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전환점이 된 이별

진심이 짓밟힌 순간

by 해센스

track 10. Must Be The Money - 딘딘


이별은 늘 나를 강하게 했다. 이번에는 정확히 말하면 이별을 유발한 그의 문장이 나를 강하게 했다. 조금 힘겨웠지만 적당한 선에서 서로의 차이점을 확인하고 나의 인내심과 유려한 언어 능력으로 안좋은 방향으로 향하던 관계를 다시 원래 가려고 했던 방향으로 돌리려던 그런 찰나였다. 자존심이고 뭐고 나는 그를 사랑했으니까. 그때 그는 "너를 얕잡아 보게 될까봐 두렵다"라는 문장을 던졌다.


그의 알 수 없는 문장에 겁을 잔뜩 먹은 나는 너님이 이 말을 들었다면 어떻게 느끼겠냐, 이런 말을 하는 사람은 지금까지 내 주변에 없었다고 말하며 빠르게 이별을 고했다.


Ready to FALL IN LOVE(RtFIL)라는 말도 안되는 자존심은 접어두기로 했다. 나는 그를 만나기 전부터 RtFIL였고 그와의 첫만남에서 그가 나를 인정해주는 말을 해준 이후부터 사랑해도 되겠다는 확신을 얻었다. 그의 키워드는 나의 키워드와 정확히 일치했으며, 처음 만나던 날 그는 나의 내면이 좋다고 했고 나는 감동받았다. ADHD라는 진단, 그리고 개인적인 일로 인해 자존감은 바닥으로 내려가 있었고 그런 내 모습을 살짝 봤을텐데도 내가 한 말을 들으며 잘못을 스스로에서 찾는 모습이 성숙하다고 했다. 그런 사람을 만나고 싶다고 했다. 마치 그는 내가 원래는 자존감이 높은 사람인데 겸손하게 말한다고 받아들여줬던 것 같다.


어쩌면 "내 좋아보이는 것들"로 그렇게 생각했는지도 모른다. 내가 "좋아보이는 것들"이 없는 사람이었는데, 그런 말들을 했으면 어땠을까. 거들떠나 봤을까. 내 "성취처럼 보이는 허상과 꿈" 그리고 내 "자존감 낮은 문장"을 무의식적으로 대조 비교해보고 나온 판단이 아니었을까.


자존감 낮은 말들도 "좋아보이는 것들"이 많은 사람이나 할 수 있는 사치일지도 모른다. 사람에게 어느 순간 '모든 게 내 문제인가?'라며 자존감이 무너질 때가 온다. 이럴 때 "아냐, 넌 대단해. 넌 괜찮은 사람이야."라는 말을 해주는 사람이 있으면 그게 누구든 엄청난 힘이 될 것이다. 그게 가장 날 가장 잘 아는 사람이면 가장 힘이 되겠지. 그런데 너무 슬프게도 내 편이라고 가장 굳게 믿었던 사람들에게 상처를 받았고 나도 생각 끝에 등을 돌렸다. 일반적으로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게 모두에게 당연하지 않다는 건 알았지만 그래도 약간의 희망이 있었는데 30살을 훌쩍 넘어서야 확실히 깨달았고 완전히 놓았다.


혼자구나. '춥거나 배고프지 않고 누가 위협하지만 않으면 됐다. 내 몸 하나 잘 건사하자. ' 그 뿐이었다. 정서적, 경제적으로 독립한 지는 꽤 돼서 '춥고 배고프지 않으려면 열심히 살아야 돼'는 전부터 했던 생각이었지만 그래도 아주 약간의 희망 고문을 하고 있었는데 오히려 마음이 편해졌다. 사람은 희망 고문을 할 때가 제일 괴롭다. 전화 한 통화, 한 마디에도 '아, 혹시 나를 사랑하고 챙기는 건가?'라고 착각하고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눈물을 쏟았었는데 다시는 그런 고통을 겪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이 위안이 됐다.


