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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이오 Sep 11. 2021

청소 명상

나만의 이너피스를 찾아서



화실 수업이 끝나면 

화실의 상태는 속된 말로 개판 오분   상태가 된다.


그렇지만 나는 청소를 남겨두고 퇴근을 한다.

오늘  일을 내일로 미루고픈 마음이 8할이기는 하지만

요즘 친구가 하는 청소 명상을 시작했는데

상쾌한 업무의 시작에 이만한 일이 없다.

몇년 전 나와 이름이 같은 이민정이 명상으로 청소를 한다고 하였었다.


좋아하는 음악을 틀고 힘차게 청소를 하며 잡념을 털어내는 것이  친구만의 명상 방법인데, 물론  이야기를 들은     이야기니 지금은 다른 방법의 명상을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요즘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져서인지

다들 바쁘게 살며 스트레스 때문인지

명상에 대한 이야기가 곳곳에서 많이 나온다.

올해 읽은   가장 좋았던 타이탄의 도구들 에서도

타이탄들은 아침에 명상을 한다고 하지 않는가.


그래서 아침에 일어나 자리를 개고, 침대  가장 편한곳에 가부좌를 틀고 앉아 눈을 감고 명상을 하였는데

여간 어려운게 아니다.


감은 눈은 슬금슬금 떠지거나,

어떤 날은 잠이   고개가 숙여지고,

어떤  후추가 와서 나를 무릎을 벅벅 긁는다.​


어느날 화실에 출근하여 잔뜩 어질러진 어제의 흔적을 보고 깨지 않는 정신으로 -하니 있다가

문득 이민정의 신박한 청소 명상이 떠올랐다.

그리고 여러가지 방법을 시도해 보다가 나의 청소 명상 리추얼을 만들었다.

1. 화실의 문이란 (그래봤자 두개지만) 활짝 연다.

2. 그리고  철제 서랍을 깊숙이서 좋아하는 인센스 ( 햄의 ) 꺼내 홀더에 꽂고 불을 붙인다.

3. 블루투스 스피커를 연결하여 유튜버들이 추천한 계절과 어울리는 노래를 튼다.

4. 이렇게 밑작업이 끝나면 나는 빗자주로 힘차게 바닥을 쓸고 먼지를 털어낸다.​


쓰레받기에는 가득 모인 나의 잡념같은 먼지들이 뒤엉켜 있다.

쓰레기통의 페달을 밟자 부웅-하며 뚜껑이 열리고, 먼지를 털어 넣으면 머리와 마음이 한결 개운해지는 느낌이다.​


페달에서 발을 떼자 뚜껑이 -하는 소리를 내며 닫히고

그 소리와 함께 나의 명상도 끝난다.

출근 후  단계를 끝냄으로써 오늘 하루도 열심히 수업을 시작할  있는 온전한 정신을 갖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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