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로 배우는 제주도 문화와 부동산
제주살이의 로망과 현실의 괴리감에 잠을 설치던 나재주에게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왜 자신이 고민하는 걸 다른 사람들이 고민하지 않겠냐는 것이다. 바로 그것이었다. 제주살이. 그 네 글자에 모든 것이 있다는 걸 알아채자 가족을 부양할 수 있는 돈벌이가 눈에 보인 것이다. 생각의 속도는 빛보다 빠르다. 그의 머릿속은 사업계획으로 가득 찼다. 제주에서의 삶이 윤택해지려는 순간이다.
나재주는 자신의 생각을 거슬러 오르기 시작했다. 제주이주를 목표로 삼았을 때의 기억부터 더듬었다. 제주살이는 제주만의 독특한 문화다. 부산살이, 평창살이 같은 말은 없다. 제주 한 달 살이는 VJ특공대에서도 소개됐었고 그 덕에 네이버 실시간 검색어 1위에도 오른 적이 있다. 제주에서의 삶을 로망으로 삼은 사람들이 그 로망을 대리로 충족하고자 하는 것이 제주 한 달 살이다. 그것도 여의치 않은 사람들은 일주일 살이 또는 보름 살이를 한다. 일 년 살이를 하는 사람들도 있다. 일 년간의 제주살이를 위해 아이들 학교까지 전학시킨 학부모 역시 많다. 제주에서는 흔한 모습이다. 제주도청에서 가늠치 못하는 것이 바로 이런 부분이다. 제주도 인구가 70만 명을 향해가는 중이라고 하지만 제주도로 주민등록을 옮기지 않은 비정기체류자 수는 예상할 수 없다. 이에 더불어 가는 것은 바로 주택문제다. 그뿐 아니다. 제주도에 건설, 건축업무 때문에 임시로 건너온 인력에 대해서는 더욱 예측할 수 없다. 그 때문에 비정기체류자는 10만 명 정도 될 것이란 소문도 있다. 그런데 제주살이를 하고픈 사람들의 로망에 대해 오판하는 사람들이 생각 외로 많다. 꽉 막힌 도심 속에서 바둑판같은 개미집에 살던 사람들은 제주의 너른 들판 위 너른 잔디밭과 마당이 있는 단독주택에서 제주살이를 하고 싶다. 하지만 그런 집은 흔치 않다. 가격도 만만치 않다. 제주의 독특한 년세 문화를 외지인들은 어색해 하지만 세입자들에게는 년세가 더 편할 수도 있다. 보증금이 적기 때문이다. 가격은 그렇다 치더라도 제주살이를 원하는 사람들은 방 하나를 빌리던 주택 전체를 빌리던 땅바닥에 발을 붙일 수 있는 곳을 원한다. 아파트나 빌라를 원치 않는다. 물론 전부가 그런 것은 아니다. 하지만 비중을 보면 그렇다. 제주살이를 목표로 하는 사람들은 오랜 기간 준비를 한다. 회사를 그만두거나 휴학을 하기도 한다. 기러기아빠를 자처하며 가족만 내려 보내고 주말에만 제주에 내려가는 아빠들도 있다. 제주살이를 하는 데 있어 기본적으로는 경제적인 문제가 있기 때문에 매우 아끼며 살게 된다. 반면에 제주를 충분히 느끼고 담아가기 위해서는 충분한 소비가 이루어져야만 한다. 그 때문에 생각 외로 지출도 상당하다.
나재주는 정리된 생각을 종이에 옮겼다. 그리고는 뚫어져라 메모를 보았다. 민박을 치겠다 생각했던 독채 하나를 제주살이로 돌리면 손님과도 가족처럼 정겹게 지낼 수 있겠다 싶었다. 그리고 하나 더, 주변에 있는 구옥을 장기임대해서 리모델링하는 것을 고려해 보기로 했다. 그 정도 비용은 어떻게든 짜낼 수 있을 것 같다. 나재주는 힘이 났다. 자신감이 붙은 것이다.
힘이 넘치던 그가 주눅이 드는 데는 불과 십 분도 채 걸리지 않았다. 부동산 사장에게 구옥임대와 관련하여 문의를 했지만 그에게서 나온 답변은 너무도 간결했다.
“제주에 그런 생각을 하는 사람들을 줄 세우면 끝도 안 보일 겁니다.”
