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 올레의 비밀

소설로 배우는 제주도 문화와 부동산

by 루파고

“제가 드리는 다음 과제는 바로 이겁니다. 이번에는 몇 가지 되네요. 하나는 제주도 전통가옥의 입지. 또 하나는 신축주택과 향에 대한 사항. 마지막으로 중산간으로 떠난 사람들에 대해 설문조사를 해 보세요.”

소장은 세 가지 과제를 던졌고 기간은 일주일을 주었다. 한건축은 소장의 엉뚱한 질문에 조금은 황당함을 느꼈지만 이 세 가지 과제에는 그가 꼭 알아야만 하는 핵심적인 무언가가 있다는 것을 예감했다.

한건축에게는 시원하게 답을 내줄 사람들이 제법 있었다. 바로 처갓집 식구들이다. 평생을 제주에서 살아온 사람들. 그들은 첫 번째 답을 시원하게 들려주리라 싶었다. 하지만 그 누구도 답을 주지 못했다. 어쩔 수 없이 그는 제주도 구옥들을 관찰하기 시작했다. 좁은 돌담길 사이사이로 들어서면 제주의 구옥들이 들어서 있다. 오랜 기간 사람이 살지 않아 지붕마저 붕괴된 폐가들이 세월을 실감케 했다. 소장은 일주일이라는 시간을 주었지만 그는 좀처럼 답을 찾을 수가 없었다. 그는 두 번째 과제의 해답을 찾기 위해 새로 지어진 주택들을 관찰했다. 방향에 대한 질문이었다. 의외로 그것은 쉽게 답을 찾을 수 있었다. 이를테면 앞 바다, 뒤 한라의 공식이었다. 현대식 건축은 공법이 좋아졌고 건축자재가 튼튼해 강한 바닷바람이 부담스럽지 않다. 게다가 제주도에서 남향주택을 선호한다는 소리를 하면 무슨 멍멍이 짖는 소리를 하냐고 한다. 그만큼 제주는 남향보다 바다향이 더 중요하다. 마지막 질문은 그도 익히 들었던 소리다. 외지인들이 제주에 집을 지을 때 첫 번째로 선호하는 곳이 바로 바다조망이며 바닷가 가까운 위치다. 하지만 여름 한 번만 지내보면 왜 사람들이 중산간으로 떠나는지 알게 된다. 제주의 습기는 무서우리만큼 엄청나다. 일주일만 집을 비우고 관리를 하지 않으면 온 집안이 곰팡이로 점령되고 만다. 여름 내내 에어컨을 켜 두고 집을 나설 수도 없는 노릇이다. 서쪽지역인 고산리나 신도리, 용수리 인근은 바람이 너무 강해서 겨울에도 눈이 잘 쌓이지 않는다. 사람들이 한동안 서쪽을 기피했던 이유가 바로 그것이다. 소장이 준 일주일이란 기간 동안 한건축은 첫 번째 과제를 풀지 못했다.

“답을 찾으셨습니까?”

“두 가지는 풀었습니다. 하지만 하나는 도저히 알 수가 없네요.”

한건축은 스스로 찾은 답을 정리해서 설명했다.

“이미 다 찾으셨는데 답을 못 내다니요. 그게 무슨 소리죠? 잘 생각해 보세요. 답은 벌써 알고 있었어요. 인지하지 못했을 뿐입니다.”

소장의 힌트에도 불구하고 한건축은 이해할 수 없었다. 난센스 퀴즈나 같았다. 영 모르겠다는 한건축의 표정을 읽은 소장이 입을 열었다.

“들어보세요. 답은 두 번째 답변에 있었어요. 제주도 전통가옥의 입지와 형태는 바람과 향에 있었습니다. 제주도가 삼다도라고 불린 게 무엇 때문이죠? 바로 바람과 돌과 여자입니다. 하긴 현재 세 번째 여자 부분은 거의 다 할망이 되셨지요. 농담 같지만 사실 젊은 여자들은 대부분 육지로 떠났고요. 대신 교통사고가 대신하고 있다는 농담들이 오가긴 합니다. 아무튼 바람이 문제였습니다. 그래서 제주의 주택들은 지대가 낮은 지역에 있거나 움푹 파진 지형에 지었습니다. 방풍림이나 방풍석이 필요했던 것이죠. 돌이 워낙 흔한 제주에서는 주변의 흔한 돌을 쌓아 바람을 막고 토지에 선을 긋는데 활용했습니다. 잘 보시면 지역마다 돌담 높이가 다릅니다. 그건 일 하면서 차차 느낄 수 있을 겁니다. 그리고 지금도 귀한 물이지만, 지금보다 물이 귀했던 옛날에는 우물이 있는 곳에 마을이 있었어요. 마을 주변에 보면 유적지처럼 보전되고 있는 곳이 많습니다. 오래전에는 소나 말이 마실 물도 없었기 때문에 윗물과 아랫물을 따로 구분해 두었습니다. 윗물은 사람이 먹고 아랫물은 동물들이 마시게 했죠. 마지막으로 흔히들 들었던 올레길의 올레가 어떤 의미인지 아시나요?”

소장의 질문에 한건축은 알 수 없다는 듯 어깨를 위아래로 들썩였다. 소장이 피식 웃으며 말을 이어갔다.

