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나무 길
처음 이 도시에 이사 왔을 때 벚나무길을 보고 반했었다.
그때는 가을이었고, 벚나무 잎들이 붉게 물들어 있었는데
가을의 붉고 노란 정취도 예뻤지만
봄이 되어 동네를 마주하니 분홍 잎들로 만들어진 터널이 너무 예뻐서
오래된 이 작은 동네에 사랑에 빠져버렸다.
고목들이 누가 더 꽃을 많이 틔우나 내기를 하는 것 같고
바람이 불면 함박눈이 내리듯 벚꽃잎을 흩날린다.
나는 매 년 봄을 기다리고, 봄이 되면 벚나무 터널을 걷기 위해 하루에 세 번 산책도 마다하지 않는다.
꼭 봄은 기다리기 위해 만들어진 계절 같다.
가장 먼저 만나고, 가장 오래 숨죽여 기다리고 있다가 또 오래 기다리게 하겠지.