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 앞에 섰을 때 삶의 희망을 가지고 버티다 못해 만사 포기하고 싶은 상황이 온다면 어떨까? 자살 같은 물러 터진 의지 같은 걸 말하는 게 아니다. 물론 자살에 이르기까지 당사자의 고통을 하찮게 보려는 것도 아니다. 흔히 자살할 용기면 세상에 이루지 못할 일이 어디 있겠냐고 했다. 죽음 앞에 몰려본 사람이라면 이해할 수도 있지 않을까 싶다.
액션 영화 같은 걸 보면 주인공은 죽음을 앞에 두고 피하지 않는다. '영화니까 그렇지!'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자신을 주인공에 대입해 보면 어떨까? 온몸에 칼을 맞고, 총알이 박히고, 눈앞이 어질 한데 적은 끝이 없다. 총알이 빗발치는 전쟁터에서 땅에 머리를 박은 채 눈을 꾹 감고 있으면 죽지 않고 살 수 있을까?
'사투'라는 단어는 사전적으로 '죽기를 각오하고 싸우거나 죽을힘을 다하여 싸움. 또는 그런 싸움.'이라고 나와있다. 죽음을 각오했다면 죽음 앞에 뭐가 두렵겠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지를 놓아버릴 수 있겠나 싶지만 정말 자포자기하는 심정을 느끼는 순간이 오기는 할 것 같다.
낚시를 하다 보면 예상치 못했던 대물이 미끼를 물어 첨예한 경쟁을 하게 될 때가 있다. 말 그대로 예상치 못했던 사이즈라 낚싯줄이 가늘어 터져 버릴 가능성이 높다. 낚싯줄의 탄성이 얼마나 지속될지 알 수 없다. 어쩌면 바늘이 부러질지도 모른다. 낚싯대가 감당해내지 못할 수도 있다. 물속에서 목숨을 걸고 버티고 있을 녀석이 마침내 수면에 떠올라 공기를 마시면 배를 깔고 힘을 잃은 채 생의 마지막을 떠올리게 될 거다. 의지의 끈을 놓게 되는 그 순간이 나는 두렵다. 언젠가 모든 게 지쳐 희망을 잃게 될 그 순간이 바로 죽음 앞에 자포자기하는 심정이 아닐까?
감정싸움에도 사투를 벌인다면 언젠가 자포자기하는 순간이 올까? 감정싸움에 사투를 각오했다면 그 관계는 이미 끝난 거다. 대화는 막장으로 치닫고 단어는 거칠어지며 생각은 짧아져 서로 상처만 남게 된다. 결국 남은 건 나 혼자라는 사실을 겸허히 받아들일 수 있을까? 아픔과 미련은 지워지지 않는 생채기가 되어 기억날 때마다 지난 고통이 떠오를 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