구옥임대에 대한 희망을 잠시 접어 둔 나재주는 새로 지은 별채를 제주살이로 돌리는 데 드는 비용과 예상수익을 계산해 보았다. 그 정도면 어지간한 데 취업하여 적게 벌더라도 가족들 생계를 꾸리는 데 문제는 없을 것 같았다. 문제는 불투명한 미래였다. 다른 사람들처럼 잠시 내려와 살면서 추억만 쌓고 가면 되는 제주살이가 아니다. 제주에서 돈을 벌어서 먹고살아야 하는 정착형 제주살이라는 것이다. 당장에는 느끼지 못하겠지만 머지않은 미래가 코 앞이다. 나재주는 인터넷 카페를 뒤져 제주살이에 관련된 내용을 습득하기 시작했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같은 목적으로 제주로 향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부동산 사장의 말처럼 구옥을 사거나 임대하려는 사람은 무궁무진했다. 판포리의 구옥을 구입한 자신은 운이 좋았었기에 가능한 것이었다는 것도 알게 됐다. 커뮤니티 안에는 자신이 괴로워하던 문제를 가지고 똑같이 고민하는 사람들이 너무도 많았다.
행복함 뒤에는 위기가 존재한다. 놀기 위해서는 책임을 다 하라던 누군가의 말이 생각났다. 책임을 져야 한다는 일념으로 방법을 모색하던 그는 직접 부딪혀 보기로 작정했다. 판포리에서 돼지 잡던 날 인사 드렸던 분들에게 부탁을 하는 것이다. 그런데 예상치 못한 일이 또 발생하고 말았다. 부동산 사장의 말과는 다르게 선뜻 자신이 소유하고 있는 구옥을 임대해 주겠다는 사람이 나타난 것이다. 부모님께서 물려주신 집이라 팔 생각은 없으니 고쳐서 살라는 조건이다. 임대기간은 명시하고 싶지 않지만 집 고치는 데 돈이 들어갈 테니 최소 오 년은 보장하겠다는 것이고 아이러니하게도 임대료는 형식상의 수준 이상으로는 받지 않겠다고 했다. 재미난 상황이 벌어지자 나재주에게는 새로운 희망이 생겼다. 불투명했던 미래가 다시 밝아진 느낌이 들었다. 주소를 받아 적은 그는 인터넷 포털사이트를 열어 지도를 찾아 로드뷰를 열었다. 불과 일 년 전에 촬영된 사진이다. 생각보다 고칠 게 많아 보이지는 않는다. 판포리 집에서 그리 멀지 않다.
1. 서문
2. 긴급회의
- 제주의 장묘문화
- 제주신화와 오름
- 진입로를 막아 선 묘적지
- 묘적지, 무연고묘지
- 국가기관 소유의 묘적지 인수
3. 급매물
- 제주도 주택문화의 이해
- 계약서 없을 경우 계약금 반환에 대한 사례
- 문화재와 개발 인허가문제
- 제주도 토지 특성
- 농지 취득 시 알아 두어야 할 정보
4. 건축업자가 되는 길
- 괜당이란
5. 선물
- 제주도 제2공항에 대한 단상
- 김녕 도시계획 등 정보
- 예래지구 문제
6. 고뇌
- 제주도 농업
- 영어교육도시와 제주신화월드
7. 오늘은 잔금 치르는 날
- 제주은행 서울(육지)지점 정보, 주택담보 대출 시 유의해야 할 점
- 지도상 거리, 물리적 거리, 과거와 현재의 교통편
8. 푸념
- 곶자왈이란, 곶자왈 훼손에 관한 의견
9. 배 회장의 서류
- 중산간지역의 훼손, 골프장 건설로 망가진 한라산
10. 올 것이 오다
- 토지거래 시 유의할 점, 세금문제, 다운계약에 관한 지침
11. 제주도민이 되고 싶어요
- 건축물 양성화 신고 관련 내용, 법규
- 제주도 건폐율과 용적률
- 건축법상 진입로 규정
12. 제주색 건축
- 제주도 건축법 개정안
- 보전등급, 상대보전, 절대보전에 관한 법률
- 절대보전/상대보전지역
- 특화경관지구(구. 수변경관지구)
- 오름에 붙은 토지의 규제
- 동굴보호에 묶인 토지
- 당처물동굴과 용천동굴
- LNG기지와 가스관 공사
- 지하수 문제
13. 실행력 없는 비전은 비극이다
14. 귀한 존재라는 걸
- 농지전용/산지전용
15. 돼지 잡는 날
- 진입로 관련법안/일반토지사용승낙서와 영구토지사용승낙서
- 제주도 일자리 문제
- 제주도 커피숍 분포
- 제주도 교육환경
- 제주살이, 한 달 살이 그리고 제주도 인구의 진실
16. 건축업자의 길
- 제주색 묻어나는 건축물들
- 제주도 행정구역 편제
17. 현실성 없는 정책도 비극이다
- 제주도 양돈과 환경오염 문제
18. ROLEX
- 제주도 농가주택과 자폐증의 상관관계
19. 제주살이
20. 올레의 비밀
21. 푸른빛 더러운 제주바다
22. 오수관 있나요?
- 오수관, 상수관 관련 내용
23. 제주도민이 되다
24. 에필로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