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해센스 Apr 24. 2024

매일 아침 인생 목표를 적었더니 생긴 변화

우울하고 삶에 의욕이 없다면 매일 인생 목표를 적어보자

2달쯤 전에 석세스 다이어리(Success Diary)라는 노트를 2만 원 정도 주고 샀다. 1년 동안 꾸준히 나가고 있는 독서모임에 올초에 새로운 분이 왔는데 매번 뭔가 열심히 적고, 책을 읽고 나서 이야기를 할 때도 미리 열심히 적은 놓은 것을 참고로 말하는 것이었다. 책을 평소에 별로 안 읽었어서 적으면서 읽어야 집중과 정리가 되고, 독서모임도 처음이라서 토론 주제에 대해서도 미리 생각을 해보고 적어온다고 했다.


올해 3월에 간다 마사노리의 <<비상식적 성공법칙>>이라는 책을 같이 읽었다. 이 책의 내용 중 ‘목표를 종이에 적으면 실현된다’는 내용이 있다. 이유는 우리 뇌의 메커니즘에 있다고 한다. 인간의 뇌는 질문을 하면 즉각적으로 눈앞에 있는 정보를 초고속으로 탐색하는 능력이 있는데, 목적의식이 없이 질문하면 이런 대단한 능력은 작동하지 않는다고 한다. 실현하고 싶은 것을 종이에 적어서 목표로 입력시켜 놓고 강력한 목적의식을 가지게 되면, 현재의식을 담당하는 좌뇌가 잠재의식을 담당하는 우뇌에 목표 달성에 필요한 수많은 정보들을 효과적으로 수집할 수 있게 명령을 내리고, 우뇌에서는 정확한 목표에 부합하는 정보를 엄청난 속도로 탐색한다고 한다. 그래서, 목표를 종이에 적어놓는 것만으로도 나도 모르게 실현되어 있는 일도 있다고 한다.


꼭 이 책이 아니더라도 수많은 자기계발서에서 명확한 목표를 설정해라, 목표를 적어서 보이는 곳에 놓고 매일 읽어라, 내가 원하는 삶을 나타내는 사진이나 그림을 눈에 띄는 곳에 붙여놓고 자주 봐라, 목표가 이루어진 모습을 머릿속으로 영상의 형태로 재생해라 등의 이야기가 나온다. 자기계발서 류를 좋아하기도 하고, 저자가 말하는 내용에 대해서 수용적인 마음을 가지고 책을 읽어왔지만, 중요한 것은 새로운 것 중 어떤 것도 꾸준히 실천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기존에 내가 하던 일들만 끄덕끄덕하며 ”그래, 나는 잘될 거야. ”라며 책을 읽고 나서도 삶에 큰 변화를 주지 않았다.


열심히 적으며 책을 읽던 분이, 자기계발서는 단지 읽고 끝내는 게 아니라 그중에서 뭐 하나라도 실천으로 옮기는 것이 중요하다고, 책에 나온 것 중에 몇 가지는 앞으로 꾸준히 실행에 옮겨야겠다고 몇 번을 이야기했다. 그가 어떤 다이어리를 진짜 열심히 골라서, 거기에 목표를 적고 있다고 해서 뭔지 보여달라고 했다. 그리고 나도 그 자리에서 인터넷으로 똑같은 다이어리를 주문했다.


목표는 A4용지에도 적을 수 있고 아무 노트에도 적을 수 있지만 포맷이 있으면 왠지 꾸준히 적게 될 것 같았다. 1년 넘게 정착해서 잘 사용하고 있는 2달짜리 얇은 데일리 플래너가 있는데, 그 플래너를 쓴 이후로 거기에 그날 할 일과 하루를 보내는 마음 가짐 등을 꾸준히 적었다. 그러니까, 인생 목표를 적는 다이어리가 있으면, 똑같이 매일 인생 목표를 적을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래서 조금 비싼 감이 있었지만 스스로에게 루틴을 심어주기 위해 이미 포맷이 구성되어 있는 다이어리를 고민 없이 구매했다.