기대가 없으면 실망도 없다. 그리고 원래 존재하지 않았던 것에 대해 아쉬움이나 미련도 없다. 그냥 원래 그런 게 있어야 되는 게 아닌가라고 생각해서 나한테도 혹시 있는데 내가 없다고 생각하는 건 아닐까라고 성인이 되고도 한참 지나고 나서 조금 고민은 했었다. 그만큼 난 맥락이나 사람의 의도, 감정을 파악할 줄 모른다. 정말 고맙게도 나한테 직접 말해줬다. 유전자 제공자 그뿐이라고. 그렇게 말을 해야 알아듣는다는 걸 알았나보다. 그 말은 내가 지금까지 들어온 심한 말 중 가장 수위가 낮은 말이다. 내가 의심하고 있던 부분에 확신을 얻었다. 내가 어떤 존재였는지. 언어를 글자 그대로 해석하고 맥락 파악을 잘 못한다고 해서 그런 표면적인 말 때문에 드디어 확신을 가지게 된 것은 아니다. 평생 수많은 시그널과 행동이 앞섰고 그 말을 통해 마침표를 찍은 것 뿐이다.


춥고 배고프고 몸이 아픈 게 가장 힘든 일이다. 그래서 내가 가장 힘들었다고 말할 순 없다. 하지만 2022년 가을부터 배고플 정도로 궁핍한 것을 제외한 모든 정서적으로 힘든 일들이 나에게 한꺼번에 순차적으로 왔다. 내 ROCK(암초, 의지가 되는 사람)이고 진짜 가족이라고 느꼈던 오랜 남자친구가 내 옆에 더 이상 없었다. 가장 힘들 때 가장 외로워지기도 했지만 어떻게든 해쳐나가는 수밖에 없었다.


난 내 삶에 대한 의지가 강하다. 드디어 내가 하는 선택이나 노력의 결과에 대해 비난하거나 내 앞길에 훈수두는 존재들에게서 멀어졌다. 나아갈 일만 남았다. 2023년 1월 1일 새해가 되던 날 난 조용히 홀로 보내며 스스로에게 장문의 메시지를 보냈다.


'지금은 스스로를 잘 챙길 시기이다. 괜찮다고 해도 자존감이 바닥으로 떨어질 때 여러 가지 일들이 떠올라 다시 날 힘들게 할 수 있다. 그만큼 더 단단해지자. 그럴려면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경제적으로 풍요로워지자. 따뜻한 쉴 곳과 따뜻한 밥을 먹을 여유가 있으면 언제든 힘들면 쉬어갈 수 있다. 그러니까 커리어 계발에만 집중하자. 근데 그냥 커리어가 아니라 지속가능한 나만의 색깔을 보여주는 커리어에 집중하자.


누군가가 나를 떠나면 언젠가 가장 완벽한 때에 완벽한 사람들이 또 찾아올 것이다. 절대 가짜 외로움에 속지 말자. 외롭다는 감정은 절대 혼자 있어서 오는 감정이 아니다. 누군가가 나를 배신할 때, 나를 속일 때, 함께 있는데 교류할 수 없을 때, 이용하려고 할 때 오는 감정이다. 슬픔, 상실과 같은 건 이겨내면 더 나를 강하게 만들어 주는 감정이다.


흔들려도 되고 넘어져도 되지만 너무 많이 좌절하지는 말자. 아직 젊고 건강하고 주변 누구에게도 없는 특별함이 나에게는 있다. 지금까지 그 모든 걸 극복해 온 힘과 노하우. 그리고 주변 사람들이 날 사랑해줄 수 있는 매력도. 당장은 울고 있고 약해진 나에게 섣불리 누가 다가오기 힘들 것이다. 이 시간은 기회다. 모든 시간을 온전히 꿈을 위해 쏟을 기회. 20대로 돌아간 것처럼 열정적으로 살아보자. 그리고 너무 너무 재밌게.


몸과 마음이 건강한 사람을 옆에 두자. 조금의 질환이 있더라도 긍정적이고 밝은 사람들. 쉽게 찾아오는 것은 결코 그만큼 값진 게 아니다. 나라는 원석을 잘 다듬고 깎아서 반짝반짝 빛이 날 때 같이 반짝반짝 빛나는 사람을 만나서 함께 빛나자. 빛나자 해일리'


충분히 오글거려서 못읽겠다고 느끼겠지만 간추린 버전이고 훨씬 더 오글거리게 스스로에게 사랑과 긍정 확언의 메시지를 보냈다. 생각보다 많이 우울했지만 그 와중에도 생각보다 스스로를 사랑했다. 사실 유튜브인지 어디서인지 힘들 때 스스로를 사랑해주라고 해서 일부러 이렇게 썼던 것 같다. 회사 분위기 때문에 너무 많이 마음이 힘들었던 2021년부터 나를 지켜준 박상미 라디오에서 상미쌤이 알려줬던 것 같다.


