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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이오 Sep 09. 2021

여름날은 간다

가을맞이

영화 [ 봄날은 간다 ]를 무척이나 좋아한다.​

베개 아래의 작고 긴 조각은 후추가 매일 나의 베개 아래에 숨겨두는 고구가 말랭이 이다.



늦은 밤까지 그림을 그릴  나의 야작 메이트는 풋풋한 유지태와 이영애 배우였.

 번을 돌려봐도 대사 하나 제대로  외우지만

영화의 색이나 소리가, 옛스런 서울 사투리가 주는 안정감이 좋다.


올해 여름이 기록적인 더위였는지 아녔는지 모르겠지만

아이패드로 작업하는 나에게

펄펄 끓으며 열을 내는 패드로 인해 열대야로 야작 하는 시간이 무척이나 힘들었는데,

선풍기를 켜면 왠지 뻘쭘한 느낌이 드는 가을스러운 밤이 성큼 다가왔다.

나는 더위를 많이 타는 편이 아니라서 여름은 내가 좋아하는 계절 중 하나였다.

여름의 옷들은 가볍고 저렴하며 

귀여운 라탄 백이나 네트  등을 들고 다닐  있다.

겨울에도 자주 신는 슬리퍼를 여름에는 당당하게 신을  있고

가장 좋은 점을 꼽으라면 휴가가 있다는 것이다.

동생과 나는 휴가나 공휴일이  날이면 일본을 자주 다녀왔는데

뜨거운 여름 긴자 거리를 가로지르던 날들도

복숭아 맛이 나는 물을 뽑아 마시던 거리의 자판기도 

요즘 따라 무척이나 그리운 추억이다.

계절 바뀌는 것이  친구를 맞이하는  마냥 기뻐서

가을 색들로 그림을 그리고 가을 색의 옷들을 구경하고 있다가도

미처 넘기지 못한 달력   때문에 쉬이 여름을 놓지 못하고 있었는데

여름을 보내  날이 오니 왠지 아쉬우면서도 설렌다.​


팔다리가  파자마를 꺼내 입고 창문을 반쯤 열어 놓고 자면 

선선한 가을바람에 이불을 덮었다, 발로 찼다를 반복하는 밤을 보낸다.​


베개 아래로 팔을 넣고, 발로  이불에  발을 슬며시 넣으면 

어느 때보다도 마음이 안정된다.

좀처럼  옆에서 잠들지 않는 후추도  계절엔 잠시 기대어 머물다 간다.​​


여름을 보내고 가을을 맞이할 때만 느낄 수 있는 나만의 작은 평화로운 순간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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