다이어리가 하루에 세로로 다섯 개의 칸으로 나눠져 있는데, 그날 날짜를 적고, <1) 목표 2) 잊지 말아야 할 것 3) 할 일 4) 인사이트 5) 고마운 사람>을 한 칸에 한 개씩 적도록 되어 있다. 나는 매일 아침에 1) 목표, 2) 잊지 말아야 할 것, 3) 할 일까지 적고, 하루를 다 보내고 나서 다음 날에 4) 전날 하루를 보내고 느낀 인사이트와 5) 고마운 사람을 적는 방법으로 적어나가고 있다.


매일 아침에 사무실 자리에 앉아 적는 것이라 목표를 생각하는데 너무 많은 시간을 들이지는 않았다. 그러다 보니 처음에는 현재의 나의 인생을 개선하는 것이나, 당장의 단기적 목표를 적었다. 주식 투자로 돈을 빨리 많이 벌어서 은퇴하고 시간 여유롭기 살기라든지, 반도체 섹터 공부하기라든지, 함께 있을 때 편안한 사람과 가정꾸리기라든지 하는 목표를 적었다.


2주 정도 꾸준히 적다 보니까 내가 원하는 삶의 방향성이 명확해졌고 그 방향성에 대해 적었다. 열심히 최선을 다해 일하고 노력해서 어떤 것을 빠른 시간 내에 갖자는 게 나의 목표가 아니라, 삶의 균형을 지키며 여유롭고 풍요롭게 지내는 것이 원하는 삶의 모습이라서 그런 목표를 적었다. 충분히 휴식을 취하며, 내가 재능 있는 분야를 집중적으로 노력해서 바쁘지 않지만 풍요롭게 지내자고 목표를 세웠다.


어느 날 2번 잊지 말아야 것을 쓰는 칸에 글을 쓰는 이유에 대해 적었다. 나를 위해(생각 정리, 털어놓기), 그리고 누군가를 위해(재미, 인사이트, 학습, 용기, 살아갈 희망, 지침 주기) 글을 쓰자고 적었다. 목표와 잊지 말아야 할 것을 매일 적다 보니,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도 내 인생의 목적은 뭘까 문득 생각이 들었다.


온몸이 피곤하고 찌뿌둥한 아침이었는데 왜 힘을 내서 오늘 하루를 살아내야 하는지 자연스럽게 스스로를 상기시키게 되었다. “나는 글을 써야 해. ”였다. 글을 써서 내 얘기를 전달하고, 나와 같은 아픔과 불편함을 겪었거나 겪고 있는 사람들에게 공감과 위로를 주기 위해서 글을 써야 한다고 스스로에게 이야기했다.


어제는 “나의 고통과 아픔이 누군가를 살릴 수 있도록 용기 내서 글을 쓰고 내 이야기를 하자”라고 적었고, 오늘은 어제와 같은 목표, 그리고 “사람 살리는, 내면을 치유하는 글을 쓰는 사람이 되자. 그리고 그렇게 되기 위해 공부하고 사색하고 파고들자”라고 적었다. 잊지 말아야 할 것에는 나의 소명과 재능을 적었다. 요즘은 삶의 의미에 대해 생각할 때, 그리고 불확실하고 혼란스러운 세상에서 미래에 대한 걱정이 될 때, 나만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나만 할 수 있는 이야기를 하고, 내 재능을 십분 발휘해 풍요롭게 살자라고 스스로에게 상기시킨다.