2022년 12월 31일, 카페에서 생각을 정리하고 공원에서 밤산책을 하며 조용히 혼자 한 해를 마무리하고 시간의 경계가 2023년 1월 1일로 바뀌던 즈음 이렇게 스스로를 위로하며 나름의 새해 목표를 설정했는데, 상처가 아물기도 전에 또다시 힘든 일이 생겼다. 나를 좀 이해해 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너무 했다. "마음이 힘들다, 나는 정신질환자"라는 말에도 소용이 없었고 뜻대로 하려고만 했다.


일주일 정도 힘들어하다가 2022년도에 정신건강의학과를 처음 방문했을 때 처방받았던 항우울제를 다시 처방받아야겠다고 다짐했다. 길쭉한 ADHD 치료제 메틸페니데이트 계열의 콘서타정도 기분을 좋게 하는 데는 상당한 효과가 있었는데 거기에 동그란 항우울제 에프람정까지 먹으면 최소한 감정이 이 정도로 바닥을 찍진 않겠지 생각했다. 출근 전 길쭉한 약을 먹고 저녁 식사 후 동그란 약을 먹으면 걱정이 덜 됐다. 오늘도 무사히 지나갈거야. 기분을 좋아지게 하고 주변을 잘 살피게 되는 이 약을 먹었으니 누가 어떻게 도발해도 난 아무런 반응도 안보일거고 그럼 더 큰 일은 벌어지지 않을거야'라는 마음으로 출근하는 날엔 하루도 빠짐없이 꼬박꼬박 길쭉한 약을 챙겨먹었다. 콘서타라는 약은 'alza 숫자'이렇게 생겼는데 숫자가 높아질수록 더 용량이 늘어나는 것이다. 중증 ADHD라면 체중을 mg으로 변환한 수치 정도를 먹어야 된다고 한다. 호기심이 많은 나는 18에서 27, 36, 그리고 45까지 높여서 신체 반응 테스트를 해보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RtFIL 그를 만나게 되었다. 그는 나를 갑자기 알게 된 것이지만 나는 그를 전부터 간접적으로 알았고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그의 편지를 너무 너무 받고 싶었다. 하지만 그 전에 다 망쳐버렸다. 처음엔 그가 어떤 모습의 나라도 이해하고 사랑해 줄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가 그렇게 말했으니 믿었다. 아주 짧은 만남이었지만 만나는 동안 불안해하는 나에게 그는 최고의 문장력을 발휘해 나에게 확신을 주었다. 나는 기대고 싶었던 게 아닌데, 오히려 섬세한 그를 지켜주고 싶었는데 날 사랑한다고 하니 '내가 누군지 알고 사랑하는 거야' 이런 심리가 발동한건지, 너무나도 있는 그대로 이해받고 싶었던 건지 초반에 진짜 내 얘기를 하는 최악의 실수를 했다. 모르겠다. 인간 대 인간으로 그렇게 최악인지는.


중요한 건 "너를 얕잡아 보게 될까봐 두렵다" 라는 문장을 듣고 항우울제를 끊었다. 그 깊던 우울감이 싹 치료됐다. 충격요법이었다. 누군가가 나약한 내 모습을 보고 매력없게 느낄 수 있구나 생각이 드니 정신을 똑바로 차리고 살고 싶어졌다. 나한텐 좀 늘어져서 회복할 시간이 더 필요했는 지도 모른다. 그런데 상황적으로도 그럴 수 있는 상황도 아니었다. 새로운 부서에서 새로운 일에 적응해서 해야했고, 내가 하고 싶어서 시작한 다른 일들도 해내야 했다.


