자아가 아직 독립하지 않은 남자들도 있었다. 나도 바로 얼마 전까지 그랬으니 완전히 이해할 수 있다. 내가 찾던 아이폰 메모장 리스트의 완벽한 그대들을 잘 선택했다고 믿었는데 금사빠완사빠(완전히 사랑에 빠지기)가 되지 않았다. 크게 싸우지도 않았고 문제도 없었지만 무채색 그대들의 지루함을 견디지 못하고 떠날 수밖에 없었다.


웃어른 말씀 잘 듣고 살아온 무채색 그대들에게 나는 완벽한 오점이 될 것이다. 나와 닮은 아이가 태어난다면 오메가남이 아닌 그들은 별이의 이상한 걸음걸이를 계속 고치려고 할 것이다. 나가서 친구들이랑 놀라고 할 것이다. 혼자 밖에서 놀고 있으면 같이 놀고 싶은 친구가 알아서 다가올 텐데 별이를 자꾸 친구들이 있는 곳으로 데려갈 것이다. 빛나는 천재성을 가진 이 아이를 자꾸 틀에 가두려 할 것이다.


나의 부모님은 날 고치려고 하지 않았다. 고치지 않으려고 해서 사회 속에 잘 자리 잡았다. 혼자임을 즐기지만 사회에도 어느 정도 소속될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그들은 내 빛을 발굴해 줄 만큼 나의 특이점에 긍정적인 관심을 가져주진 않았다. 나를 NT(뉴로티피컬)이 만든 틀에 가두려고 했다. 그래서 난 떠났다. 난 틀을 창조하고 싶은데 자꾸 틀 안에 들어가라고 하니까. 경제적, 물리적으로 분리된 데 이어 정신적으로도 완전히 분리되니 인생 최대로 행복해지기 시작했다.


무채색 그대를 만나 안정이라는 달콤한 유혹에 속아 완벽한 무채색 정장(suit)나의 색깔을 흡수당하고 싶지 않다. 그리고 별이의 빛나는 독특함과 천재성을 단 한치라도 의심할 동반자를 만나고 싶지 않다.


형광색과 무채색은 최고로 어울리진 않는다. 형광색 티엔 검은 바지보다 청바지가 더 잘 어울린다. 내 형광 오메가색과 완벽히 어울리는 색깔의 그를 만나야 한다. 평범한 사회의 규율보다는 원하는 분야에서의 지적 혹은 예술적 탐구와 자기 만의 인생 목표를 좇는 유채색 그와 평범하지 않는 로맨스 소설을 써나가야 한다.


금사빠 절사식 할 수 없었던 무채색 그대들이여 이제 진짜 안녕!


내가 잊어버린 사랑 - 해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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