글로 쓰기 전에도, 독서 모임에서 사람들과 이야기를 하며 나의 목표에 대해 이야기했던 적이 있다. 세상에 잘난 사람들은 많고, 어떻게 하면 성공할 수 있는지에 대한 책도, 성공학을 말하는 사람들도 많은데, 나는 어떻게 하면 잘 살 수 있는지를 말하기 이전에 생과 사의 기로에서 고통스러워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생을 선택할 용기를 주는 글을 쓰고 싶다고 했다. 그래서 찌질한 얘기를 쓰고 싶고, 내 부족한 모습을 일부러 드러내는 글을 쓰고, 사람들과 모여서 이야기할 때도 내 진짜 내면을 드러내는 연습을 하고 싶다고 했다.


“브런치에 왜 그런 글을 써, 그리고 사람들에게 왜 굳이 그런 걸 밝혀. ”라고 하는 지인들이 있는데, 나 스스로는 어떤 글을 써야 하는지, 사람들 앞에서 어떤 이야기를 해야 하는지에 대한 명확한 목적의식을 가지고 있어서, 주위의 반응에 흔들리지 않는다.


처음에는 외로워서 글을 썼다. 외로우니까 유명해지고 싶었다. 대중의 인기가 나를 조금은 채워줄 것 같았고, 대단한 인기도 아니지만 아주 작은 인기가 실제로 외로움을 조금은 채워주기도 했다. 그런데 지금은 글을 쓰기 시작하고 변화된 내 모습 자체를 사람들이 편안해하고 좋아해 주는 것을 느낀다. 이제는 외로워서 글을 쓰지 않고, 사람들을 외롭게 만들지 않을 글을 쓰려고 노력한다. 이제는 너무 외롭다고 느끼는 사람들, 그리고 누군가에게는 쉬워 보이는 삶이 내겐 너무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글을 쓰고 싶다.


아직 스스로도 내 삶의 연결고리를 완전히 파악하지 못했다. 왜 나는 연애가 이렇게 어려운지 백 퍼센트 스스로를 분석해내지 못했다. 연애를 잘하려면 어린 시절에 형성된 안정적인 애착유형도 중요하고, 부모님과의 관계도 중요하고, 부모님 사이의 관계도 중요하고, 다른 사람의 감정도 잘 파악해야 하고, 여타 사회생활에 필요한 적당한 눈치도 필요하고, 불편한 것을 참고 견디는 인내력도 중요한 것 같은데, 이 모든 것들 중 어디에서 어떻게 꼬이고, 내 뇌 구조는 어떻게 형성되었길래 연애가 이렇게 힘든 지, 그리고 어떻게 실타래를 하나하나 풀어갈 수 있을지 시행착오를 겪으며 스스로를 분석하고 나름의 답을 하나하나 찾아가고 있고, 그 경험을 브런치를 통해 나누고 있다.


어떻게 우울한 감정을 해소할 지도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우울함에 대해 한 가지를 말할 수 있다면, 매일 아침 목표를 글로 쓰는 것은 아주 큰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2021년에 한참 우울하던 중에 유튜브에서 심리 채널들을 구경하다가 박상미 교수님을 통해 로고테라피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죽음의 수용소에서를 쓴 빅터 프랭클 박사가 만든 것인데, 삶의 의미를 찾는 것을 통해 아주 고통스러운 상황 속에도 꿋꿋이 삶을 긍정적으로 이어나갈 수 있다는 것이다.


매일 아침 목표를 적는 것이 로고테라피의 실천적 행동이라면 행동이었다. 목표에 대해 가끔씩 머릿속으로 생각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매일 나의 삶의 목표와 의미에 대해서 짧은 시간이나마 생각해 보고, 시각화시키고, 내가 지금까지 적어온 목표들을 읽는 것을 통해 생의 의욕과 의지를 살릴 수 있었다. 자기계발서에서 말하는 것을 실천에 옮겨서 성공하고 싶고 잘 살고 싶어서 사게 된 다이어리였는데, 기대치 않게 삶을 대하는 태도와 나의 감정상태를 근본적으로 변화시켜 주는데도 도움이 되었다.

매거진의 이전글 오티움 찾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