“올레길의 올레는 제주말입니다. 흔히들 올레는 제주의 강한 바람을 막기 위해 조성된 골목길이라고도 알려져 있습니다. 여기서 제주도의 오랜 건축문화를 하나 알고 가야 합니다. 제주도는 개방형 주택을 지어왔습니다. 아시다시피 담장의 역할이 조금 다릅니다. 바람을 막는 것도 있지만 이를 테면 이웃의 프라이버시를 존중하기 위한 역할도 있습니다. 남의 집 안거리가 골목에서도 잘 보이지 않게 일부러 구불구불하게 조성되었죠. 누군가 밖에서 헛기침이라도 하지 않는 이상 서로 눈이 마주칠 일도 없게 그런 식으로 만든 겁니다. 그게 진정한 제주의 건축문화입니다. 이웃의 프라이버시. 재미있죠? 제주도 사람들은 정말 정이 많은 사람들입니다.”

한건축은 소장을 통해 제주를 새롭게 알아가는 중이다. 그는 소장을 스승으로 모신 것을 두고두고 감사할 것 같았다.


그들의 첫 번째 프로젝트는 귤나무밭 사이에 지어진 제주색이 짙은 주택과 카페다. 소장의 첫 이미지는 평생직장에서 급여만 바라보며 살 것만 같았다. 한건축은 소장이라는 사람을 알면 알수록 깊이가 다른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그 끝이 어디까지 일지 궁금할 정도다. 대체 소장은 어디에서 일을 수주해 온 것인지 한건축은 감히 상상할 수도 없다. 호기심을 누르지 못하는 그의 마음을 알고 있었는지 소장은 설명을 시작했다.

“사실 건축을 의뢰한 분이 아직까지 땅도 계약을 못했습니다. 무조건 그 자리가 평생 자기가 생각하던 그곳이라면서 거기에 딱 맞는 설계를 해 달라더군요. 선수금까지 송금해 주겠다네요. 우리더러 그 땅을 살 수 있게 도와 달라고 부탁까지 합디다. 한대표님 생각엔 어때요? 한번 해 볼까요?”

소장의 표정은 이미 확고했다. 하고 싶다는 의미였다. 한건축 역시 첫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성사시키고 싶었다. 소장은 이미 제주시의 지인을 통해 토지주를 연결하는 중이라 했다. 그저 기다리면 된다는 통지를 받고 시간을 죽이는 중이라는 것이다.





1. 서문

2. 긴급회의

- 제주의 장묘문화

- 제주신화와 오름

- 진입로를 막아 선 묘적지

- 묘적지, 무연고묘지

- 국가기관 소유의 묘적지 인수

3. 급매물

- 제주도 주택문화의 이해

- 계약서 없을 경우 계약금 반환에 대한 사례

- 문화재와 개발 인허가문제

- 제주도 토지 특성

- 농지 취득 시 알아 두어야 할 정보

4. 건축업자가 되는 길

- 괜당이란

5. 선물

- 제주도 제2공항에 대한 단상

- 김녕 도시계획 등 정보

- 예래지구 문제

6. 고뇌

- 제주도 농업

- 영어교육도시와 제주신화월드

7. 오늘은 잔금 치르는 날

- 제주은행 서울(육지)지점 정보, 주택담보 대출 시 유의해야 할 점

- 지도상 거리, 물리적 거리, 과거와 현재의 교통편

8. 푸념

- 곶자왈이란, 곶자왈 훼손에 관한 의견

9. 배 회장의 서류

- 중산간지역의 훼손, 골프장 건설로 망가진 한라산

10. 올 것이 오다

- 토지거래 시 유의할 점, 세금문제, 다운계약에 관한 지침

11. 제주도민이 되고 싶어요

- 건축물 양성화 신고 관련 내용, 법규

- 제주도 건폐율과 용적률

- 건축법상 진입로 규정

12. 제주색 건축

- 제주도 건축법 개정안

- 보전등급, 상대보전, 절대보전에 관한 법률

- 절대보전/상대보전지역

- 특화경관지구(구. 수변경관지구)

- 오름에 붙은 토지의 규제

- 동굴보호에 묶인 토지

- 당처물동굴과 용천동굴

- LNG기지와 가스관 공사

- 지하수 문제

13. 실행력 없는 비전은 비극이다

14. 귀한 존재라는 걸

- 농지전용/산지전용

15. 돼지 잡는 날

- 진입로 관련법안/일반토지사용승낙서와 영구토지사용승낙서

- 제주도 일자리 문제

- 제주도 커피숍 분포

- 제주도 교육환경

- 제주살이, 한 달 살이 그리고 제주도 인구의 진실

16. 건축업자의 길

- 제주색 묻어나는 건축물들

- 제주도 행정구역 편제

17. 현실성 없는 정책도 비극이다

- 제주도 양돈과 환경오염 문제

18. ROLEX

- 제주도 농가주택과 자폐증의 상관관계

19. 제주살이

20. 올레의 비밀

21. 푸른빛 더러운 제주바다

22. 오수관 있나요?

- 오수관, 상수관 관련 내용

23. 제주도민이 되다

24. 에필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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