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숲 산책
7월의 하늘이 예뻐서 매주 주말 나무와 같이 긴 산책을 했다.
일이 바쁨에도 불구하고 자주 가는 집 근처 말고 전철을 타고 서울 곳곳을 누비며 새로운 산책로를 찾아다녔다.
되도록이면 동네와 멀고 자주 가지 않은 장소에 가고 싶어서 서울숲엘 갔다.
몇 해 전 서울숲에 갔을 땐 아무런 감흥이 없었는데
다시 간 서울 숲은 아름다운 초록들이 가득했다.
그때는 모르고 지금은 아는 것일까.
예전에는 반짝이고 화려한 것들을 좋아해서 그런 곳들을 찾아다녔지만
지금은 초록 초록한 곳들을 찾아다닌다.
풀냄새 물 냄새 흙냄새를 킁킁대다가
사슴도 보고 한강도 보고 돌아왔다.
나는 일이 너무 힘들거나 마음이 불안할 때면 산책을 길고 오래 한다.
무거운 마음보다 다리를 더 무겁게 만들고
대신 눈에는 예쁘고 나를 즐겁게 해주는 초록과 색색깔의 예쁨을 가득 담아 돌아오면
머릿속 저울이 눈과 다리로 담은 예쁨으로 기울어 잠시나마 힘듦을 잊게 해 준다.
오늘의 예쁨이 나의 힘듦을 이겼다!라는 것만 같기도 해서
승자의 기분으로 다시 나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