자존감 높은 모습이 되고 싶었다. 자신감 넘쳤던 내 모습을 알지도 못하면서, 나약한 척해도 아마 웬만한 사람보다 멘탈이 10배는 강할텐데 저런 말을 하는구나 싶었다. 멘탈은 부러져본 사람이 강하다. 열 번 부러지고 열 번 회복했으면 한 번 부러져본 사람보다 10배는 강할 것이다.


나는 진심이었고 그의 마음을 아껴주려고 했다. 유튜브와 책, 경험을 통해 배워 남자의 심리를 모르지 않으니 약간의 관리는 해도 게임같은 건 안할 생각이었다. 연애를 강자와 약자가 있는 게임으로 보는구나, 세상을 저렇게 보는구나 그 사고방식이 너무 싫었고 쌓이지도 않았던 신뢰를 더 쌓기도 싫어졌다.


연애는 강자와 약자가 있는 게임. 잔인하지만 틀린 말은 아니다. 사랑에 있어서, 연인 관계에 있어서 더 많이 사랑하는 사람, 또는 더 관계에 진심인 사람이 약자다. 두 사람이 만나 사랑하기로 했다면 외모든, 어떤 조건이든, 과거 연애 횟수든, 기간이든 모든 잣대는 의미가 없어진다. 덜 사랑하는 사람이 강자다.


그래도 그 생각을 입밖으로 연인에게 꺼내면 그건 문제가 된다. 우연찮게 듣게 된 연애 유튜버가 그러더라. 남자는 그들이 거친 수많은 사회 경험을 통해 여자보다 훨씬 더 세상을 서열적으로 본다고. 그래서 절대로 남자한테 약자가 되면 안된다고. 하지만 오래 연애 해본 사람들은 알 것이다. 강자, 약자라는 게 언제든지 바뀔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사랑 앞에서 약자가 되는 편이 시간이 지나고 보면 후회가 덜 남는다는 것. 난 인간 관계에 서툴지만 연인 관계만큼은 몰두했던만큼 경험이 쌓였다.


약자가 되어도 괜찮다는 건 내가 바운더리 없이 모든 행동을 이해해주고 맞춰줬다는 것이 아니라 내 마음의 확신을 보여주려고 노력했다는 것이다. 그건 서투름이 아니라 배려에 가까웠다. 그가 감정이나 사회적인 큐(cue, 신호)에 확신을 잘 못하는 사람이라는 인식을 받아서 꺼내서 말로 표현해주려고 노력했던 것 뿐이다.


내 진심은 표정이나 말투, 바디랭귀지에 잘 드러나지 않는 편이다. 사람들이 그렇다고 해서 그런 줄 알게 되었다. 그래서 말로 해주지 않으면 자신감 넘치는 나르시시스트 기질이 있는 알파메일(Alpha Male)이 아니면 나에게 다가오지 못한다는 걸 최소 10년 전부터 알고 있었다. 여자에게 관심이 없을 것 같지만 사랑 앞에선 한없이 진지한 선비같은 그들이 내 호기심과 정복 욕구를 자극한다. 나는 솔로에서 이상한 게임을 시전하는 남자들보단 자신의 진짜 감정에 대해 고민하고 울고 웃는 남자들이 궁금했다. 이런 남자를 내 걸로 만들려면 어쩔 수 없이 확신을 주는 말과 행동을 했어야 했다. 내 편견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진심 앞에서 작아진 그의 모습을 보고 내 앞에서도 그럴 것이라 똑같이 대입해버렸나 보다.


나는 그의 진짜 생각은 잘 모른다. 하지만 그 문장에 담긴 진짜 의미는 "만나고 싶었는데 이제 그 의지가 약해졌다"의 뜻에 가장 가까운 것 같다. 사람은 무의식적으로 자신의 마음의 크기와 상대방의 마음의 크기를 동일하게 만들기 위한 말과 행동을 한다. 그래서 내 의지를 꺾을 그 말이 튀어나왔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꽤 많은 시간 대화를 했고 가볍지 않은 이야기를 했고 서로에게 확신을 줬다. 평생도 함께할 수 있겠다란 생각을 했고 그런 이야기도 나눴다. 우리는 영혼의 모양이 비슷하다고 느꼈다. 평생의 약속을 하기 위해 오랜 시간을 알아갈 필요도 없을 거라고 생각했고 서로 동의했다. 결혼을 빨리 하고 싶다거나 결혼이 목적이라거나 그래서 그런 이야기를 나눴던 게 아니다. 그냥 확신이 들었으니까 테스트 따윈 필요없다고 생각했다. 알랭 드 보통과 같은 섬세한 감정의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지 않을까, 그럼 그 자체로 모든 특별함을 갖춘 게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나는 결혼을 위해서도 여러가지 조건 리스트를 가지고 있지만(앞서 기술한 나의 연애 상대자 조건 리스트가 곧 그것이다) 진짜로 누군가와 결혼을 결심하려면 '특별하다'라는 느낌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냥 저냥 그렇게 안정적이게 살겠지라는 마음으론 부족하다. 나와 이 사람만의 교류할 수 있는 '특별한 지점'이 대화이든 공유하는 섬세한 취미이든 뭔가가 있어야 결심이 생길 것 같았다.


그런데 이렇게 쉽게 그런 문장을 던진다고? 그럼 그가 나한테 했던 말이 진심이 아니었거나 아니면 감정을 외면하는 것이나 둘 중 하나다. 그런데 이별 후 그는 진짜 아무렇지 않았으니까 감정을 외면하는 게 아니라 나에게 마음이 없었다는 게 확실했다. 수려한 언어를 구사하는 사람은 나같은 사람한테는 참 무섭다. 내 리스트에 업데이트 해야겠다. "수려한 언어를 구사하는 사람의 말은 믿지 말고 우선 의심할 것!"


내가 외적인 이상형이었다면 "얕잡아 볼만한 이유들"이 전혀 아무런 상관이 없었을 것 같기도 하다. 그 내면이 좋다라는 말에 이런 나는 포함되어 있지 않았던 거겠지. 내 "얕.점(얕잡아 보게 될만한 점)" 때문이 아니라 "관심과 진심이 느껴지지 않는다, 신뢰가 생기지 않는다"라는 나의 "팩트 폭격"에 본인이 실제로 그렇게 간절하지 않다는 걸 깨달아 버렸거나.


나는 이별 직후 직관적으로는 그의 마음이 없어진 이유가 내가 한 이야기를 통해 알게 된 내 조건과 상황 때문이라고 느꼈다. 그리고 그걸 "얕잡아 볼 수 있는 점"으로 그가 정의했다고 직감했다.


그래서 강해졌다. 나의 가장 큰 걱정은 사랑하게 된 사람이 나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주지 않으면 어쩌나였다. 근데 그렇게까지 마음이 커지지 않은 상태에서 이런 예방 주사를 맞게 되니 생각보다 아무것도 아니구나라는 걸 알게됐다. 걱정이 사라졌다.


나는 내 모습 그대로 살고 싶은 인생을 살면 되고 타인은 내가 좋으면 옆에 있고 싫으면 떠나겠지


심플하고 편해졌다. 나는 내 사랑의 기승전결을 다 했고 아무런 후회도 남기지 않았다.


2023년 1월 1일 스스로에게 보낸 메시지를 한 달하고 열흘이 지난 시점, 현실로 만들어 내 꿈을 살아가고 있다. 좋아하고 잘하는 것에 몰두하니 행복하다. 감정은 빠르게 잊히고 특정 분야엔 두각을 나타내는 내가 편하다. 타인에 대한 불필요한 간섭, 선넘기, 책임 떠넘기기로 정신병 유발하는 사회에 싫어하는 것엔 관심 딱 끊고 내 세상에만 몰두해서 살아가는 나의 태생적 조건이 어찌보면 요즘 세상 살기 편한 조건이다.


길쭉하고 동그란 없이 내가 세상에 적응하며 살던 대로의 삶을 살 것이다. 나의 뇌의 역량, 내 몸의 기능을 최대한 발휘하며 살 것이다. 나는 연애에 관한 글을 쓰는 사람이자 4년째 저탄고지식을 하며 내 몸의 반응을 관찰하고 있는 바이오해커이다. 나는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처방해주는 알약 없이도 스스로를 다룰 수 있다.


Must Be The Mentality - 해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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